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는 수학 공식 아냐…연기금, 기업들과 위험 요인 논의해야"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0.08.03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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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새로운 10년 ESG]<17>아드리 하인스브루크 NN 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NNIP) 책임투자 대표

편집자주 ESG(환경, 사회적책임,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ESG 친화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자금은 30조 달러를 넘어섰고, 지원법을 도입하는 국가도 생겨났습니다. ESG는 성장정체에 직면한 한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단이자 목적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2020 새로운 10년 ESG’ 연중기획 기획을 통해 한국형 자본주의의 새 길을 모색합니다.

아드리 하인스브룩 NN 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NNIP) 책임투자 대표 / 사진제공=NNIP아드리 하인스브룩 NN 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NNIP) 책임투자 대표 / 사진제공=NNIP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는 수학 공식이 아닙니다. 세 가지 모든 요소에서 최소한의 수준은 갖춰야 하겠지만 지배구조가 매우 중요합니다. 비록 한 두가지 요인이 평균을 밑돌더라도 개선 여지가 크고 높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면 우리는 인게이지먼트(기관투자가의 적극적 대화와 관여) 활동과 투자까지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ESG 모멘텀이라고 부릅니다."

ESG 평가의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아드리 하인스브루크 NN 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NNIP) 책임투자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NNIP는 유로넥스트 암스테르담에 상장돼 있는 NN그룹의 자회사다. NNIP는 1분기 말 기준 운용자산은 2970억달러(약 353조4300억원)에 이른다. 운용자산이 세계에서 75번째로 크다. 글로벌 주식, 채권 모두 투자하고 있다.



NNIP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대부분의 자산 투자에 ESG 요소를 고려한다는 점이다. 하인스브루크 대표는 2017년 초부터 NNIP의 책임투자 활동 전반을 감독해왔다.

이전에도 벨기에 ING 은행, 네덜란드 ING그룹 등에서 지속가능한 투자 책임역을 맡아왔다. NNIP의 전신은 ING투자운용으로, 1991년 네덜란드 대형 보험사인 NN과 NMB 포스트뱅크그룹이 합병해 설립된 것이 ING그룹이다. 이후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ING그룹은 보험 및 자산관리 부문을 분리해 NN그룹이 세워진다. 이에 따라 NN그룹 소속이 된 NNIP도 2015년에 ING투자운용에서 사명을 바꿨다.



하인스브루크 대표의 주요 업무는 ESG의 전체적인 요소가 전 투자 과정에 개입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임직원뿐 아니라 고객들과도 꾸준히 대화를 나눈다. 실제 책임투자(RI) 체계가 NNIP의 운용 철학과 원칙을 잘 반영하도록 하게 한다.

ESG 투자, 화석 연료 사용보다 기술 적응·인재 채용이 중요
하인스브루크 대표는 3일 머니투데이와 서면 인터뷰에서 “ESG 투자 전략에는 기업의 에너지 사용량과 같은 데이터보다 기술의 적응력, 위험관리 정책, 인력 채용과 같은 요소들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ESG 정보로 많이 이용되는 ‘생태 발자국(인간이 지구상의 자원을 사용하며 남기는 흔적)’은 금융기관의 경우 90%가 건물의 에너지, 업무출장으로 인한 화석연료의 사용, 내부 조직 및 고객 등을 위한 인쇄물 제작 등이다. 이러한 비용이 회사 재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하인스브루크 대표는 “이보다 (새로운) 기술의 적응력, 위험관리 정책, 인력채용 등과 같은 요소가 더욱 중요하고 이들에 집중해 리서치를 해야 한다”며 “이들 요소는 실증적인 자료로 증빙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NNIP는 이러한 리서치를 위해 독자적인 ESG 지표와 중대성 프레임워크(materiality framework)와 지침을 마련했다. ‘중대성’이란 어떤 요소들이 ESG에 영향을 미치는 가다.

그는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NNIP는 20년 이상 지속가능 투자를 해왔다.

NNIP의 ESG 투자 전문가들의 경력은 이보다 더 길다. NNIP가 ESG 투자 시장에서 앞선 경쟁력을 갖고 있는 이유다. ESG 투자 전문가들은 데이터전문가들과 지식을 공유하며 직원들의 통찰력과 업무 방식을 개선시킨다.

좋은 ESG 투자를 위해서는 자산을 맡기는 고객의 입장을 이해하는 일도 필수적이다. 하인스브루크 대표는 “투자자의 입장을 잘 이해해 무엇을 투자 기준으로 삼을 지, 최적 성과를 얻기 위해 어떤 분야를 공략할 지 등을 정하는 것이 첫 번째”라고 말했다.

이런 것들이 명확해지면 NNIP의 ESG투자 방향이 투자자의 요구에도 잘 부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객의 제안요청서(RFP)를 다시 철저하게 살펴보거나 투자자와 긴밀히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많은 금융사들이 제각각의 ESG 기준을 가지고 있고 이를 설명하기 위한 지표들이 추상적이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NNIP의 현장중심 리더십(practice leadership)을 보면 우리의 포트폴리오에서 ESG 투자가 핵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항상 설명한다”고 답했다.

