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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비 2만원' 쿠팡, 배민 합병 도우미?[이진욱의 렛IT고]

머니투데이 이진욱 기자 2020.08.0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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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배달앱 점유율 늘리며 배민 위협…배민 합병에 긍정 변수로 떠올라

편집자주 IT 업계 속 '카더라'의 정체성 찾기. '이진욱의 렛IT고'는 항간에 떠도는, 궁금한 채로 남겨진, 확실치 않은 것들을 쉽게 풀어 이야기합니다. '카더라'에 한 걸음 다가가 사실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하는 게 목표입니다. IT 분야 전반에 걸쳐 소비재와 인물 등을 주로 다루지만, 때론 색다른 분야도 전합니다.
배민라이더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배민라이더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우아한형제들이 배달의민족(배민)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배경엔 쿠팡이 있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은 지난해 12월 매각 배경에 대해 "배민은 국내 배달앱 1위지만, 최근 C사와 국내 대형 IT플랫폼 등의 진출에 거센 도전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 의장이 언급한 C사가 바로 쿠팡이었다. 쿠팡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의 막대한 자본을 등에 업고 있다. 비전펀드는 2018년 11월 쿠팡에 20억 달러(약 2조3000억원)를 투자했다.

쿠팡, 배달비 대폭 인상하며 파격 행보…배달앱 점유율 변화


김 의장의 우려는 엄살이 아니었다. 쿠팡, 위메프 등 배달앱 후발주자들은 파격 행보를 보이면서 시장에서 가파르게 세를 넓히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지난달 쿠팡이츠와 위메프오는 각각 배달앱 사용자 수 3위와 4위를 차지했다.

쿠팡이츠는 월간 활성사용자 수(MAU) 55만 명, 위메프오는 38만 명을 기록했다. 연초 쿠팡이츠와 위메프오의 합산 숫자보다 높은 51만명의 MAU를 자랑하던 배달통은 5위(26만 명)로 밀렸다. 10년 가까이 유지된 3강(배민·요기요·배달통) 구도가 깨진 것이다.



특히 쿠팡의 기세가 매섭다. 마케팅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입점 식당을 늘리기 위해 주문수수료 1000원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소비자에겐 첫 주문시 모든 매장에서 7000원 할인 쿠폰을 지급한다. 지난해 5월 배달앱 시장에 발을 들인 쿠팡이츠의 무기는 '빠른 배송'. 쿠팡이 배달앱 시장에 본격 진출한 것도 '로켓 배송'에 대한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면서다. 기존 서비스 지역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한정됐지만, 지난 6월부터 서울 전 지역으로 확장했다. 최근엔 경기 용인시 기흥과 수지까지 발을 뻗었다.

쿠팡은 배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배달 기사들을 싹쓸이할 기세다. 대폭 인상된 배달비를 당근으로 제시한다. 최소 5000원에서 비가 올 땐 약 1만7000원에서 많게는 2만원이 넘는 건당 배달비를 뿌렸다. 배민의 배달비는 3000원 수준. '모래알'로 비유되는 배달 기사들은 너도 나도 쿠팡으로 몰렸다. 부랴부랴 배민이 배달기사 확충 계획을 발표하고, 요기요가 배달비 인상에 나선 이유다.

쿠팡 이츠/사진=쿠팡쿠팡 이츠/사진=쿠팡
쿠팡은 위협 아닌 합병 지원군?…네이버·카카오·공공배달앱도 변수
쿠팡이 배민에 위협인 것만은 아니다. 쿠팡의 성장이 역으로 배민의 독과점 이미지를 덜어주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DH는 배민의 지분 87%를 40억 달러(4조75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독과점 우려가 불거졌다. DH가 소유한 요기요, 배달통과 배민이 합쳐질 경우 시장점유율이 약 99%에 달하기 때문이다. 기업결합 심사 중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선이 배민 독과점에 따른 갑질 여부로 쏠린 배경이다.

쿠팡 등 배달앱 경쟁자들이 점유율을 늘려갈수록 배민은 독과점 부담을 덜 수 있는 구조다. 쿠팡의 성장은 현재진행형이다.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점유율을 더 늘려갈 여지가 커 보인다. 위메프오 역시 적극적이다. 다음달부터 '중개 수수료 0%' 정책으로 점유율 확대에 사활을 건다.

긍정 변수는 또 있다. 배달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네이버, 카카오다. 네이버가 지난해 1월 시작한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의 지난 2분기 주문량은 전년 동기보다 12.5배 늘었다. 인근 시장에서 장을 보면 2시간 이내에 배송해준다. 장보기가 가능한 시장은 연내 40개로 늘어난다.


카카오의 ‘카카오톡 주문하기’도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중소사업자로 범위를 넓혀 등록업체를 늘리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프랜차이즈 50개를 포함해 2만여 곳이 입점했다. 다음달 시범테스트를 시작하는 경기도 공공배달앱도 있다. NHN의 막강한 자본력과 결제 인프라로 배달앱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여줄 것으로 업계는 본다.

공정위는 이르면 다음달, 늦어도 연말까진 배민과 DH 간 기업결합 심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쿠팡 등 신규 사업자들의 점유율 확장 움직임은 지속될 전망이다. 쿠팡이 배민 매각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하는 묘한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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