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 오코넬스트리트에 위치한 첨탑 '더블린스파이어'/사진=이미지투데이
이러한 아일랜드가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유럽에서 가장 못사는 국가 중 하나였다면 믿을 수 있을까. 실제 아일랜드의 1989년 1인당 GDP는 1만달러 수준으로 EC(유럽공동체) 평균의 64%에 불과했다.
경제적 어려움에도 아일랜드는 1960~1970년대 심각한 노사 분규를 겪었다. 파업으로 공장은 가동되는 날보다 멈춰 서는 경우가 더 많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70년대 말 심각한 석유파동으로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고, 1987년엔 부도 위기로까지 내몰렸다. 당시 물가 상승률은 20%에 달했고, 실업률은 17%를 넘었다.
심각한 아일랜드 경제의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준 것이 바로 1987년 ‘사회연대협약(Social Partnership)’ 이른바 ‘사회적 대타협’이다. 노사정은 사회경제정책·임금·고용 등 경제의 중장기 주요 목표는 물론, 노동자 보호와 장기실업대책 등 노동권익 보호 및 복지정책에 합의했다. 정부는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한 정책을 펼치기로 했고, 노동계는 3년간 임금 인상률을 2.5%로 합의했다.
노사정은 모든 산업 분야별로 구체적 일자리 창출 목표를 정해 일자리를 늘리는 데 역량을 총동원했다. 그리고 법인세를 파격 인하하면서 해외 기업들을 유치해 고도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 아일랜드는 이후 2006년까지 7차례에 걸쳐 협약을 맺으며 연속성을 이어갔다. 오늘날 강한 아일랜드의 탄생 배경이다.
#. 최근 대한민국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극에 달하자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 체결에 나섰다. 제1 노동조합인 민주노총이 스스로 ‘사회적 대타협’에 참여하겠다고 나섰다. 위기 속 사회적 대타협이 선진적 노사 관계의 시작이자 노사 관계의 변화의 기폭제가 될 것이란 기대가 컸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민주노총은 내부 강경파에 밀려 합의를 제 발로 걷어찼다. 사회적 대타협은 제1 노조가 빠진 채 반쪽짜리로 진행됐다.
경제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미국 경제가 2분기 마이너스 32.9%(연율기준) 성장한 것만 봐도 그 깊이를 짐작할 수 있다.
탐욕스런 자본가들과 헐벗은 노동자들이 극한 대립하며 강경 투쟁하던 시대는 지난 지 오래다. 대한민국 경제는 발전했고, 사회는 한 단계 성숙해졌다. 하지만 노조는 여전히 과거 인식과 강경 투쟁 방식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현대차 등 일부 대기업 노동조합은 오히려 거대한 권력 집단으로 떠올랐다.
투쟁 일변도 노동 운동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업과 노조의 양보와 협력이다. 노조는 임금을 양보하고 기업은 투자와 일자리 만들기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기업과 노조의 전폭적 지지를 바탕으로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경제 살리기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아일랜드가 ‘사회적 대타협’으로 가져온 부강한 미래를 우리라고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