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3일 WTO 홈페이지에 올라온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분쟁해결기구(DSB) 정례 회의에서 미국 대표는 "일본만이 자국 안보에 필요한 조치를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일본 수출규제가 국가안보를 근거로 이뤄진 조치이므로 WTO가 해당 문제를 판단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취지다. 당사국이 아닌 나라가 적극적인 제소 반대 입장을 밝힌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한국과 일본 양국의 동맹국으로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GSOMIA), 과거사 문제 등에서 조정자 역할을 해왔던 미국이 일본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여서 주목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해당 발언은) 미국이 그동안 무역확장법이라던가 슈퍼301조를 통해 국가안보를 근거로 양자적인 조치를 취해왔던 틀에서 정당성을 주장하는 늘상 있어왔던 언급"이라며 "미국의 DSB 발언도 그 차원에서 해오던 원론적 입장으로 일본을 옹호했다고 하는 건 확대해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통과운항 분쟁(DS512)'과 '사우디-카타르 지재권 분쟁(DS567)' 등 안보예외(GATT 제21조)가 관련된 기존 분쟁에서 심리대상이 아니라는 동일한 주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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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와서 WTO 분쟁협의기구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며 "그런 틀에서 발언한 것으로, 미국의 진의를 (추가로) 파악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미국 주장이 WTO 원칙과도 맞지 않다고 본다. WTO내에서 미국 영향력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안보 예외와 관련해서는 미국 주장과 반대되는 판례가 나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앞선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등 WTO 판례에서는 패널이 GATT 제21조 안보예외를 심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대해 통상 전문가 송기호 변호사는 "미국이 WTO 일본 수출규제 제소 절차에서 일본 지지를 표명하고, 절차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분명히 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안보를 이유로 철강 관세, 화웨이 축출시도 등의 조치를 WTO에서 합리화하려는 시도"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미국 주장과 관계없이 패널 설치 등 예정된 재판절차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국은 WTO에 제소한 수출규제 사항에 대해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하고 시시비비를 끝까지 따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