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3초, 지급 5분"···AI의 '열공'.. 보험금 지급 당겼다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20.08.05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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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금융강국 코리아]<한화생명①>보험금 지급, AI의 눈은 속일 수 없다

편집자주 세상을 코로나 이전/이후(Before Corona/After Corona)로 구분하는 건 하나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통념이 됐다. 이른바 AC 시대에 글로벌 밸류체인이 위협받으면서 ‘언택트’가 대세가 됐다. 금융 역시 이런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대면 위주의 영업방식은 빠르게 비대면으로 대체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으로 영토를 넓혀 가던 국내 금융회사들은 이제 디지털금융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심사 3초, 지급 5분"···AI의 '열공'.. 보험금 지급 당겼다


# “즉시조사”. 모니터에 흔치 않은 표시가 떴다. AI(인공지능) 시스템이 부자연스러운 보험금 지급 신청 건을 발견한 것이다. 요추 추간판탈출증(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고 입원비를 청구한 40대 남성이었다. 30일 동안 입원했다고 했는데 비슷한 나이대와 비슷한 증상으로 입원했던 대부분의 환자들은 20일 정도만 입원했던 데이터를 AI가 찾아냈다. 실제 30일 간 입원했었는지를 확인하고자 조사팀이 곧바로 현장에 투입됐다.

한화생명이 올해 초 업계 최초로 도입한 클라우드 서버 기반 ‘클레임 AI 자동심사 시스템(클레임 AI)’이 부당 청구 가능성이 있는 심사 건을 찾아낸 사례다. AI는 2초 만에 문제가 있음을 식별했다. 대부분이 3~5초를 넘기지 않는다. 가장 오래 걸린 심사건이 36초였다.



AI가 아니었다면 보험심사팀 직원이 비슷한 사례를 일일이 들여다 봐야 한다. 실손보험의 경우 사람이 심사를 하면 건당 평균적으로 약 11분이 소요된다. 이는 단지 평균일 뿐이다. 어떤 경우는 수일이 걸리기도 한다. 그 만큼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한화생명은 향후 5년간 100억원 이상의 비용절감을 기대한다.

부당 청구 찾아내는 ‘클레임AI’…데이터 1100만건 ‘열공’
한화생명의 ‘클레임 AI’는 인공지능 핵심 기술인 머신러닝(기계학습)과 구글의 알파고로 유명해진 ‘강화학습’을 기반으로 구축됐다. 한 번의 개발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되는 보험금 청구 사례 데이터 학습을 통해 진화를 거듭하는 시스템이다.



‘클레임 AI’는 올해 초 실전에 투입되기 전에 과거 3년간 축적된 1100만건의 보험금 청구 데이터를 총 3만5000번의 학습 과정을 통해 익혔다. 처리한 결과를 실제로 믿어도 되는지 확인에 또 확인을 거듭 했다. 실전 배치 이후에도 두 번의 고도화 학습을 더 했다.

‘클레임 AI’는 보험료 지급 청구가 들어오면 이를 분석해 확률에 따라 △지급 △심사의뢰 △즉시조사 등 3가지 구분한다. 보험급 ‘지급’ 결정이 대부분이다. 부정 청구 등의 사안이 의심되면 ‘즉시조사’가 뜬다. 이후 담당 조사팀이 배정돼 살펴 본다.

AI조차도 ‘지급’해야 할지, 아니면 ‘즉시조사’로 결정해야 할지 판단이 어려운 경우 ‘심사의뢰’로 분류된다. 전문 심사 직원이 직접 청구 서류를 검토하며 보험금 지급 여부를 판단한다.


보험금 청구에서 지급까지, 24시간→5분
"심사 3초, 지급 5분"···AI의 '열공'.. 보험금 지급 당겼다
한화생명의 보험금 청구 자동심사비중은 ‘클레임 AI’ 도입 이후 28%까지 늘었다. 보험금 청구 고객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24시간 이내에서 5분 내외로 확 줄었다. 한화생명은 2022년까지 자동심사 비중을 전체의 절반까지 끌어올리려고 한다.

‘클레임 AI’ 도입으로 업무 효율화를 이뤘지만 보험금 청구 심사 인력은 줄이지 않는다. AI 시스템은 위험도가 비교적 적은 심사를 주로 하고, 기존 심사인력은 갈수록 복잡·다양해지고 있는 난이도 높은 보험금 청구건에 투입한다. 심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준노 한화생명 보험코어S구축TF(태스크포스)팀장(상무)은 “‘클레임 AI’의 자동심사 비중을 끌어 올려 직원들은 위험도가 높은 심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실손보험 청구건이 늘었고 오래된 보유 계약도 증가해 오히려 심사 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화생명 ‘보험코어 시스템’ 2022 상반기 완료
‘클레임 AI’ 시스템은 한화생명이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차세대 보험 서비스 구축 계획인 ‘보험코어 시스템’ 상용화의 일환이다. 한화생명은 앞으로 보험금 지급 분야 외에도 상품개발과 고객서비스에 AI 등 디지털 기술과 시스템을 적용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보험코어 시스템’ 구축은 2022년 상반기에 마무리된다.

2011년 이후 가입한 새 계약 70만건을 성별, 연령, 체질량지수, 음주·흡연여부 등으로 분석해 고객별 위험도를 예측하는 시스템 ‘HUSS’는 최근 개발을 마쳤다. 이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서비스를 고도화한 예다. HUSS에 힘입어 연간 100억원의 보험료 추가 유입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한화생명의 AI와 빅데이터 기술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이준섭 AI플러스팀장(상무)은 “비대면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편의성’에 집중해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며 “보험 본업을 효율화하고 자동화해 고객의 일하는 방식·생활의 변화를 반영한 신사업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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