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빠진 D램·낸드…삼성전자·SK하이닉스 '먹구름' 예보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이정혁 기자 2020.08.0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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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빠진 D램·낸드…삼성전자·SK하이닉스 '먹구름' 예보


메모리반도체 D램 가격이 반 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코로나19(COVID-19) 사태에 따른 '비대면 경제' 활성화로 뜻밖의 호황을 누렸던 삼성전자 (80,000원 ▼2,200 -2.68%)SK하이닉스 (179,100원 ▼9,100 -4.84%)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적 견인' 서버용 D램 고정거래가격 6.4%↓
2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서버용 D램(DDR4 32GB) 고정거래가격이 지난달 평균 134.0달러로 전달보다 6.4% 하락했다. 이 제품의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12월 106.0달러로 저점을 찍은 뒤 올 들어 1월 109.0달러, 2월 115.5달러, 3월 121.3달러, 4월 143.1달러까지 상승세를 보이다가 5~6월에는 가격을 유지했다. 그러다 7월 고정거래가격부터 반년만에 하락세로 반전됐다.

고정거래가격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메모리반도체 제조업체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애플 등 반도체 고객사에 제품을 공급할 때 계약하는 가격이다.



PC에 많이 쓰이는 DDR4 8Gb D램의 고정거래가격도 지난달 평균 3.13달러로 전달(3.31달러)보다 5.4% 하락했다.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격도 128Gb 메모리카드·USB향 범용 제품 기준으로 지난달 평균 4.39달러로 전달보다 6.2% 떨어졌다. 올 들어 이들 제품 가격이 하락한 것은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 원인을 공급 과잉에서 찾는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 등 클라우드 업체와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코로나19에 따른 반도체 수급 차질을 우려해 올 상반기에 충분히 재고를 확보했기 때문에 하반기부터는 구입 물량을 줄일 것이라는 얘기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서버와 PC 수요 급증 추세가 최근 한풀 꺾이며 전반적인 D램 시장은 공급과잉으로 진입했다"며 "D램 고정거래가는 올 3~4분기에도 꾸준히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매거래가 이뤄지는 현물시장에서는 지난 4월 초부터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이 나타났다. 현물가격은 통상 고정거래가격의 선행지표로 통한다.

업계 관계자는 "고정거래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며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이 향후 가격 협상에서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특히 상반기 데이터센터 수요를 바탕으로 실적 견인차 노릇을 해줬던 서버용 D램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빠진 D램·낸드…삼성전자·SK하이닉스 '먹구름' 예보
3Q 메모리 가격도 하락 예상…하반기 저점 끝날 듯
업계에서는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이 어느 시점까지 지속되느냐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일단 당장 3분기 실적은 가격 하락발 실적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스포드가 모바일용 메모리인 LPDDR4X(8GB)의 3분기 평균 고정거래가격이 29.5달러로 2분기 대비 8.4%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것도 뒷맛이 좋지 않다. 이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하락을 더 부추길 수 있다.

단 이 같은 가격 하락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다. 올 하반기 콘솔 게임 신제품 출시에 따른 그래픽 D램과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의 판매가 전반적인 메모리 수요 하락을 상쇄할 수 있어서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전화 회의)에서 "중장기적으로 메모리 성장 추세는 견조할 것"이라며 "이번 D램 가격 하락은 단기적으로 끝나 올해 하반기가 가격 저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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