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갈테니 5000만원 달라" 집주인-세입자 갈등 터졌다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20.08.0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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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안 나간다, 명도소송 해라" 집주인 "에어컨 사용료·복비 등 받겠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다주택자 세금 문제로 들어가 살아야 해 세입자분께 퇴거 요청을 드렸는데 5000만원가량을 요구하시네요."



"아침부터 세입자랑 싸웠습니다. 계약만료 6개월 이상 남았는데 전세갱신 못해드린다니 고성을 지르고 법적대응하겠다고 하네요."

임대차 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이 시행되고 벌써부터 집주인과 세입자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통상 수백만원 수준의 이사비+위로금이 수천만원까지 거론되는가 하면 시스템에어컨 등 사용료를 받아야겠다는 집주인들까지 나오고 있다.



집주인-세입자, 벌써부터 갈등… 이사비 5000만원 요구·명도소송 거론 등
3일 포털사이트 내 부동산 관련 온라인 카페에는 세입자, 집주인 사이의 일에 대해 고민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세입자가 과도한 집 비워주기를 거부한다거나 이사비를 요구한다는 집주인들의 불만도 넘쳐난다.

한 집주인의 가족은 이사비+복비+위로비 명목으로 5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받았는데 과도한 것 아니냐는 고민글을 올렸다. 계약 만기 전이지만 다주택자라 세금 문제로 실거주해야 하는 사정상 위로금을 제시했지만 두배를 요구해 조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법대로 하자며 세입자와 다투는 사례도 늘었다. 또 다른 집주인은 "계약만료 6개월 이상 남았는데 아침부터 세입자에게 연락이 왔고, 실거주하면서 집 팔 생각이라 갱신 못한다고 하니 갑자기 고성을 지르고 법적대응하겠다고 했다"며 "황당했다"고 하소연했다.

이달 중순 임대차 계약이 만료된다는 한 집주인은 "6월초 아파트 매도계획을 밝히고 계약갱신 의사가 없다고 통보하자 수긍했던 세입자가 9월초 새 매수자가 실거주할 예정인데도 명도소송을 하라 했다"며 "이사비 받으려는 의도인 거 같기도 한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고민했다.

이사비 등 정해진 가이드라인 없어… 집주인-세입자 소송 늘어날 수도
이사비 등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사비 등 한도가 정해지지 않았다"며 "위로금이나 손해배상금 등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협의해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많은 점을 고려하면 이사비, 손해배상, 명도 등 관련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각종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세입자에 비용 전가 조짐… "원상복구 비용, 시스템에어컨 등 가구 사용료 등 받겠다" 엄포
서울 아파트 전경./사진= 김창현 기자서울 아파트 전경./사진= 김창현 기자
주택 파손 관련 갈등도 더욱 불거지고 있다. 집 상태를 꼼꼼히 확인해 임차인에 원상복구 비용을 청구할 것이란 집주인이 늘고 있다. 최근 서울 성동구 한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 세입자로 있던 연예인이 인테리어를 과도하게 했다는 이유로 집주인과 다투는 것을 본 목격담도 있다.

세입자에게는 임대보증금 외 각종 비용이 추가로 전가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임대료를 기존 계약 대비 5%만 올릴 수 있게 되는 데다 세입자와 갈등을 겪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임대인들이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한 부동산 SNS 대화방에는 세입자 시스템 에어컨, 세탁기 등 풀옵션 가구의 사용료를 받도록 특약에 넣어야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대화방에는 △부동산 복비 세입자 전가 △장판·도배 세입자 전가 △전세자금대출 계약 불가 △퇴거시 감가상각비 청구 △임대료 계좌이체 불가 등 세입자에 대항하는 방법이 공유되기도 했다.

세입자도 불안, 집주인 실거주 땐 세입자 나가야… 주변 전셋값 상승 부담, 4년뒤 더 오를수도
세입자들도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집주인이 실거주하면 계약갱신청구권을 쓸 수 없는데, 이 경우 갑자기 급등한 주변 전셋값일 감당할 수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다는 경우가 많다. 한 세입자는 "집주인이 실거주하면서 아파트 매도할 거니 나가라고 하는데 주변 아파트 전세가가 두 배 올랐고 아파트값은 두 배 이상 올랐다"며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급하게 임대차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이 추진·시행되면서 임대인·임차인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리가 안 돼 시장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며 "임대차3법은 단기적으로 임대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지만 전세가격 상승을 4년 뒤로 이연시키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법인 전월세신고제까지 시행되면 세금이 임차인에게 전가돼 전세든 월세든 임대료 인상을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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