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화산섬에는 총 79개의 크고 작은 부속 섬이 있다. 기준에 따라 개수가 조금씩 달라지지만 제주 행정당국은 유인도 8곳, 무인도 71곳을 공식 부속 섬으로 인정하고 있다.(2020년 제주지역통계)
제주의 부속 섬 대부분은 우리말, 고유어로 불렸다. 그 모양에서 이름이 만들어지기도 했고 설화와 함께 유래가 전해진 곳들도 있다. 하지만 일부는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 등을 거치며 이름이 한자식으로 바뀌었다.
바로 대표적인 곳이 마라도다. 오래전 ‘금섬’, ‘금도’로 불리며 금지된 섬으로 여겨졌다. 파도가 유난히 거칠고 날씨가 변덕스러웠던 탓이다.
지금의 이름인 ‘마라’의 어원은 확실히 확인되지 않지만 일제강점기 지형도에 ‘마라(馬羅)도’로 표기된 것이 오늘까지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마라도와 제주 본섬 사이의 가파도도 비슷한 경우다. 파도에 파도가 더해지는 섬이라는 뜻의 ‘더우섬’으로 불렸으나 이후 더할 가(加)에 물결 파(波)를 써 ‘가파’가 됐다.

우도 서쪽 방면에는 토끼섬이라고 불리는 작은 섬이 있다.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앞바다의 토끼섬은 천연기념물 제19호인 문주란 자생지로 알려졌다. 8월 즈음 하얀색 꽃이 만발해 섬 전체를 덮으면 토끼처럼 보여 섬의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동물 이름이 붙은 섬은 또 있다. 서귀포시 대륜동 법환동 앞바다의 범섬. 멀리서 보면 큰 호랑이가 웅크리고 앉아있는 모습을 닮았다는 의미다. 섬의 서편에는 새끼섬도 붙어있다.
범섬의 북서쪽, 강정 앞바다에는 일명 ‘썩은섬’이라고도 불리는 서건도가 있다. 석근섬, 부도 등 별칭도 있는 이 섬의 이름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진다.
큰 고래를 잡은 한 어부가 욕심이 생겨 무인도인 이 섬에 숨겨놓았지만 나중에 옮겨 팔고 싶어도 고래가 너무 커 하지 못했다. 결국 고래가 점점 썩어가면서 섬 전체에 냄새가 진동해 ‘썩은섬’으로 불리게 됐다는 이야기다.
한편에서는 토질이 푸석푸석한 죽은 흙(누룩돌)이어서 그렇다는 주장도 있고 죽은 고래가 떠밀려와 썩은 냄새가 고약한 곳을 의미한다는 말도 있다.

새섬의 ‘새’는 동물을 뜻하지 않는다. 제주 초가의 지붕을 덮는 풀(띠)을 가리킨다. 이 섬에서 ‘새’라는 풀이 많이 자란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문섬은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민둥섬이라는 뜻에서 ‘믠섬’, ‘민섬’이라고 불렸으며 섶섬은 숲이 무성해서 ‘숲섬’이라고 불렸다가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됐다.
서귀포 안덕면 앞바다의 무인도인 형제섬은 비교적 이름이 알려진 곳이다. 그 형상이 크고 작은 형제가 마주 보는 모습으로 이름이 붙었다.
썰물 때면 모습을 드러내는 새끼섬과 암초들이 있어 보는 방향에 따라 그 모양이 달라지기도 해 일출, 일몰시간에 맞춰 가볼만한 명소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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