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여행' 캠핑도 뚫렸다…여행·유통 '노심초사'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08.0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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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단 인식에 개인방역 등한시, 확진으로 이어져…휴가철 코로나 확산에 여가·소비심리 위축 우려도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이 강원 평창군 봉평면 휘닉스 평창 잔디밭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사진=뉴시스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이 강원 평창군 봉평면 휘닉스 평창 잔디밭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COVID-19) 시대 '청정 언택트(Untact·비대면)' 여행으로 주목받던 캠핑마저 '7말8초' 여름 휴가 성수기가 시작하자마자 코로나 바이러스에 뚫렸다. 방역당국은 물론 여행·유통업계 전반이 노심초사다.



해수욕장 피서, 스포츠 관람 등 실외 레저활동이 기지개를 켜는 등 한껏 올라오던 국내 여행·소비심리에 찬 물을 끼얹을 수 있단 우려에서다. 방역당국과 여행업계에선 캠핑에서 불특정 다수와 마주칠 수 있는 만큼, 방역수칙을 반드시 지켜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외활동 안심·느슨한 방역
캠핑 속 코로나 "올 게 왔다"
지난달 30일 강원 속초시 4, 5번째 코로나19 확진자 부부가 다녀간 홍천군 내촌면의 한 캠핑장에서 관계자들이 방역 작업을 하고있다. 이번에 확진 판정을 받은 A(36), B(36?여)씨는 속초에 거주하는 부부로 지난 24~26일 홍천의 한 캠핑장을 C씨 부부와 함께 다녀왔다. 캠핑장에서는 6가족 총 18명(경기도 5가족 15명, 속초시 1가족 3명)이 함께 캠핑을 했다. /사진=뉴스1지난달 30일 강원 속초시 4, 5번째 코로나19 확진자 부부가 다녀간 홍천군 내촌면의 한 캠핑장에서 관계자들이 방역 작업을 하고있다. 이번에 확진 판정을 받은 A(36), B(36?여)씨는 속초에 거주하는 부부로 지난 24~26일 홍천의 한 캠핑장을 C씨 부부와 함께 다녀왔다. 캠핑장에서는 6가족 총 18명(경기도 5가족 15명, 속초시 1가족 3명)이 함께 캠핑을 했다. /사진=뉴스1
2일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26일까지 2박3일 간 강원도 홍천의 야외 캠핑장에서 아웃도어 여행을 즐긴 A씨 일가족 3명 등 캠핑장에 머문 9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자들은 A씨 가족과 함께 캠핑 모임을 가진 6가족(18명) 중에서 발생했다. 모임 내 감염률만 50%에 달하는 셈인데, 추가 확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캠핑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는 '거리두기'가 가능해 각광받아온 만큼 이번 확진에 따른 여파가 적잖은 모양새지만, 여행·레저업계에선 '올 게 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코로나 사태 이후 캠핑붐이 일기 시작할 때부터 관련 확진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캠핑이 비교적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할 수 있는 여가활동이긴 하지만, 캠핑장이란 한정된 공간에 인원이 몰리는 특성 상 타인 접촉 가능성이 낮지 않아서다. 다른 여행·여가 활동보다 안전하다는 인식에 마스크 착용 등 개인방역을 등한시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 이번 홍천 캠핑장 확진자 역시 역학조사 결과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동환 캠핑아웃도어진흥원 이사장은 "캠핑장에서도 개수대나 화장실 등 공용공간이 있기 때문에 많은 인원이 몰려 '풀 부킹'인 캠핑장에선 감염이나 접촉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캠핑인구가 400만명을 돌파하는 등 급증세인데 반해, 캠핑산업이 아직 양성화되지 않아 방역·위생이 담보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불안요소로 작용한다. 관광당국과 캠핑업계에 따르면 국내 등록야영장 수는 2455개로, 미등록·불법 야영장 수도 200~300여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실외 아웃도어·레저 줄줄이 위기
여름 여가·소비 심리 찬물 끼얹을까
1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물놀이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날 부산은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사진=뉴스11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물놀이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날 부산은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사진=뉴스1
캠핑장에서 첫 확진 사례가 나오며 관련 여가활동이 위축될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최고치(100)를 기록했던 '캠핑' 키워드 검색량은 확진 소식이 알려진 지난 1일 73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평균적으로 일요일에 캠핑 검색량이 전날보다 늘어나는 데 반해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5월 초 캠핑 검색량이 떨어진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캠핑이 코로나 사태로 침체를 거듭하던 국내 관광 중 유일하게 성장세를 구가, 침체된 여행·소비심리 진작에 큰 역할을 해온 만큼 캠핑에 기대를 걸었던 여행·유통업계에는 당혹감이 감돈다. 여행수요와 관련 소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캠핑 확진이 확산할 경우 타격이 적지 않을 수 있단 것이다.

실제 국내 유통업계는 최근 캠핑을 활로로 삼고 관련 상품·서비스를 출시해 재미를 보고 있다. 스타벅스가 '서머 레디백', 할리스커피가 '캠핑 의자·폴딩카트' 등을 선보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편의점 CU도 캠핑용 먹거리 패키지 '편의로운 캠핑박스'를 판매해 1시간30분 만에 1000개 물량을 완판했다. 식품업계도 캠핑족을 겨냥한 HMR(가정간편식) 제품을 잇달아 내놨고, 이커머스 업계도 캠핑용품 판매에 공 들이고 있다.
스타벅스 서머 체어·서머 레디 백(왼쪽)과 오비맥주가 온라인 셀렉트숍 29CM와 함께 출시한 '오비라거 썸머 굿즈'. /사진=각 사스타벅스 서머 체어·서머 레디 백(왼쪽)과 오비맥주가 온라인 셀렉트숍 29CM와 함께 출시한 '오비라거 썸머 굿즈'. /사진=각 사
여행·레저업계와 지자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캠핑과 비슷한 실외 여가활동으로 분류되는 해수욕장 피서는 물론 최근 재개한 야구와 축구 등 프로스포츠 관람도 코로나19에서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방역당국과 여행업계에선 시설 자체적인 방역도 중요하지만 결국 여행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휴가를 피할 순 없지만 '생활방역' 지침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실외여도 캠핑장 등 근접 접촉이 이뤄지면, 거리두기에 소홀하기 쉽다"며 "2m 거리두기를 하지 못하면 항상 마스크를 쓰고, 노래 부르기 등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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