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원짜리 '명품' 최순실 모자, 코로나에도 잘 팔렸다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0.08.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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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골, 헬렌카민스키 전개하는 에스제이그룹 2Q 깜짝 실적…면세점 타격에도 온라인 호조

헬렌카민스키의 '뉴포트' 햇/사진=헬렌카민스키 공식 홈페이지 헬렌카민스키의 '뉴포트' 햇/사진=헬렌카민스키 공식 홈페이지


2016년 '청와대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가 검찰 출석 당시 착용해 화제가 된 모자 브랜드 '헬렌카민스키'를 전개하는 에스제이그룹이 명품 모자와 캉골키즈 인기로 2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19(COVID-19)로 패션업계 불황이 짙은 상황에서도 좋은 실적을 거둬 눈길을 끌었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스제이그룹 (7,160원 ▼110 -1.51%)은 지난 2분기 매출액이 294억원으로 전년비 3.1%, 1분기 대비 17.9% 늘었다. 영업이익은 62억원으로 전년비 20.4% 증가했고 코로나19 여파가 컸던 1분기와 비교해 80.0% 급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침체를 감안할 때 매출액은 양호한 수준이고 영업이익은 기대 이상이었다.

에스제이그룹은 캐주얼 브랜드 캉골과 캉골키즈와 호주 명품 모자 브랜드 헬렌카민스키를 전개하고 있다. 2분기 캉골 매출액은 151억원으로 9% 감소했으나 헬렌카민스키가 111억원으로 11% 늘었고 캉골키즈는 31억원으로 72% 급증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면세점 채널이 얼어붙자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면서 헬렌카민스키 매출이 늘고 이익률은 오히려 더 좋아졌다. 온라인 채널의 유통수수료율이 면세점보다 더 낮아 영업이익률이 개선된 것이다.

헬렌카민스키는 1983년 헬렌 마리 카민스키가 호주에서 창업한 브랜드로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섬에서 나는 최고급 라피아(야자잎) 소재로 만든 모자 브랜드다. 국내에서 신세계·현대백화점 등에 입점했고 가격대는 20만원~50만원대다. 명품업계에서 '틈새'에 해당하는 모자 카테고리에서 독보적인 브랜드 입지를 구축했다는 평을 받는다.

40만원짜리 '명품' 최순실 모자, 코로나에도 잘 팔렸다
올해는 헬렌카민스키의 썬캡 모자 '비앙카'가 30~40대 육아맘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한 때 품절 대란이 일기도 했다. 비앙카의 가격은 20만원으로 헬렌카민스키 제품군 중에는 저렴한 편이다.


에스제이그룹의 대표 브랜드 캉골은 코로나19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기준 오프라인 매출 비중이 78%로, 상반기 매출액은 341억원으로 5% 역성장을 기록했다. 캉골이 다소 고전한 반면 캉골키즈는 매출 규모가 아직 크지 않지만 72%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고성장을 나타냈다. 2018년 8개였던 캉골키즈 매장은 2020년 6월 기준 25개로 늘었다. 하반기에도 7개 이상 출점 예정이다.

올해 말에는 캉골 브랜드의 IP(지적재산권)을 보유한 영국 IBML과 수출법인 조인트 벤처를 설립 예정이다. 국내에서 해외 브랜드의 라이센스를 전개하는 업체가 해외 본사와 조인트 벤처를 설립한 전례가 거의 없는 것을 고려할 때 이례적인 성과라는 분석이다.

한경래 대신증권 연구원은 "면세점 매출 공백에도 헬렌카민스키, 캉골키즈가 실적 회복을 견인했다"며 "2021년에는 북미·중국 등 글로벌 수출 계획 등 모멘텀도 보유해 성장 기대감이 여전하다"고 판단했다.

사업 호조에 에스제이그룹은 지난달 31일 서울 성수동에 신규사업을 위한 건물도 인수했다. 양수금액은 180억원으로 자산 총액 대비 19.6%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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