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채권단, '재실사 카드' 받을까? 이번주 입연다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20.08.03 05:02
글자크기
아시아나 채권단, '재실사 카드' 받을까? 이번주 입연다


아시아나항공 M&A(인수합병)의 거래종결을 놓고 침묵하던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이번 주 입장을 내놓는다. 인수 계약 당사자인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인수전의 향방을 가를 채권단의 입장 발표에 시선이 쏠린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등 이해관계자와 협의를 진행한 뒤 이번 주 중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 정리된 입장을 발표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나 “다음주 쯤 채권단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채권단 입장 발표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HDC현산이 요구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재실사 카드’를 수용할지 여부다. 재실사를 두고 HDC현산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필수 사항이라고 주장하지만, 금호산업은 명분이 없다며 맞서는 상황이다.

채권단 내부에서도 HDC현산의 재실사 요구를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기류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HDC현산의 인수 의지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아서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계속된 만남 요청에 응답도 없던 HDC현산이 느닷없이 재실사를 요구하고 나선 건 결국 ‘노딜’을 염두에 두고 향후 소송전에 대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진정성이 없는데 재실사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문제는 채권단이 재실사 요구를 무작정 일축할 수만은 없다는 점이다. 거래를 깬 책임이 채권단에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채권단이 ‘조건부 재실사’ 역제안할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HDC현산이 재실사 과정에서 계약 이후 급격하게 불어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등을 계약해지의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조건부 실사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계약이행 전제 △재실사 기간 축소 △재실사 항목 압축 등이 조건으로 거론된다.

특히 HDC현산이 지난해 12월 계약 당시와 달라졌다고 지적하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차입금 급증, 당기순손실 증가 등 꼭 필요한 항목만 추려 한 달 내외의 기간 동안 압축적으로 재실사에 나서자고 받아칠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플랜B’가 있다 하더라도 결국 HDC현산이 아시아니항공에 대한 인수를 마무리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라는 점에서 채권단이 재실사 제안을 단번에 거절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재실사를 받아들이되 채권단이 여러 가지 제약사항을 두는 편이 HDC현산의 전략에 끌려다니지 않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이동걸 산은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직접 만나 ‘담판’을 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이 회장과 정 회장은 인수가 지지부진하던 지난 6월 만났지만 이렇다 할 결론에 이르진 못했다. 채권단 측은 두 사람의 만남과 관련해 아직까지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