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보내진 '정체불명 씨앗' 전세계 배달…한국은?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2020.08.0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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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배달된 중국발 정체불명의 식물 씨앗 소포 /사진= 로이터, 뉴스1미국에 배달된 중국발 정체불명의 식물 씨앗 소포 /사진= 로이터, 뉴스1


중국에서 발송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체불명의 씨앗이 전 세계로 배달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은 해당 사건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농림부는 지난달 초부터 미국 22개주와 몇몇 나라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주문하지 않은 식물 씨앗 꾸러미를 받았다고 밝혔다.



오사마 엘리시 미국 농림부 동식물위생검사국 부국장은 지금까지 배달된 씨앗을 수집해 검사한 결과 겨자, 나팔꽃, 배추, 로즈마리, 장미 등 14종의 식물 종자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정체불명의 씨앗들은 당초 중국 측의 '바이오 공격'으로 의심되며 해충이나 질병을 옮기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의심을 받았다. 문제의 소포에 중국 우체국의 라벨이 붙어 있었으며 미중관계가 날로 악화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후 기준 그러한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으며 배달 사고나 사기와 관련된 증거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세관국경보호국 등의 기관들은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씨앗을 조사 중이다. 캐나다, 영국, 호주, 일본 등의 국가도 해당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주문한 적 없는 씨앗을 받은 사람들에게 이를 심거나 만지지 말고 포장에 넣어둔 채 농림부가 수거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종자를 심으면 침습 위험이 있는 외래종을 도입해 식물 질병을 확산시킬 수 있다"며 "또 쓰레기 매립지에서 씨앗이 싹틀 수 있으니 쓰레기통에도 절대 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소포 겉면 라벨에는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왔다는 소인이 적혀 있다. /사진=NHK 갈무리소포 겉면 라벨에는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왔다는 소인이 적혀 있다. /사진=NHK 갈무리
정체불명의 씨앗들은 미국에서 처음 논란이 되었으나 전 세계로 배달되고 있다.

미 루이지애나주에서는 수사관들이 중국뿐만 아니라 우즈베키스탄, 솔로몬제도, 아랍에미리트(UAE), 키르기스스탄 등 여러 지역에서 발송된 수백 개의 소포를 수거하는 작업을 벌였다.

NHK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에서도 전국에 '주문한 적 없는 식물 씨앗이 배달됐다'는 상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8일 가나가와현 미우라시에 사는 한 60대 남성은 중국 광둥성 선전 소인이 찍힌 투명한 봉투에 2㎜ 크기의 갈색 둥근 씨앗 100여 개가 담겨 있었다고 밝혔다.

소포에는 '차이나 포스트(CHINA POST)'라고 적힌 전표가 들어있었으나 신청인의 이름은 없고 영어로 '광둥성 선전시'라고만 적혀있었다. 반면 받는 사람을 적는 부분에는 남성의 주소, 이름, 전화번호가 정확히 쓰여져 있었다.

이 소포는 해외에서 왔음에도 이 봉투에는 검역을 통과했다는 합격 도장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일본 농림수산성과 식물방역소는 합격증인이 없는 식물이나 씨앗이 도착하면 이를 심지 말고 상담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이 같은 '정체불명의 소포'와 관련해 우편에 붙은 라벨이 위조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조사를 위해 소포를 보내줄 것을 미국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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