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 뺨 때리고 담뱃불로 지졌는데…"벌금 300만원"

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2020.08.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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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왕따,외로움,직장,따돌림,직장내따돌림,여자,우울,괴롭힘 / 사진=김현정디자인기자삽화,왕따,외로움,직장,따돌림,직장내따돌림,여자,우울,괴롭힘 / 사진=김현정디자인기자


정부가 '데이트 폭력'과 전쟁을 선포한지 2년이 지났지만 형사 입건 비중은 해마다 감소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 숫자가 꾸준히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처벌에 여전히 적극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수사당국이 데이트 폭력을 아직까지도 사적인 영역으로 접근하고 있어 수사와 처벌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한다.

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12단독 박창희 부장판사는 지난달 16일 A씨에 대해 특수폭행한 혐의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3월 29일 새벽 피해자 B씨의 서울 성동구 자택에 찾아가 나무 테이블로 B씨의 머리를 가격하고 뺨을 수 차례 때리며 머리채를 잡아끄는 등 폭행을 가했다. B씨가 다른 남자를 만났다는 이유에서 였다.

분이 풀리지 않자 A씨는 폭행 당시 피고 있던 담배꽁초로 B씨의 왼쪽 손목을 지지기도 했다. 박 판사는 "A씨가 B씨를 여러 차례에 걸쳐 폭행해 죄질이 좋지 않고 나무 테이블로 머리를 때려 자칫하면 위험한 결과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A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집행유예 이상의 처벌을 받은 점 등을 고려했다"며 "범행은 '치정관계'에서 발생한 것으로 피고인이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데이트 폭력 신고↑, 형사 입건↓…"수사당국의 소극적 태도 변화해야"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문제는 이같은 데이트 폭력 사건 신고가 해가 갈수록 늘고 있지만 정식 재판으로 회부될만큼 경찰 단계에서 수사가 진행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경찰이 사건을 '입건'해 공식 수사를 진행해야 법원의 판결까지 이어질 수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데이트 폭력 관련 신고는 총 6만2111건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2016년 9364건 △2017년 1만4136건 △2018년 1만8671건 △2019년 1만9940건 순이다.

반면 신고 건수 대비 형사입건 비중은 해마다 감소 중이다. 2016년엔 89.4%, 2017년 72.9% 수준이었지만 2018년엔 54.9%로 급감하고 지난해엔 49.4%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데이트 폭력을 아직까지 연인간의 단순한 다툼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사정당국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A씨의 사례에서도 재판부는 '치정관계'임을 고려해 선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도연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 소장은 "내가 폭행을 당했다고 피해자에서 적극적으로 입증을 해야 한다"며 "정신적 폭력, 신체적 폭력을 당했다고 증명해야 하는데 보통 증거가 충분치 않아 신고를 접수해도 수사로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직접 합의하라고 종용할때도 많다"며 "피해자는 가해자와 경찰 사이에서 합의 권유를 받으면 추후 보복도 두렵고 폭행 입증이 어려워 결국 포기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적법한 수사 절차를 밟는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데이트 폭력은 주로 폭행이나 협박으로 범죄가 구분되는데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 피의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해 형사 입건 건수가 적게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일선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고 경찰 수사를 원할 경우 이를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수사관은 없다"며 "피해자가 신고했을때 신변 보호 요청에 그치거나 처벌을 원치 않으면 경찰이 입건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통계에서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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