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빚투·부동산 패닉바잉…신용대출 한달새 2.6조 늘었다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김평화 기자 2020.08.0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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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최근 5개월 신용대출 잔액 추이/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5대 은행 최근 5개월 신용대출 잔액 추이/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


주식시장에서 ‘빚투’(빚내서 투자)가 트렌드가 되고 부동산시장에서 ‘패닉바잉’(공황구매)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신용대출이 크게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다른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의 증가세가 한풀 꺾인 것과 대조적이다. 시중은행들은 ‘대출 쏠림’에도 제동을 걸기 어려워 난감한 분위기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신용대출 잔액은 120조2043억원으로 전월대비 2조6810억원(2.28%)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원화대출 규모는 0.68% 늘어나는 데 그쳤고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0.3%,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의 증가율도 0.81%, 0.68%에 머물렀다.

이러한 흐름은 2개월째 동일하게 이어지고 있다. 6월에도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전월대비 2조8374억원(2.47%) 늘었고 다른 대출의 경우 증가세가 주춤했다. 코로나19(COVID-19) 충격이 고스란히 경기에 반영됐던 3~4월엔 중소기업, 대기업 대출의 증가 곡선이 가팔랐다.



은행권에선 투자 명목의 신용대출이 가장 많이 나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생활안정자금 명목으로 대출을 받은 사람은 무급휴직 중인 직장인 등 일부로 보인다”며 “주식 투자자들, 부동산 투자자들이 신용대출을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빚투는 요구불예금 통장을 깨는 움직임과도 연결된다. 아무 때나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요구불예금 잔액은 올해 들어 지난달에 처음으로 줄었다. 상반기 동안 매월 꾸준히 늘어 1월말 454조2766억원에서 6월말 534조1766억원이 됐는데 지난달엔 523조3725억원으로 10조원 넘게 감소했다. 고여 있던 돈이 투자처를 찾아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된다.

주식 투자와 관련, 증권사 2분기 호실적의 주역은 ‘동학개미’라고 할 정도로 새롭게 투자를 시작한 ‘주린이’(주식+어린이, 초보 투자자)들이 많아졌다. 부동산 대책이 잇따라 나오고 집값은 오히려 치솟자 불안감에 집을 산 ‘패닉 바잉’ 현상도 뚜렷해졌다. 주택담보대출을 받기엔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야 하기에 신용대출로 선회한 것이다.


신용대출은 각종 증빙 서류가 필요한 다른 대출에 비해 ‘만만하다’는 장점이 있다. ‘컵라면 대출’로 불릴 정도로 문턱이 낮고 받기가 쉬운 데다 최근 들어 금리가 떨어져 수요가 많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은행권 신용대출 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 연 2.93%다. 통계를 낸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데다 2%대로 떨어진 건 처음이다.

신용대출이 2개월 연속 ‘나홀로 급증’ 곡선을 그리면서 은행권은 난감해졌다. 시중은행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 쏠림을 막기 위해 애쓴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이 나서서 신용대출을 조여주길 바라는 눈치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지원 차원에서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들은 최근에도 한도 조정을 검토했으나 구현하진 못했다.

A은행 관계자는 “연간 취급하려는 신용대출 총 한도를 어느정도 정해뒀는데 약 50%가 이미 소진된 터라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줄이는 방법을 써야 하는데 코로나 시국 등 분위기를 감안하면 어렵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신용대출이 점점 더 늘어날 일만 남았다”며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주거나 리스크 관리 중요성을 언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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