'약 대신 앱 처방'…디지털치료제 뜬다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최태범 기자 2020.08.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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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투데이 /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이미지투데이 /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앞으로 2주 동안 매일 식후 30분씩 게임과 메신저를 이용할 것을 처방합니다.’ ‘디지털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가 바이오·ICT(정보통신기술) 분야 차세대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디지털치료제를 실제 치료제로 잇따라 승인하는 등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자 국내에서도 ‘디지털 바이오’를 표방한 스타트업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디지털치료제 인허가 기준 마련 등 시장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약 대신 게임, VR 처방 시대 온다=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디지털치료제는 질병 예방·관리·치료를 위해 과학적으로 개발되고 임상적으로 검증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다. 스마트폰 앱(애플리케이션), 게임, VR(가상현실) 등을 치료제처럼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1세대 치료제인 합성화합물, 2세대 치료제인 생물제제 바이오의약품에 이은 3세대 치료제로 분류된다. 게임이 신약 후보물질이 되는 셈이다.



미국에선 2017년 페어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중독치료용 앱 ‘리셋’(ReSet)이 첫 번째 디지털치료제로 FDA 승인받으면서 물꼬를 텄다. 올 6월에는 소아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치료하는 스마트폰 게임이 FDA로부터 승인받았다. 미국 아킬리인터렉티브가 개발한 ‘엔데버Rx’다. 장애물을 피하는 게임을 일정시간 반복하면 뇌의 특정 부위가 활성화하면서 집중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 디지털치료제 시장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한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디지털치료제 시장규모는 2017년 20억3800만달러에서 연평균 30%씩 성장해 2023년에는 57억6800만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시장인 미국의 시장규모만 2023년 44억2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식약처 시장 기반 조성 준비…스타트업도 속속 등장=우리 정부도 디지털치료제의 개념 정립과 함께 시장 기반 마련에 나섰다. 식약처는 최근 디지털치료제 인허가 가이드라인 초안을 관련업계에 전달했으며 오는 15일까지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우선 리셋을 국내에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지난 4일 스마트 헬스케어 기업 웰트와 리셋 도입을 위한 MOU(업무협약)를 체결했다.

국립정신건강센터와 웰트는 앞으로 의학적 자문과 학술교류를 진행하면서 디지털치료제 도입 촉진과 기반 조성을 위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되고 국내에서 수요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을 시범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는 “비대면 방식의 치료와 건강관리 수요가 늘고 있다.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정신건강 영역에서 디지털치료제 국내 도입의 시험대(테스트베드) 역할과 기반 조성에 선제적 역할을 수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1호 디지털치료제를 목표로 하는 디지털 바이오 스타트업도 속속 등장한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뉴냅스는 시각장애 개선 치료제 ‘뉴냅비전’을 개발 중이다. VR기술을 활용한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허가를 받았다.


챗봇을 이용해 우울증 개선 치료제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하이의 김진우 대표는 “최근 원격의료나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디지털치료제 시장도 국내에서 논의가 본격화하는 등 머지않아 실제 의료현장에서 사용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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