하인스브루크 대표는 “ESG 투자는 성과뿐 아니라 투자의 타당성과 포트폴리오 구성 전략까지 포괄적인 접근법을 설명한다”며 “이러한 대화를 통해 투자자들과 이해를 높여간다”고 설명했다.

하인스브루크 대표는 “대부분의 고객들은 자체적으로 합리적 수준의 ESG 투자 기준을 갖고 있으며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투표권 행사 등 수탁책임자로써의 의무 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또 다른 중요한 요구는 기후변화 위험, 임직원 대상 교육·훈련 및 임금 정책 등 ESG 주제와 관련해 피투자기업에 의견을 개진해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많은 투자자들은 ESG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내 온 자산운용사와 매니저에게 자산을 맡기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NNIP의 ESG 투자는 실제로 올해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변동성 장세에서도 6개월 연속 월간 시장수익률을 웃돌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재택근무, 인터넷 쇼핑, 엔터테인먼트의 디지털화, 의료분석 장비 관련 투자 수익이 상승한 덕분이다. 장기 수익성이 불확실한 은행주와 에너지 업종 비중이 낮았다는 점도 수익률에 기여했다.

하인스브루크 대표는 “우리의 유럽 주식 지속가능 투자 전략은 수익성이 높고 재무상태가 건실하고 장기적으로 성장전망도 밝은 우량기업들을 중심으로 투자했다”며 “하락장과 상승장 모두에서 시장수익률을 상회한 것은 괄목할만한 성과”라고 자신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유럽 경제가 특히 큰 충격을 받았음에도 주식 성과가 상대적으로 양호할 수 있었던 이유는 피투자기업의 사업 회복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국민연금, 기업의 위험 파악하고 ESG 역량 향상 위해 대화 해야
아드리 하인스브룩 NN 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NNIP) 책임투자 대표 / 사진제공=NNIP아드리 하인스브룩 NN 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NNIP) 책임투자 대표 / 사진제공=NNIP
ESG는 세 가지 분야를 모두 평가하다보니 결과적으로는 관련 내부 체제를 만들 여력이 되는 아마존, 페이스북 등 대기업에 투자하게 된다는 시장의 비판에 대해서는 "ESG지표는 수학공식으로 풀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NNIP의 중대성 프레임워크는 업종들의 중대한 ESG 주제가 무엇인지, 그 주제와 관련해 어떤 요소들로 기업들을 평가할 지에 대한 지침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라고해서 투자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하인스브루크 대표는 "예를 들어 연어 산업에서 순환적인, 재생 가능한 방법을 찾았다면 작은 식품회사라도 투자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들은 방대한 양의 보고 및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할 수 있는 여력이 있지만,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고 있는 ESG 자산운용사라면 작은 기업이라도 ESG 역량을 올바르게 평가하고 투자할 수 있다"고 했다.

세계에서 운용규모가 3번째로 큰 우리나라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회사가 직면한 위험이 곧 우리의 위험이고, 그 회사가 얻을 수 있는 기회가 곧 우리에게도 기회가 된다는 점을 깨닫고 이해관계자 저변을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하인스브루크 대표는 "이러한 위험인식과 책임투자 이행을 위한 관리, 그리고 어떻게 위험 요인들을 완화시키고, 피투자기업의 ESG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을 지에 대해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NNIP의 사업의존성모델(business dependency model)은 각 기업의 사업 활동이 각각의 분야에서 어떤 사회적 책임과 관련이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에너지 발전형태의 변환이나 건강한 라이프스타일로의 발전 등"이라고 설명했다.

그 다음 단계로는 자본적지출(CAPEX)을 어떻게 배분할 지를 놓고, 해당 피투자기업과 논의해야 한다. ESG에 따른 구조 전환은 자본적지출의 구조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인스브루크 대표는 "이를 통해 국민연금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자산 운용에 반영하려 한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건강한 기업이 ESG 평가에 있어서도 우수하다"고 자신했다. 환경에 더 잘 적응하고, 높은 수준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기업들이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더 나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하인스브루크 대표는 "미래에 대한 적극적인 대비는 회사 임직원과 고객에게도 유익한 결과를 가져다 준다"며 "변화하는 고객 요구에 맞춰 생산설비에도 변화가 필요한 것처럼 공급망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ESG 역량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인스브루크 대표는 ESG 투자를 꾸준히 과일을 수확하기 위해 숲을 가꾸는 농부에 비유했다.

그는 "어릴적 농부였던 삼촌들과 할아버지는 다음해 풍성한 과일을 수확하기 위해서는 지금 농장의 가축들을 잘 돌봐야 한다는 말씀을 자주하셨다"고 말했다. 때가 됐을 때 파종할 수 있는 충분한 씨앗을 가지려면, 과일나무도 심고 숲도 가꿔야 한다는 것이다.

하인스브루크 대표는 "마찬가지로 우리 모두가 투자하거나 자본을 투입할 때 경제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 미래에 찾아올 도전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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