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층 아파트 거절한 서울시…공공재건축 5만가구 '빨간불'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유엄식 기자 2020.08.0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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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층 아파트 거절한 서울시…공공재건축 5만가구 '빨간불'


정부가 서울 도심의 주택공급 대책의 핵심으로 공공참여형 재건축을 꺼내 들었지만 실제 5만 가구 공급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용적률을 최대 300%에서 500%로 풀고 층수를 50층까지 허용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주거지역 35층 층고제한을 고수하는 바람에 실제 공급되는 물량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해 층고제한을 높인다고 해도 광역·지구중심 지역이 아니라면 고고 층수는 40층으로 묶인다. 대치동 은마 50층 아파트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35층 층고 결국 못풀었다.. 은마 50층 불가능, 재건축 5만가구 '불투명'
4일 정부와 서울시는 서울 도심에 13만2000가구 공급 대책을 발표하면서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으로 5만 가구를 짓겠다고 밝혔다. 전체 공급물량의 37.8%에 해당할 정도로 공공 재건축은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SH서울도시주택공사 등 공공이 참여하는 재건축은 용적률을 최대 300%에서 500%로 완화(주거지역 기준)해 주고 층수도 50층까지 허용하는 게 골자다. 공급 주택 숫자를 2배 가량 늘리는 대신 늘어난 용적률의 50~70%는 공공이 환수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5년간 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안전진단을 통과했으나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않은 서울 93개 사업시행 초기 재건축 단지 총 26만 가구가 대상인데 국토교통부는 약 20%가 참여한다고 가정해 계산했다.

그런데 실제 이만큼 공급될지는 미지수다. 용적률 상향과 함께 층고제한 35층이 풀려야 가능하지만 서울시가 기존의 높이관리 기준을 끝까지 고수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공 재개발을 하려는 아파트가 주거지역에 있다면 35층 층고 제한에 그대로 묶인다. 정부는 '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용도 상향하면 현행 높이관리 기준으로도 최고 50층까지 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서울시의 높이관리 기준에 따라 서울 도심은 △도심광역중심,△ 지역지구중심, △그 외 지역 등 3가지로 나뉘는데 도심·광역중심 지역 혹은 지역·지구중심 지역이어야 50층까지 허용된다. '그외 지역'은 높이 지어봤자 40층으로 제한된다. 예컨대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도심 지역이라서 50층까지 가능하지만 대치 은마, 압구정 재건축 단지 등은 재건축 단지가 들어선 서울의 대부분 지역은 '그 외 지역'에 해당한다.

특히 도심·지구중심 지역이라고 해도 순수한 주거용이라면 또 50층을 지을 수 없다. 상가를 끼고 주상복합으로 지을 경우에만 50층이 가능하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50층으로 짓기 위해선 결국 주상복합으로 지어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 관계자는 "주상복합 건물에 넣는 상기 비율은 현행 10%에서 그 이하로 낮추기 위해 관련 서울시 조례 개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10% 이하로 낮추더라도 결국 상가 건물을 넣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정부는 한 건물에 주거와 상가를 함께 넣지 않고 상가를 별도로 빼는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확정되지 않았다.

결국 50층 아파트를 짓기 위한 종상향이나 상가비율 축소 등은 서울시가 결정해야 하는 문제다. 하지만 서울시가 공공 재건축 규제에 대해 '대놓고'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나섰다. 공공재건축 5만 가구 물량에 '난항'이 예상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공급대책 발표후 기자 간담회에서 "공공재건축은 분양가 상한제 제외도 없어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느냐는 실무적인 의문이 좀 있다"며 "서울시는 별로 찬성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35층 층고제한을 유지한 데 이어 종상향, 상가비율 축소 등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결국 13만 주택 공급 가운데 5만 가구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현금 기부채납 빠져 조합들 움직일지도 관건
50층 아파트 거절한 서울시…공공재건축 5만가구 '빨간불'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는 용적률 상향에 따라 사업성이 확보되면 공공 재건축도 고려해 보겠다는 입장이지만 늘어나는 주택의 50~70%를 기부채납으로 환수토록해 재건축 조합이 움직일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용적률을 기존 250%에서 500%로 늘린다고 가정하면 늘어난 용적률 250% 중에서 절반은 기부채납 방식으로 임대와 분양으로 내놔야 한다"며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는 공공임대나 공공분양이 섞이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기 때문에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당초 기부채납의 한 방식으로 현금채납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국토부는 이를 검토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편 공공재개발을 통해서는 2만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정부는 정비예정구역이나 정비해제구역 등 정비구역으로 지정하지 않은 구역도 공공재개발을 허용키로 했다. 뉴타운 등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가 사업지연으로 해제된 176개 정비구역 가운데 145개가 서울 노원, 도봉, 강북 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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