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퇴사자만 400명"…비행기 띄우려면 300억원 필요하다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20.08.0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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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24일부터 국내 항공사 중 처음으로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 운항도 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청사 내 이스타항공 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이스타항공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24일부터 국내 항공사 중 처음으로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 운항도 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청사 내 이스타항공 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제주항공과의 M&A(인수합병)이 무산되며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양사가 인수 계약을 맺었던 지난 3월 이후 현재까지 회사를 떠난 직원만 400명을 훌쩍 넘는다. 현재 남은 직원들은 끝까지 회사를 회생시킨다는 입장이지만 항공기 운항 재개가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직원수는 현재 1300여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구조조정을 추진할 당시 임직원수는 비정규직 포함 1680명에 달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회사가 진행했던 희망퇴직 외에 자발적 퇴사가 계속되고 있다"며 "인수합병이 최종적으로 무산되면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직원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COVID-19)'로 경영난이 심화되며 지난 2월부터 직원 임금을 지불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체불된 임금만 250억원을 넘는다. 퇴사한 직원들도 퇴직금 일부 외에는 체불 임금 정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스타항공 내부적으로 제주항공과의 M&A가 이미 지난 5월초부터 무산에 가까워졌다고 본다. M&A 완료를 위해 필요했던 구조조정 계획이 조종사 노조의 반대에 막히자, 갑자기 제주항공측에서 체불임금 해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일반 직원들은 M&A 기대감을 이어갔다. 대주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수성사를 위해 직접 뛰고 있다며 직원들을 안심시켜왔기 때문이다. 퇴사한 이스타항공 전 직원은 "(이 의원이) 산업은행 부행장과 민주당 관련 인물들을 만나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며 "본인도 대통령 빼고는 다 만났다고 직원들에게 말하고 다닐 정도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이 의원은 본인을 비롯한 가족들의 이스타항공 지분을 모두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스타홀딩스의 편법 지분취득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이달 M&A가 결국 무산되자 조종사 노조는 지난달 29일 이 의원을 조세포탈 등 혐의로 검찰에 정식 고발했다. 논란이 커지면서 이 의원은 당초 출마했던 전북 도당위원장 후보직도 포기했다.

현재 남은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회사 재기를 위해 모든 걸 희생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높다. 우선 3월부터 셧다운 된 운항을 재개하려면 최소 3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별도의 외부 투자처를 찾지 않는 이상 이 같은 자금 마련은 불가능하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인수 무산 이후 무급휴직까지 고려했지만 내부 검토 끝에 이를 백지화했다. 투자처를 유치하지 못해 법정관리를 통해 청산절차를 거칠 경우 무급휴직자에겐 정부 지원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상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다는 의미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퇴사하지 않고 지금까지 남은 직원들은 어떻게든 회사를 살리기 위해 버텨보겠다는 생각이 크다"며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 불안만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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