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붕 온 집주인들, 서로 '세입자 쫓아내는 법' 공유

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김민우 기자 2020.08.0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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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0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계업소에 '전세와 월세 상담' 문구가 붙어 있다. 이날 한국감정원은 27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0.14% 올랐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0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계업소에 '전세와 월세 상담' 문구가 붙어 있다. 이날 한국감정원은 27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0.14% 올랐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성북구 석관동 래미안아트리치 전용 59㎡ 당첨된 50대 A씨는 2019년 2월 입주하지 않고 신혼부부에게 3억원에 전세를 내줬다. 신혼부부는 지난 7월 초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가 지난달 31일 임대차법이 시행되자 마음을 바꿨다. 전셋값을 현재 시세인 5억원으로 올리려고 했던 A씨는 멘붕에 빠졌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 84㎡에 거주하는 B씨는 요즘 좌불안석이다. 임대차 3법 시행 첫날인 지난달 31일 부동산에서 "집주인이 들어가 살 것처럼 얘기했다"는 말을 들어서다. 인근 전세 매물은 없고, 전셋값도 너무 올라 지역을 옮겨야 할 판이다.

임대차3법 시행되고 전세 시장이 혼란스럽다. 전세 품귀현상이 지속되고 곳곳에서 전세 신고가가 나온다.



전셋값을 올리려던 집주인은 당혹스러움과 분노를 감추지 못한 채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임차인들은 임대차3법을 반기면서도 집주인이 들어올까, 전셋값이 폭등할까 노심초사 한다.

임대차3법 시행 후 첫 주말인 지난 1일 서울 인근 공인중개업소에서는 고요함 속에 긴장감이 흘렀다.

서울 송파구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시행 첫날엔 집주인들의 문의가 빗발쳐 업무가 마비될 정도 였는데 전화가 줄었다"며 "집주인들마다 사태 파악은 우선 했고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주인 집단 '멘붕·분노'…"전세금 올리려고 했는데"
2일 KB부동산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북(14개구)지역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4억180만원으로, KB가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6월 이후 처음으로 4억원을 돌파했다. 강북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2015년 11월(3억242만원) 3억원대에 진입한 뒤 56개월 만에 1억원이 더 올라 4억원대에 들어섰다. 사진은 이날 서울 강북의 한 아파트 단지 부동산 정보란에 4억대 전세매물이 붙어 있다. /사진=뉴스12일 KB부동산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북(14개구)지역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4억180만원으로, KB가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6월 이후 처음으로 4억원을 돌파했다. 강북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2015년 11월(3억242만원) 3억원대에 진입한 뒤 56개월 만에 1억원이 더 올라 4억원대에 들어섰다. 사진은 이날 서울 강북의 한 아파트 단지 부동산 정보란에 4억대 전세매물이 붙어 있다. /사진=뉴스1
집주인 중 가장 멘붕에 빠진 건 올해 하반기와 내년 초 전세계약 만료를 앞둔 사람들이다. 특히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9510가구)와 성북구 대장아파트 길음동 래미안 센터피스(2352가구), 성북구 석관동 래미안 아트리치(1091가구) 등 2018년 말 2019년 상반기에 입주해 올해 말과 내년 초 2년 전세 만기가 도래하는 대단지 아파트가 문제다. 이들 단지는 입주 때 전세물량이 많아 시세보다 낮게 거래됐다.

헬리오시티 전용 84㎡ 전셋값은 입주 초 5억원대 후반 6억원대 초반에서 현재 10억원~11억원까지 올랐다. 래미안 센터피스와 래미안 아트리치 전용 84㎡도 입주 초반에 전셋값이 3억원대에 형성됐는데 현재 5~6억원까지 상승했다.

헬리오시티 인근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제 전세금 올려서 대출금을 갚고 생활자금으로 활용하려고 했던 집주인들이 당혹스러워 한다"며 "돈 있는 임대인은 들어가서 살겠다고 하는데 지방 근무 중이거나 자금이 부족한 임대인은 그대로 계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주인끼리 '임차인 쫓아내는 법' 글을 공유하고 있다"며 "전세계약 만료 3~4개월을 앞두고 연락을 피하거나 집을 안 보여주려는 임차인과 임대인 간 갈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차인 안도 속 불안…"집주인 들어오면 어떻게 하죠?"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의 한 부동산 사무소에 매물 정보란이 비어 있다. 임대차 3법 등 부동산 규제에 서울 전세값 폭등 및 매물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까지 56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사진=뉴스1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의 한 부동산 사무소에 매물 정보란이 비어 있다. 임대차 3법 등 부동산 규제에 서울 전세값 폭등 및 매물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까지 56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사진=뉴스1
임차인들의 반응은 갈린다. 주거 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고 반기는 임차인도 있지만, 향후 2~4년 이후 전셋값 폭등을 걱정하기도 한다.

서초구 반포동의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아이들 학업을 이유로 일정기간 계속 거주해야 하는 임차인 입장에서는 조금 더 안정적으로 전세집을 마련할 수 있다"며 "해당 기간동안 전셋값 상승률도 5%이내로 제한해 놨으니 가격안정 측면에서도 세입자에게는 이득"이라고 평가했다.

성북구 석관동 D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마음 급한 임대인 중 일부는 임대차3법이 통과되고 난 이후 '자신이 들어가서 살겠다'고 통보했다"며 "벌써 몇몇 임차인이 찾아와 내년 초 들어갈 수 있는 전세를 알아봐달라고 부탁하고 갔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 때문에 멀리 이사를 가지 못하는 임차인들의 걱정이 크다"며 "전세매물도 거의 없고 이전 가격대로는 비슷한 아파트 전세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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