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딜'로 가는 아시아나 M&A, 채권단 관리체제 되면 직원들 어떻게 되나?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20.08.0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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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 거래 종결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금호산업에 재실사를 제안했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지난 24일 금호산업에 "계약상 진출 및 보장이 중요한 면에서 진실, 정확하지 않고 명백한 확약 위반 등 거래종결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인수상황 재점검 절차 착수를 위해 8월 중순부터 약 12주간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 재실사를 요청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본사 모습. 2020.7.27/뉴스1(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 거래 종결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금호산업에 재실사를 제안했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지난 24일 금호산업에 "계약상 진출 및 보장이 중요한 면에서 진실, 정확하지 않고 명백한 확약 위반 등 거래종결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인수상황 재점검 절차 착수를 위해 8월 중순부터 약 12주간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 재실사를 요청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본사 모습. 2020.7.27/뉴스1


HDC현대산업개발 (17,940원 ▲80 +0.45%)아시아나항공 (11,120원 ▲10 +0.09%) M&A(인수합병)가 끝내 무산 수순으로 접어들 조짐이다. 만약 양사의 딜이 깨지면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 체제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인력 구조조정은 피할 수 있어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오히려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 (4,470원 ▼50 -1.11%)과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이 HDC현산에 오는 11일까지 M&A 여부를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한 가운데 기간 내에 HDC현산이 제대로 답변을 내놓지 못할 경우 계약해지 수순을 밟겠다는 입장이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HDC현산이 요구한 아시아나항공 재실사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거부 입장을 내놓았다. 일종의 거래를 지연하기 위한 카드라고 봤기 때문이다.

만약 인수가 무산되면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관리 아래 경영 정상화 과정을 밟을 공산이 크다. 아시아나항공의 현 재무·영업 상태와 코로나19(COVID-19) 장기화 전망을 감안할 때 최소 2~3년은 채권단 관리체제가 유지될 전망이다.



항공업계는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선 채권단 관리체제가 무리한 M&A보다 오히려 더 득이 될 것이라고 본다. 제주항공의 인수가 무산된 이스타항공처럼 인력 구조조정으로 인한 내부 갈등을 피할 수 있는 데다 코로나19에 따른 업황 악화를 버틸 시간도 벌 수 있어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 상황만 잘 버티면 항공사들은 곧바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구조"라며 "채권단 관리체제는 고용도 보장되는 만큼 아시아나 직원들은 이를 더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직원수는 9300여명으로 임원 및 외국인 직원까지 포함하면 1만300여명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매각되는 자회사들 직원수도 만만치 않다. 단적으로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직원수는 각각 1300여명, 400여명 수준이다. 지상조업사인 아시아나에어포트, IT솔루션업체인 아시아나IDT도 각각 직원수가 2300여명, 600여명 정도다.

반면 HDC현산 직원수는 1700여명에 불과하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만도 HDC현산의 5배가 넘는 셈이다. 항공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M&A 과정에서 구조조정은 필연적"이라며 "HDC현산이 정상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했다면 대규모 인력 감축부터 단행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거래 주체인 금호산업 입장에선 더 높은 가격에 재매각이 가능할 수 있다. 단 차등감자에 따른 지분 축소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산업은행은 과거 2016년 현대상선(현 HMM)의 출자 전환 때에도 대주주에 대해 7대1 무상감자를 실시하도록 요구했다.

금호산업은 일단 11일까지 HDC현산의 답변을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HDC현산이 인수의지를 확실히 밝혀 기존 계약대로 마무리 짓는 게 서로가 윈윈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라며 "답변을 기다린 이후 방침을 정하는 수순이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인수 거래가 무산될 경우 HDC현산이 앞서 지불한 2500억원의 계약금 반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금호산업과 HDC현산은 M&A 무산 책임을 서로 상대방에 떠넘기고 있다. 이를 둘러싼 법정공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 경우 과거 사례로 볼 때 HDC현산이 계약금을 돌려받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계약 무산의 모든 법적책임은 HDC현산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금호산업 입장을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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