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3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산업은행
금호산업과 채권단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HDC현산은 7주간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실사와 함께 인수준비를 위해 6개월 간 인수단을 아시아나항공에 파견해 관련 업무를 진행했다. 충분한 인수 준비 활동을 보장했음에도 HDC현산이 재실사를 요구하고 나서자 채권단은 HDC현산의 '인수 진정성'에 의심을 품게된 것이다.
채권단은 다만 협의 가능성을 완전히 닫진 않았다. 최 부행장은 "인수가 전제된다면 인수 후 영업환경분석 등 대응책 마련을 위한 제한된 범위 내에서 (재실사) 논의가 가능하다"며 "인수 확정을 전제로 거래종결 확정 논의를 한다면 이에 적극 응할 것이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이 3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산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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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부행장은 "수많은 M&A(인수합병)을 경험했지만 당사자 면담 자체가 조건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라며 "HDC현산 측이 대면협상에 응하지 않고, 인수진정성에 대한 진전된 행동을 보이지 않으면 현재로선 인수 무산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HDC현산 측의 진정성을 확인할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시장이 신뢰할 만한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며 "일부 증자를 책임있게 이행하든, 계약금을 추가로 납입하는 등 책임있는 조치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가져갈 수 있다"고 제시했다.
채권단은 매각 무산에 따른 '플랜B'도 이미 마련한 상태다. 최 부행장은 "인수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플랜B 준비는 당연하다"며 "아시아나항공 영업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동성 지원이나 영구채 주식전환 등 채권단 주도 경영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경영안정 후 LCC(저비용항공사) 분리 매각 등 구체적인 관리방안은 시장상황을 봐가면서 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영구채 외 다른 대출채권의 출자전환 여부나 규모, 금호산업 측의 감자 등 구체적인 플랜B의 내용에 대해선 "추후에 밝히겠다"고 했다.
아시아나항공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매각 무산에 따른 HDC현산의 2500억원 규모의 계약금 반환소송에도 대비하는 모양새다. 이 회장은 "금호산업과 산업은행 측은 (계약 무산과 관련해) 하등 잘못한 게 없다"며 "계약 무산의 모든 법적책임은 HDC현산(HDC현대산업개발)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여러 공문의 내용이나 보도자료를 통한 HDC현산의 주장은 상당 부분 근거가 없었고, 악의적으로 왜곡된 측면도 있었다"며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신의성실 원칙'에 입각해 최선을 다했고, 계약이 무산될 위험과 관련해선 HDC현산 측이 제공한 원인 때문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HDC현산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본인들의 책임은 본인들이 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