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말려도…"아내와 더 좋아졌다" 폭우 속 캠핑 글 쏟아져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0.08.0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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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전 5시15분께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미호천 일대에서 캠핑카 1대가 침수됐다. 운전자는 스스로 탈출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사진=충북도소방본부 제공) 2020.07.30. / 사진 = 뉴시스지난달 30일 오전 5시15분께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미호천 일대에서 캠핑카 1대가 침수됐다. 운전자는 스스로 탈출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사진=충북도소방본부 제공) 2020.07.30. / 사진 = 뉴시스


"비 맞으며 '차박 캠핑'을 하니, 아내와 관계가 좋아진 것 같아 추천합니다."



중부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곳곳에서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일부 누리꾼들의 '우중 캠핑' 후기글이 누리꾼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살려달라. 폭우 중 캠핑"이라는 글이 게시돼 수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작성자는 "장마에 이러면 안 되는 것 알지만, 이미 아이들과 약속된 것"이라며 "오늘 분위기 보고 철수를 고민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작성자는 "우리가 있는 캠핑사이트에 우리 빼고 10개의 사이트가 모두 비었다"며 "사람들이 몇 시간 만에 지나가면 은근 반갑다. 지금은 비가 그쳤지만 5시에서 6시 사이 폭우가 내린다고 해 긴장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내와 비 맞으며 텐트치고 차박(차에서 숙박하는 것)을 하니 서로 의지하게 돼 관계가 좋아진 느낌"이라며 "결혼 기간이 오래돼 무미건조하다 싶으면 차박 캠핑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캠핑 커뮤니티에는 "우중캠핑을 다녀왔다" "캠핑 때 비가 오니 더욱 운치 있다"는 후기글이 잇따라 게시됐다. 일부 '캠핑족'들은 "비가 올 때 캠핑은 어떻게 해야 되느냐"는 글을 게시하며 우중캠핑 '꿀팁'을 전수하기도 했다.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호우 피해가 잇따르는 시기에 '캠핑을 다녀왔다'는 글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캠핑 팁을 공유하거나 후기를 게시하는 것이 자칫 경각심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 누리꾼은 '캠핑 후기글'에 "이 날씨에 캠핑 가시는 분들 많은데, 제발 고생하시는 구조대원 생각하고 자제해 달라"는 댓글을 남겼다. 다른 누리꾼은 "비 오니 분위기 좋다는 글에 혹하는 사람이 있을까 두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미 캠핑장에서 사망사고가 나온 만큼, 호우가 잦아들 때까지만이라도 캠핑 글들을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 주말 동안 충북 제천의 한 캠핑장에서는 흙더미가 밀려와 1명이 숨졌으며, 강원 철원의 한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던 20대 남성이 불어난 물에 휩쓸려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경기 용인시에서는 3일 오전 0시쯤 한 캠핑장에서 물이 불어나 이용객 123명이 2시간 동안 고립됐으며, 지난달 31일에는 전남 구례 피아골에서 물에 빠진 피서객을 구하려던 20대 소방대원이 급류에 휩쓸려 숨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국민께서는 불필요한 외출과 비가 오는 동안의 야외 작업을 자제해 달라"며 "소방구조대원들과 현장 공무원들의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 주시기 바란다. 더 이상의 안타까운 희생은 없어야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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