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中씨앗' 왜 하필 관계 나쁜 나라들에만 배송됐나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20.08.02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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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주문하지 않은 의문의 '씨앗' 소포가 중국으로부터 오는 사례 보고가 이어진다. 쇼핑몰의 사기 행위일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각국 당국은 다른 피해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의문의 소포를 받은 나라들이 최근 중국과 갈등을 빚은 점도 눈길을 끈다.

미국 농무부 홈페이지미국 농무부 홈페이지


중국발로 표시된 주문하지 않은 소포. '전구'로 내용물이 표시됐다. /사진=미국 농무부중국발로 표시된 주문하지 않은 소포. '전구'로 내용물이 표시됐다. /사진=미국 농무부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농무부(USDA)는 발송지 도장이 대부분 중국으로 돼 있는 총 14종 씨앗들이 수천명 미국인에게 보내진 것을 확인했다. 일단 농무부는 씨앗을 받는 경우 개봉하거나 심지 말고 신고해달라고 공지하고 씨앗에 대해 자세히 분석하고 있다.



지난주 처음 보고된 이런 사례는 다른 나라에서도 나타난다. 캐나다에서는 온타리오주 경찰청이, 영국은 동식물보건청(APHA)이 관련 경고를 했고, 호주와 뉴질랜드에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0일에는 일본 농림수산성이 "해외에서 주문하지 않은 식물이 발송된 경우 개봉하거나 심지 말고 알려달라"고 공지했다.

일부 소포는 대만, 우즈베키스탄, 아프리카 국가 소인이 찍혔지만 대부분은 중국에서 온 것으로 돼 있다.



소포 겉에는 내용물과 달리 귀고리, 장난감, 전구 등 다른 상품명이 쓰였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가나가와현의 60대 남성은 '보석'이라고 적힌 중국 심천에서 보내진 소포를 받았지만 씨앗이었다. 물론 보석도 씨앗도 자신이 주문한 적이 없다.

미국 농무부는 일단 판매자들의 사기 행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쇼핑몰 판매자가 댓글 업체에 돈을 주고 허위 매출을 올린 뒤, 댓글 업체가 높은 평점과 좋은 댓글을 달아주는 경우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 경우 배송비를 줄이기 위해 씨앗처럼 가벼운 것을 보낸다는 것이다.

한 일본인이 자신이 받은 의문의 씨앗 소포 내용물을 트위터에 공개했다.한 일본인이 자신이 받은 의문의 씨앗 소포 내용물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하지만 미 농무부는 씨앗들이 겉보기에는 무해하지만 토종식물들에 해를 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다. 아이오와주 지역 농림부 품종관리 담당 로빈 프루스너는 "종자에 살충제일 수도 있는 코팅 같은 것이 보여 우려된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한편 현재까지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에서 이러한 사례가 나왔는데, 공교롭게도 이들 나라는 최근 중국과 갈등을 빚은 나라들이다.

미국은 수년째 무역전쟁 등 중국과 심각한 대립을 하고 있고,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는 화웨이 보이콧, 화웨이 부회장 체포, 홍콩 국가보안법 맞대응 등으로 마찰을 빚었다. 일본도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 편에 서면서 관계가 꼬였다.

의문의 씨앗에 대해 중국은 일단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달 28일 중국 외교부는 소포들이 위조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하고 조사를 위해 중국으로 보내달라고 미국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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