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발 n차 감염 계속인데 러시아 선박 속속 격리해제에 "우려"

뉴스1 제공 2020.08.0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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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쏟아진 선박 8척 중 현재 격리 중인 선박은 1척뿐
생계 위해 승선할 수 밖에 없는 항만 근로자들 불안감 커져

부산 감천항 전경 © News1 DB부산 감천항 전경 © News1 DB


(부산=뉴스1) 박채오 기자 = 부산지역에서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부산항 러시아 선박 발 'n차 감염'의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확진자가 나왔던 러시아 선박들이 하나씩 선내격리가 해제되면서 선박에 승선해 작업을 해야하는 항만 근로자들의 불안감도 덩달아 커져가고 있다.



4일 국립부산검역소 등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러시아 선박 크론스타스키호(2461톤)와 엔데버호(877톤)에 대한 선내격리가 해제됐다.

앞서 부산항에서는 지난 6월22일부터 총 8척의 선박(아이스스트림호, 아이스크리스탈호, 카이로스호, 레귤호, 크론스타스키호, 미즈로보스바호, 엔데버호, 페트로원호)에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을 받은 선원들을 각자의 선박에서 2주 간 선내격리 조치 후 순차적으로 격리가 해제됐다. 이날 크론스타스키호와 엔데버호가 선내격리 해제되면서 부산항 내에 선내격리 중인 선박은 페트로원호 1척 뿐이다.

크론스타스키호는 지난달 15일 부산 감천항에 입항했으며, 승선검역 과정에서 선원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후 실시된 전수검사에서 2명의 확진자가 추가됐다.

특히 크론스타스키호에서는 '음성'판정을 받고 선내격리 중이던 선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추가검사에서 3명이 '양성'판정을 받기도 했다.


엔데버호는 지난달 16일 러시아 자루비노에서 출항했고 이틀 뒤인 18일 강원도 동해항으로 들어왔다. 이후 선체 수리와 냉동화물을 싣고 내리는 작업을 하기 위해 지난달 21일 오전 10시쯤 부산 감천항에 입항했다.

검역당국은 엔데버호가 내항선이지만 국내 항만 노동자와 접촉이 잦은 냉동·냉장화물 선박인데다 선체 수리를 목적으로 들어오는 경우에 해당하자 코로나19 전수검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1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선내격리 조치됐다.

두 선박은 입항 과정에서 확진자를 걸러내 내국인 항만근로자와의 접촉은 없었지만 이날 선내격리가 해제됨에 따라 빠른 시일 안에 냉동화물 하역작업 등을 위해 내국인 항만근로자의 승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역에서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부산항 발 'n차 감염'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라 항만근로자들의 불안감은 커져가고 있다.

실제로 시 보건당국은 지난 1일 확진 판정을 받은 169번 환자의 감염 경로를 파악하지 못해 '기타'로 분류했다. 특히 169번 환자의 거주지가 선박 수리업체가 집중돼 있는 '영도'이고 배우자가 선박 수리업체 직원으로 파악됨에 따라 부산항 발 'n차 감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4일 확진 판정을 받은 170번 환자는 부산 감천항에 접안 중인 러시아 선박의 한국인 선장임이 알려지면서 검역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부산항운노조 관계자는 "검역 기준이 강화되고 있고 하역작업도 비접촉으로 이뤄진다고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외국인 선원이 우리 정부의 검역 지침을 잘 준수하는 지는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실제로 크론스타스키호의 경우에는 음성 판정을 받고 선내격리 중이던 선원이 재차 확진을 받는 등 선내격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었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역작업에 참여하는 근로자들의 불안감이 매우 큰 것은 사실이지만, 생계를 위해서는 확진자가 나온 선박에 승선할 수 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며 "가능하다면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모든 선박에 대한 전수검사가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도 크다"고 말했다.

검역소 관계자는 "격리 기간 중 코로나19 검사를 수차례 실시하고, 격리 해제 전에도 재차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모든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야 격리가 해제되고 선박에 대해서도 방역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내격리가 해제된다고 해도 선박에서 하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하선 신청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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