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국현 기자 =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가 3일 오후 뉴질랜드 재임 시절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외교관 A씨의 귀임 발령 관련 외교부 아태국장에게 설명을 듣기 위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2020.08.03. [email protected]
해당 외교관 귀임발령, 뉴질랜드 대사 만나 '사법절차 따르자' 입장 전달외교부 고위당국자는 3일 기자들과 만나 이날부로 성추행 혐의를 받는 외교관에 대한 귀임발령을 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최단시간 내에 귀국하도록 조치하겠다"며 "여러 물의가 야기된 데 대한 인사조치 차원"이라 했다. 같은 날 오후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이 필립 터너 주한뉴질랜드 대사를 외교부 청사에서 면담해 해당 외교관의 귀임조치를 별도로 설명했다.
이 고위당국자는 지난달 28일 한·뉴질랜드 정상 통화에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언급한 데 대한 당혹스러움도 내비쳤다. 그는 "정상통화에서 갑자기 이 문제를 제기한 건 외교 관례상 매우 이례적"이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외교당국 간 협의에서 이 문제가 의제로 오르지 않았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 전화 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7.28/뉴스1
특권면제 포기 거부 했다는 뉴질랜드측 주장 사실 아니다뉴질랜드 측이 언론을 통해 제기하고 있는 '한국 정부가 특권면제 포기를 거부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외교부 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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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외교관은 2018년 2월에 뉴질랜드를 떠나 다른 공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임기(3년) 만료에 따른 인사이동이었다. 성추행 혐의에 대한 뉴질랜드 경찰의 조사는 이 외교관이 뉴질랜드를 떠난 뒤인 2019년 7월께 진행됐다. 외교특권·면제는 해당국 외교관으로 있을 때 적용이 되는데 이미 이 외교관은 뉴질랜드를 떠나 필리핀에 있었으므로 이 사안과 관련해 특권면제 대상이 아니다. 특권면제가 애초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거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 외교관이 뉴질랜드를 떠날 때 뉴질랜드측이 특권면제 포기를 요청한 적도 없었다고 한다.
2019년 뉴질랜드 경찰이 한국 공관에 관련 사건의 조사를 요청했을 때 한국 대사관 및 당시 공관원들에 대한 특권면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은 내놨다. 대신 참고인 조사 등 수사에 자발적 협조를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뉴질랜드 측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당국자는 "(해당 외교관에 대한)특권면제와 뉴질랜드 한국 대사관 및 공관원에 대한 특권면제 두 가지는 서로 구분돼야 한다"고 했다.
이 고위당국자는 한국 정부가 피해 대처에 소극적이었다는 주장도 반박했다. 우리 정부가 피해자에게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뉴질랜드 고용부 진정 방안 등을 안내하는 등 '측면 지원'을 했다는 걸 예로 들었다. 실제 피해자는 2018년 11월 인권위에, 2019년 뉴질랜드 고용부에 각각 이 사건과 관련한 진정을 넣었다.
이후 2018년 하반기 외교부 본부(감사관실)에서 뉴질랜드 대사관 감사를 했을 때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진술하며 2019년 2월 외교부 차원의 징계(감봉 1개월)가 내려졌다. 상대적으로 경징계다. 이 고위당국자는 "징계위에는 민간인 외부위원도 참여한다"며 "당시 관련 내용을 다각도로 검토한 후 나온 징계 결과였다"고 했다. 피해사실을 축소했거나 고의로 경징계를 준 게 아니라는 얘기다.
이후 피해자는 2019년 7월경 뉴질랜드 경찰에 이 사건을 신고했다. 피해자 측은 사법절차와 별개로 중재 협의를 요청, 당사자간 합의를 위한 중재 협의를 올해 초까지 약 4개월간 진행했다. 정신적 피해보상 등 합의금 요구가 골자다. 이 중재는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지난달 뉴질랜드 언론이 다시 이 사건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이 고위당국자는 "피해자의 진술도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당사자 간 진술도 상반된다"며 "그래서 정식 사법절차를 통해서 해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 했다. 이어 그는 "어찌됐건 2017년 해당 외교관이 그런 문제를 야기한 건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대단히 죄송히 생각한다"며 "절대로 외교부 직원이라 해서 도리에 맞지 않게 감싸거나 내용을 축소할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