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DB손보도 논의 중단…네이버 차보험 비교 무산되나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20.08.0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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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DB손보도 논의 중단…네이버 차보험 비교 무산되나


인터넷 포털 네이버 (183,700원 ▲3,600 +2.00%)가 준비 중인 자동차보험 가격 비교 서비스가 보험업계와의 수수료 갈등으로 무산될 위기를 맞았다. 이미 제휴를 거부한 한 삼성화재 (297,500원 ▼10,500 -3.41%) 외에 DB손해보험 (94,200원 ▼1,300 -1.36%)이 제휴 논의를 중단한 까닭이다. KB손해보험마저 제휴에서 빠지면 ‘빅4’ 중 현대해상만 남게 된다. 이렇게 되면 보험료 비교서비스를 하는 의미가 없어진다.

3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보업계 3위인 DB손보는 네이버의 금융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과 자동차보험 가격 비교 서비스 제휴 체결 건에 대한 논의를 멈추기로 가닥을 잡았다. 자동차보험의 사업 구조상 네이버파이낸셜에 지급해야 할 광고비 명목의 11%대 수수료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다른 방식의 협력 논의는 이어가기로 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당초 연내 자동차보험 가격 비교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네이버 사이트에서 각 보험사의 자동차보험 가격을 비교하고 가입자로부터 보험료의 11% 만큼을 네이버가 가져가는 구조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일찌감치 네이버와 의견을 달리 했다. DB손보는 응용프로그램 개발환경(API)을 만들기 위한 검토도 원점으로 돌렸다.

업계 4위인 KB손보 역시 신중모드로 돌아섰다. KB손보 관계자는 “네이버파이낸셜과의 제휴 건에 대한 사업비 지출의 적정성 등을 신중하게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KB손보까지 네이버와 손을 잡지 않으면 자동차보험 점유율의 80% 가량을 차지하는 ‘빅4’ 중 현대해상만 남게 된다. 하지만 현대해상이 단독으로 네이버와 제휴를 맺게 되면 각 보험사의 자동차 보험료를 비교해 준다는 서비스 제공의 근본 취지가 사라진다.



손보업체들의 '스탠스'가 달라진 것은 무엇보다 수수료 부담 때문이다. 자동차보험은 수조원대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는데 온라인 계약 건당 전속 설계사 수준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 측에서는 수수료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없었다고 하지만 정상적인 금융사라면 수수료 수준도 모르면서 손익 분석을 하고 API 개발을 시작할 순 없다”며 “당장은 네이버가 요구하는 수준의 수수료를 줄 수 있다고 해도 계약이 늘어나는 만큼 초과 사업비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네이버를 통해 가격비교가 노출되면 더 많은 소비자들이 편하게 볼 수 있겠지만 편한 만큼 당연히 비용이 발생한다”며 “결국 온라인 상품도 수수료를 주게 되는 구조로 바뀌게 되면 보험료가 오르거나 중소 대리점의 수수료가 인하돼 영세 설계사의 밥그릇이 위협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보험업계와 제휴논의를 계속 한다는 입장이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수수료는 최종 계약을 맺을 때의 문제고 지금은 기술적인 논의가 우선”이라며 “수수료를 어떤 방식으로 얼마를 받을지에 대해서도 결정된 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파이낸셜은 당초 자동차보험 가격비교 서비스를 통해 하반기부터 보험업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내년 이후로 보류했다. 대신 연내 자회사인 NF보험서비스에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먼저 시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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