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살리자 코로나도 되살아난 日·유럽…한국도 '남일' 아니다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08.0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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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장려 정책 펼치는 주요국 코로나19 확산 증가세…개인 방역수칙 느슨해지는 한국도 안심 못해

지난 1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물놀이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사진=뉴스1지난 1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물놀이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사진=뉴스1


코로나19(COVID-19)로 고꾸라진 경제와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해 전 세계가 팔을 걷어 부치며 여행장려 정책을 펼치자마자 '코로나 역풍'을 맞고 있다. '여행 가라'며 통 큰 지원책을 내놓은 일본은 확진자가 급증했고, 유럽에선 제대로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여행객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 관광당국도 여행소비·내수진작을 위해 국내여행 활성화 정책을 펼치고 있단 점에서 위기감이 높아진다. '7말8초' 휴가 성수기가 시작하자마자 올 여름 최고 인기 여행 콘텐츠인 캠핑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데 이어 해수욕장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들이 보이고 있어서다.

관광 살리는 주요국, 코로나도 살아났다
지난달 27일 일본 전통 기모노를 입은 관광객들이 도쿄 아사쿠사 지구를 걷고 있다. /사진=뉴스1지난달 27일 일본 전통 기모노를 입은 관광객들이 도쿄 아사쿠사 지구를 걷고 있다. /사진=뉴스1
4일 NHK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일본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4만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25일 3만명이었던 누적 확진자 수가 열흘도 안돼 1만명이나 늘어났다. 올해 초 첫 확진자 발생 후 1만명이 될 때까지 3개월이 걸렸단 점을 고려하면 최근 코로나 확산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안팎에선 정부의 국내여행 장려정책이 독이 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은 지난달 22일부터 1조3500억엔(약 15조원)을 쏟아부어 국내여행 비용의 최대 50%(1박 기준 2만엔)를 지원하는 등 각종 여행·외식·쇼핑 할인 이벤트인 'Go To Travel(고투 트래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정책이 시작하면서부터 확진자가 대거 쏟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지자체들 사이에서 여름휴가를 신중히 고려해달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사람들이 해변을 즐기는 동안 한 여성이 인근 건물 난간에 엎드려 담배를 피우고 있다. /사진=AFP, 뉴시스지난달 21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사람들이 해변을 즐기는 동안 한 여성이 인근 건물 난간에 엎드려 담배를 피우고 있다. /사진=AFP, 뉴시스
확진자 급증으로 난감한 것은 유럽도 마찬가지다. 최근 스페인, 프랑스 등 각국이 국경을 개방하고 여행 관련 시설들의 운영을 재개하자 해변가 등 휴양지로 여행객들이 모이면서 연일 1000명을 웃도는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마스크를 쓰지 않는 등 방역수칙을 무시하고 광란의 파티를 벌이면서 코로나 확산에 부채질 하고 있단 지적이다. 이에 영국이 스페인 여행자제를 권고하는 등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관광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높은 고용 비중은 물론 침체된 소비심리를 일으키는 데 효과적이란 점에서 여행 장려정책은 경제회생을 위한 어쩔 수 없는 고육책이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가 '현재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소 섣부르게 관광회복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을 내놨다가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책을 뒤따르지 못하는 방역에 대한 여행객들의 낮은 인식도 피해를 키우는 데 한 몫하고 있다.


'국내여행 활성화' 외치는 韓, 결과는
[강릉=뉴시스] 김경목 기자 = 해수욕장 개장 첫날인 17일 오후 피서객들이 강원 강릉시 안현동 경포해수욕장에서 여름을 즐기고 있다. 강릉시에 따르면 피서객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확산 예방을 위한 사전 조차로 행해지는 QR코드 전자출입명부 등록, 발열 상태 확인, 파란색 손목밴드를 받은 다음 해수욕장에 입장하게 된다. 야간에는 음주, 음식물 섭취 등이 금지된다. 어기면 처벌받는다. 2020.07.17. photo31@newsis.com[강릉=뉴시스] 김경목 기자 = 해수욕장 개장 첫날인 17일 오후 피서객들이 강원 강릉시 안현동 경포해수욕장에서 여름을 즐기고 있다. 강릉시에 따르면 피서객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확산 예방을 위한 사전 조차로 행해지는 QR코드 전자출입명부 등록, 발열 상태 확인, 파란색 손목밴드를 받은 다음 해수욕장에 입장하게 된다. 야간에는 음주, 음식물 섭취 등이 금지된다. 어기면 처벌받는다. 2020.07.17. photo31@newsis.com
한국도 일본과 비슷한 여행장려 정책을 펼치고 유럽처럼 여행심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높아진다. 관광당국에서 지난달 '2020 특별여행주간'을 실시했고 숙박과 관광을 포함, 8대 분야에서 1600여억원을 들여 소비쿠폰과 90억원을 들여 하반기 여행수요를 끌어올릴 '국내여행 조기예약 할인상품 지원사업' 등을 계획하고 있다.

문제는 여행지에서 마스크 착용 등 개인방역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발생한 홍천 캠핑장 확진이 대표적이다. 실외 레저활동이라 거리두기가 가능하단 생각에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일가족 등 캠핑 여행객 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여름 성수기 대표 피서 장소인 해수욕장에서도 안전불감증이 커지고 있다. 정부에서 해수욕장 입장인원을 제한하고 마스크 착용 단속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비교적 통제한 느슨한 제주나 강원도 일부 해변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돌아다니는 피서객을 쉽게 볼 수 있다. 서핑족들이 모이는 서피비치로 유명한 양양 해수욕장 인근 게스트하우스에선 밤 마다 클럽처럼 DJ파티가 벌어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사진=인스타그램 캡처
방역당국과 관광업계에선 시설 자체적인 방역만큼 '안전여행'을 위해 여행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휴가를 즐기면서도 '생활방역' 지침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많은 이동과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되는 만큼 휴가철 방역 관리 성패가 하반기 코로나19 관리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이번 휴가에는 집이나 집 근처의 장소, 한적한 휴가지에서 휴식하고, 가족 단위의 소규모로 이동하며 휴가지에서도 밀집·밀접·밀폐(3밀)된 환경은 피하는 등 방역수칙을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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