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와 제대로 협의했나" 8·4 공급대책 시작부터 '삐끗'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0.08.0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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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미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윤후덕 기획재정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 당정협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진선미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윤후덕 기획재정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 당정협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당정이 야심차게 추진한 8.4 공급대책이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다. 지자체와 사전 협의가 부족한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당정이 시간 압박에 쫓겨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반증이란 지적이 나온다.



대책 핵심 공공재건축, 정부-서울시 이견 노출
우선 이번 대책의 핵심인 공공재건축 정책부터 정부와 서울시가 이견을 노출했다. 정부는 오전 발표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 공공기관이 재건축 사업에 참여한 단지는 종상향을 통해 최대 50층까지 층고 제한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의 예상 공급량 13만2000가구 중 5만 가구 이상을 공공재건축을 통해 확보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이에 '한강변 스카이라인이 50층으로 바뀐다' 등 공공재건축 단지에 층고 완화가 전면 적용될 것이란 내용의 보도가 쏟아졌다.



하지만 서울시는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런 해석이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보낼 것을 우려했다. 서울 2030 도시계획 플랜상 종상향을 하더라도 모든 재건축 단지를 50층으로 높일 수 없는데도 자칫 오인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정화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정부 발표 이후 공공재건축 단지는 종상향을 통해 50층으로 층고 제한이 풀린다고 보도됐는데 이는 잘못된 해석"이라며 "서울 시내에서 용도지역 중 90% 가량이 업무 중심지나 지역 중심지가 아닌 '그 외 지역'으로 분류되는데 이곳에선 상업지역에서 주상복합 형태로 건물을 지어도 층고 40층 제한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대치동 은마, 압구정 현대 등 강남권 주요 재건축 예정 단지가 공공재건축을 선택하더라도 50층 층고 상향을 적용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서울시는 공공재건축 추진 자체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이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기본적으로 서울시는 민간 재건축이 비정상적으로 지연된 것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정부 정책에 참여해서 가겠지만 공공재건축 정책 방향은 찬성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과천청사부지 택지 개발 반대한 과천시장
지자체장이 더불어민주당인 과천시도 정부 대책 발표 직후 반대 성명을 냈다. 택지 후보지로 선정된 정부청사 부지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과천시는 이날 오후 발표한 김종천 시장 명의 성명서에서 "도시발전 측면은 고려하지 않고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과천을 주택공급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있다"며 "무리한 부동산 정책이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행정부가 2012년 세종시로 이전한 이후 과천에 대한 보상이나 자족기능 확보를 위한 어떤 대책도 나온 게 없다”며 “지역공동화 방지나 상권 활성화를 위한 요청은 묵살하고 주택만 공급하겠다는 건 과천시민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것”이라고도 했다.

정부는 이날 과천청사 일대에 청년과 신혼부부 등을 위한 공공주택 4000가구를 짓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를 정면 반박하는 내용이다.

업계에선 당정이 시간에 쫓겨 무리하게 정책을 밀어붙인 탓에 대책 효과가 반감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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