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전 中서 실종된 아들, 기적처럼 찾았다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명룡 특파원 2020.08.0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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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총영사관 직원들이 김씨를 찾는 데 도움을 준 베이징시 민정국과 외사판공실(외국인 업무 담당)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사진=베이징 총영사관베이징 총영사관 직원들이 김씨를 찾는 데 도움을 준 베이징시 민정국과 외사판공실(외국인 업무 담당)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사진=베이징 총영사관


"중국에서 실종된 아들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찾아주세요."

7년 전 중국에서 아들을 잃어버린 박모씨는 정말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지난 3월 한국의 수사당국에 아들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유난히 중국을 좋아했던 아들 김모씨(당시 29세)가 중국을 방문한 건 지난 2012년12월이었다. 가벼운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그가 어떻게 중국에까지 이르게 됐는지는 가족들도 과정을 잘 모른다.



김씨는 휴대폰도 없이 중국을 떠돌았다. 혹시 몰라 아들에게 쥐어 준 현금카드에서 돈을 인출했다는 알람으로 가족들은 아들의 소식을 접했다.

2014년 7월 이후 김씨가 더 이상 현금을 인출하지 않았다. 김씨는 드넓은 중국에서 그렇게 실종됐다. 김씨를 찾기 위한 가족들의 노력은 이어졌다. 그렇지만 휴대폰도 없던 김씨가 중국에서 남긴 흔적은 그를 찾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중국 당국에 수사를 요청하고 공조 수사를 벌였지만 별다른 성과도 없었다. 김씨는 중국에서 거짓말처럼 증발해 버렸다.



그렇게 끝날 것 같은 실종사건은 기적적으로 해결됐다. 지난 2월 베이징 총영사관에 부임한 강태원 경찰영사는 7년 넘게 해결되지 않은 이 사건을 맡았다. 7년 동안 아무 흔적이 없다면 병원이나 수감시설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씨의 인상착의를 담은 공문을 민정국에 보내 행방을 수소문을 했다.

민정국은 응급구조 업무 등을 담당하는데 경증 정신질환을 앓는 김씨가 이들을 통해 구조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그런데 한 민정국 담당자가 김씨와 인상착의 비슷한 이를 2014년 11월에 정신병원에 긴급 입원시킨 적이 있다고 연락을 해왔다. 현금인출이 끊긴 시기와 시차가 있지만 일단 신원을 확인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 5월8일 DNA 검사결과 모자 관계로 최종 확인됐다.

이제 김씨를 가족의 품에 돌아가게 하는 일이 남았다. 김씨는 톈진에서 차로 5시간 떨어진 허베이(河北)성 헝수이(衡水)에 있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 하지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이 엄중했던 탓에 김씨는 한국으로 귀국시키는 일이 쉽지 않았다.


베이징 총영사관은 지난달 24일 삼성의 전세기를 주목했다. 김씨를 한국으로 보낼 수 있는 가장 빠른 비행편이었다. 김씨의 어머니는 삼성의 적극적인 배려로 이 전세기를 타고 톈진(天津)으로 왔다.

베이징 총영사관은 김씨의 어머니가 코로나19로 인해 격리조치를 당하지 않도록 협조를 이끌어 냈다. 베이징시 민정국 긴급구조중심은 김씨를 헝수이에서 톈진으로 데리고 왔다. 비록 비행기에서 내리진 못했지만 이 비행기 안에서 7년7개월만에 아들 김씨와 상봉했고 이후 귀국길에 올랐다.

여럿의 노력과 커다란 행운이 기적을 만들어냈다. 김씨의 어머니 박모씨는 지난달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중국 허베이성 헝수시 정신병원 관계자, 강태원 경찰영사, 아시아나 승무원팀, 양천경찰서 수사관, 베이징 총영사 등 관계자와 관계기관을 거론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박씨는 "8년 동안 아픈 아들을 생각할 때 편한 날이 없었다"며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이며 훌륭하고 유능한 공직자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썼다. 그는 "남들은 해결할 수도 없는 어려운 일을 해결해준 이들을 칭찬하고 싶다"며 "모든 관계자분들에게 감사하며 더욱 열심히 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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