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냐 바이든이냐"…베팅의 시간 직면한 南北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20.08.0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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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南, 방위비 및 주한미군 이슈 걸려…北, 협상 카운터파트 주목

【판문점=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30일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9.06.30.   pak7130@newsis.com【판문점=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30일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9.06.30. [email protected]


"트럼프 재선에 베팅이냐, 아니면 바이든 당선에 줄을 서느냐."

남과 북이 모두 미국을 바라보고 있다.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란 역대 가장 독특한 행정부의 지속 여부가 판가름 난다는 점에서 한반도 정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선택의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방위비-주한미군이 걸린 南
한국은 일단 '방위비' 문제가 걸려있다. 2일 현재까지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은 교착상태다. 50억 달러(약 6조원)에 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청구서를 받을 수도 물릴 수도 없는 상황.



특히 방위비 문제가 '주한미군'까지 연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더욱 민감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주독미군 1만2000여명을 감축하며 "청구된 돈을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에 병력을 감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19.09.24.   photo1006@newsis.com【뉴욕=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19.09.24. [email protected]


우리 정부는 일단 방위비 협상과 관련해 서두르지 않는 모양새지만, 미 대선이 가까워질 수록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결단'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방위비를 지불하든 주한미군 감축을 감내하든 결정을 하라는 통보가 올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말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주한미군 감축은 정권에 우호적인 이슈가 아니다. 당장 우리 대선 국면이 펼쳐질 내년에 주한미군 감축이 정치권의 화두가 되는 것은 정권 재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게 분명하다.

핵협상이 걸린 北
북측 역시 미국의 동향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동안 카운터파트(협상 상대)로 세 차례(싱가포르·베트남·판문점)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측에 대한 관심도가 가장 높은 미국 대통령이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물건너간다면 김 위원장이 굳이 올들어 협상을 할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낙선으로 민주당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다면 협상이 '리셋'될 게 뻔하다.

미국 현지에서는 10월 제4차 북미 정상회담설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북측은 신중하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믿음직하고 효과적인 자위적 핵 억제력으로 하여 이 땅에 더는 전쟁이라는 말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여정 제1부부장도 "조미수뇌(북미정상)회담이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어떤 일이 돌연 일어날 지 그 누구도 모른다"고 했다.

【하노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2월27일(현지시간) 하노이 중심가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원탁 테이블 친교 만찬을 하고 있다. 2019.02.27.【하노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2월27일(현지시간) 하노이 중심가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원탁 테이블 친교 만찬을 하고 있다. 2019.02.27.
힐러리 학습효과
이미 미국 현지에서 바이든 후보가 앞서 나간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결과를 장담할 순 없다. 한 외교 당국자는 "바이든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는 확실하다"면서도 "10월은 돼야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승리가 확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이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던 기억이 선명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수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선거가 임박했을 때 어떤식으로 국면이 변화할지 예측하기 힘들다.

정부 관계자는 "누가봐도 바이든 후보가 유리해 보이지만 힐러리 전 장관도 마찬가지였다"며 "지금 미리 예측을 해 외교 전략을 세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AP/뉴시스] 올해 미국 대선에서 맞붙을 조 바이든 전 부통령(왼쪽)이 지난 3월12일 델라웨어 윌밍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5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각각 연설하고 있다. 2020.5.14.[AP/뉴시스] 올해 미국 대선에서 맞붙을 조 바이든 전 부통령(왼쪽)이 지난 3월12일 델라웨어 윌밍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5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각각 연설하고 있다. 2020.5.14.
결국 어느 한 쪽 택해야 할 운명
우리는 방위비, 북측은 핵협상이라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가 남아있는 만큼, 결국 선택의 시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10월쯤들어 미국 현지 상황이 반전돼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유력해진다면, 방위비 협상도 우리가 상당 부분을 양보하는 선에서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 북측 역시 트럼프 대통령을 확실히 밀어주기 위해 '깜짝 정상회담'을 받을 여지가 충분하다. 추가 임기 4년 보장이 유력하다면 '선물'을 미리 주는 게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수세가 계속된다면 남과 북 모두 관망세를 택하는 게 유리해진다. 정부 관계자는 "현 상황이라면 (방위비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굳이 먼저 나설 필요가 없지 않겠냐"며 "트럼프 대통령이 밀리고 있다면 북측 역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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