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전' 불가피…아시아나 계약금 2500억 누가 갖나?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20.08.0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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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전' 불가피…아시아나 계약금 2500억 누가 갖나?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이 요구한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거부하면서 계약해지는 극적인 반전이 없는 한 '정해진 미래'가 됐고 계약이행보증금 2500억원을 누가 갖느냐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이자 계약당사자인 금호산업과 함께 산업은행은 계약파기의 책임이 HDC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에 있다고 본다. 그러나 HDC현산-미래에셋은 계약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급증 등과 재실사 불발 등의 사유를 들어 반환 소송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HDC현산-미래에셋은 지난해 12월27일 아시아나 구주와 신주 인수를 위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 명목으로 2500억원을 냈다. HDC현산이 2010억원, 미래에셋대우가 490억원을 각각 부담했다. 이 돈은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돼 있다.

계약이 무산되면 HDC현산-미래에셋은 계약금 2500억원을 날리게 된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322억원, 2178억원을 갖게 된다.



하지만 HDC현산-미래에셋이 순순히 계약금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HDC현산-미래에셋이 금호산업과 선행조건 이행을 두고 이견을 보여 온 것 역시 계약금을 둘러싼 소송전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얘기다.

HDC현산은 계약을 물리는 순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신뢰를 잃으면서 각종 사업 인·허가권을 쥔 국토교통부의 눈 밖에 나게 된다. 이런 마당에 '실리'라도 챙겨야 하는 상황이다.

채권단은 소송전에 대비해 왔다. 채권단 내부에선 아시아나항공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선 가능한 빨리 M&A 무산을 확정한 뒤 계약금 관련 분쟁은 소송으로 가는 게 낫다는 의견이 진작부터 나왔다. 계약금과 관련한 소송은 금호산업 측이 집중적으로 다루고 채권단은 빌려준 돈을 출자전환하는 등 아시아나항공의 조기 정상화에 매진하겠다는 의도다.


채권단은 이미 거래가 깨진 귀책사유가 HDC현산에 있다며 여론을 환기하기도 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전날 온라인 간담회에서 "금호산업과 산은이 하등 잘못한 게 없다"며 "계약 무산의 모든 법적 책임은 HDC현산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HDC현산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본인들의 책임은 본인들이 지는 게 맞다"고도 했다.

다만 실제 소송전에 돌입하면 이 회장의 공언처럼 안심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했을 때 모든 계약금을 채권단이 갖지 못했다.

한화그룹은 2008년 대우조선해양을 6조3002억원에 인수하기로 산업은행과 양해각서(MOU)를 맺었지만 인수를 포기한 뒤 소송전을 벌였다. 법원은 2018년 1·2심을 뒤집고 산업은행 등에 이행보증금 3150억원 중 1260억원에 지연이자까지 한화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우선협상자였지만 노조의 방해로 실사를 못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물론 아시아나항공과는 사례가 달라서 같은 결론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HDC현산과 금호산업-채권단 양측 모두 오랜 기간 소송전을 염두에 둬왔던 만큼 세부 계약조건과 협상 과정에 대한 치열한 법리 다툼이 벌어질 것"이라며 "한화의 계약 이행보증금 소송이 10년이 걸렸듯,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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