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일 걱정에…올해도 여름휴가 반납한 文대통령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20.08.04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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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7.28.   since1999@newsis.com[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7.28. [email protected]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여름휴가를 반납했다. 중부지방 등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곳들에 대한 상황을 점검하고 관련 대책을 직접 챙기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여름휴가를 취소한 건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3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계획된 휴가 일정을 취소하고, 호우 피해 대처 상황 등을 점검할 것”이라며 “추후 휴가 일정은 미정이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이 여름휴가때면 남북관계 문제 등 대형 이슈 탓에 휴가를 취소하거나, 휴가지에서 업무를 챙겼는데 올해도 집중호우 때문에 순탄치 않은 휴가 시즌을 보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성=뉴시스] 김종택기자 = 집중호우가 내린 3일 오전 경기 안성시 일죽면의 한 양계장이 산사태로 무너져 있다. 2020.08.03.  semail3778@naver.com[안성=뉴시스] 김종택기자 = 집중호우가 내린 3일 오전 경기 안성시 일죽면의 한 양계장이 산사태로 무너져 있다. 2020.08.03. [email protected]
靑 “문 대통령 휴가일정 취소, 호우피해 등 점검”
문 대통령은 당초 이날부터 7일까지 5일간 경남 양산시 매곡동 사저 등으로 여름휴가를 다녀올 계획이었다. 주말(1~2일)을 포함해 쉬기 위해 지난달 31일 금요일 밤 업무를 마치고 양산으로 갔다. 그때까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주말을 보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집중호우 사태가 심각해지자,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휴가를 취소하고 곧바로 서울로 올라왔다.


문 대통령은 평소보다 늦은 오전 11시께 현안점검 회의를 직접 주재한 자리에서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며 "인명 피해가 추가로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총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또 "저지대 상습침수지역, 산사태나 붕괴 우려 지역 등은 사전에 철저히 통제하고 주민들도 대피시켜 안타까운 희생을 미연에 방지하도록 최선을 다해달라"며 "구조 과정에서 안전에 각별히 유의하고 구조하다가 희생되는 일이 더는 없도록 각별히 신경써달라"고 주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어떤 자리에서 당부 메시지를 전달한 것인가'란 기자들의 질문에 "참모들에게 각별히 호우 상황에 대한 대처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하는 자리에서 말씀하셨다"면서도 구체적인 시점은 특정하지 않았다.

【서울=뉴시스】 홍지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후 첫 여름휴가였던 2017년 7월31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오대산에서 등산 중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7.07.31. (사진=독자 이경미씨 제공)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 홍지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후 첫 여름휴가였던 2017년 7월31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오대산에서 등산 중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7.07.31. (사진=독자 이경미씨 제공) [email protected]
文 대통령, 취임 첫해부터 험난했던 여름휴가
문 대통령은 취임 첫해부터 순탄치 않은 여름휴가를 보냈다. 휴가 출발 하루 전날인 2017년 7월28일 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화성 14호'를 발사해서다. 휴가를 보류한 문 대통령은 29일 새벽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대북 경계태세 강화와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잔여 발사대 추가 배치, 유엔 안보리 소집 요청 등을 지시했다. 그리고선 예정보다 12시간 늦게 6박7일 일정의 휴가를 떠났다. 휴가지에 가서도 대북이슈 등을 챙겼다.

이듬해인 2018년 여름휴가도 험난했다. 문 대통령은 '휴가' 본연의 의미대로 4박5일 동안 ‘무조건’ 쉬겠다고 했지만,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휴가지로 택했던 계룡대는 청와대 집무실을 방불케 했다. 예정했던 휴가 일정은 소화했지만 휴가 도중 남북미 핵협상 문제와 최저임금 인상 문제, 청와대 조직개편 등 굵직한 이슈들이 휴가지로 보고됐다.

특히 우리 국민이 리비아 무장민병대에 피랍 됐다는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계룡대 벙커에서 구출 작전에 총력을 다하라는 특별지시까지 내렸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숙 여사와 함께 2018년 8월3일 충남 대전 장태산 휴양림에서 취임후 두번째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다. 2018.08.03. (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숙 여사와 함께 2018년 8월3일 충남 대전 장태산 휴양림에서 취임후 두번째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다. 2018.08.03. (사진=청와대 제공) [email protected]
문 대통령은 일본 수출규제 이슈가 한창이던 지난해 여름엔 아예 휴가를 취소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29일부터 사흘 간 예정됐던 여름 휴가를 취소하고,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정상 근무를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지난해 7월말 예정된 각의(국무회의 격)에서 의결할 수 있다는 점을 내비쳤고, 문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상황을 직접 챙겼다. 또 지난해 7월25일 북측이 '새로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남북관계 문제를 챙겨야 하는 상황도 휴가취소에 영향을 줬다.

정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지금은 국정을 챙겨야 할 때란 생각에서 휴가를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그만큼 엄중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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