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된 배수로 확인 나갔던 50대 넘어지며 머리 다쳐 ‘뇌사’

뉴스1 제공 2020.08.0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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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중환자실 입원 나흘째 의식 못찾아
월 100만원 부인 벌이로 생계…병원비 ‘막막’

대전의 한 종합병원 중환자실에 입원중인 오모씨.(가족 제공)© 뉴스1대전의 한 종합병원 중환자실에 입원중인 오모씨.(가족 제공)© 뉴스1


(대전=뉴스1) 백운석 기자 = 침수된 배수로를 확인하러 나갔던 50대가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머리를 크게 다쳐 뇌사상태에 빠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특히 그는 종합병원에서 뇌출혈 수술을 받은 후 중환자실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나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데다 의사로부터 뇌사판정까지 받아 가족들이 실의에 잠겨있다.



대전 중구 중촌동 벽화마을 형님 소유 집에서 20년째 살고 있는 오모(53)씨.

그는 지난달 30일 새벽 5시께 시간당 100mm에 가까운 폭우가 쏟아지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불길한 생각에 밖으로 나간 오씨는 집안에 물이 찬 것을 확인하고 곧장 배수로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세차게 뿌려대는 폭우에 오씨는 배수로 인근에서 발이 미끄러지며 콘크리트에 머리를 부딪쳐 큰 부상을 입었다.

그는 곧바로 대전의 한 종합병원에 이송돼 오전 10시 뇌출혈 제거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로 옮겨져 4일째 치료받고 있으나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병원측은 3일 오후 가족에게 뇌사판정 사실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은 오씨 가족은 가장의 갑작스런 비보에 넋을 잃은 채 하루 하루를 눈물로 보내고 있다.

가족들은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지만, 그 보다 당장 수술비 등 그동안 치료비와 앞으로의 병원비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오씨는 뇌사상태로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생명을 지탱하고 있으나 생존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하루 한차례 중환자실을 찾아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오씨는 사고 전까지 건축일을 했다. 하지만 수 년 전부터 경기 침체에다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벌이가 거의 없어 생활고를 겪었다.

현재는 밤·낮으로 봉제공장과 식당 등에서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월 100만 원 가까이 버는 부인(홍모씨·50)의 수입으로 중학생 2명 등 5식구의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부인 홍씨는 남편의 의료비 중 일부라도 도움을 받고 싶은 마음에 지난 3일 중구청 사회복지과를 찾았다. 하지만 ‘남편이 보험에 가입돼 진료비를 2중으로 지급해 줄 수 없어 당장 지원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오씨 가족은 생계 곤란으로 최근 중구청에 기초생활수급권자 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혼한 맏딸(29)은 “갑작스런 아빠의 뇌사상태로 인해 가족들이 실의에 빠져 있다”면서 “앞으로 엄마와 동생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돼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며 울먹였다.

오씨의 부인도 “앞으로 먹고 사는 것도 문제지만, 당장 병원비가 걱정”이라면서 “현재로선 자치단체의 지원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눈시울을 적셨다.

중구청 사회복지과 한 관계자는 “오씨는 최근에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신청해 현재 서류심사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구민인 만큼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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