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Q&A] 썩은섬·토끼섬·형제섬·새섬…이름도 다양한 ‘섬 속의 섬’

뉴스1 제공 2020.08.01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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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부속 섬, 유인도 8곳·무인도 71곳
모양, 특징, 설화에 따라 다양한 이름 붙어

[편집자주]세계의 보물섬, 국제자유도시, 세계자연유산…당신은 제주를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제주는 전국민의 이상향이지만 때로는 낯설게 다가온다. 제주는 지리적 특성상 타지역과는 다른 독특한 풍습과 문화, 제도, 자연환경 등을 지녔다. 뉴스1제주본부는 제주와 관련한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보고 소개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제주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는 독자라면 제보도 받는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천연기념물 제19호인 문주란 자생지로서 주변해역은 보호대상 해양생물인 거머리말이 7188㎡ 면적에서 대규모로 서식하고 있어 해양생태적 가치가 높은 토끼섬 전경. (사진제공=제주도) /© News1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천연기념물 제19호인 문주란 자생지로서 주변해역은 보호대상 해양생물인 거머리말이 7188㎡ 면적에서 대규모로 서식하고 있어 해양생태적 가치가 높은 토끼섬 전경. (사진제공=제주도) /© News1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썩은섬, 토끼섬, 새섬, 문섬. 이름도 낯선 이들은 섬 속의 섬, 제주의 부속 섬들이다.

제주 화산섬에는 총 79개의 크고 작은 부속 섬이 있다. 기준에 따라 개수가 조금씩 달라지지만 제주 행정당국은 유인도 8곳, 무인도 71곳을 공식 부속 섬으로 인정하고 있다.(2020년 제주지역통계)



부속 섬 가운데 가장 큰 면적의 우도, 한반도 최남단 섬 마라도 등은 관광객이 많이 찾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제주도민이 아니라면 이름조차 들어보기 힘든 곳이다.

제주의 부속 섬 대부분은 우리말, 고유어로 불렸다. 그 모양에서 이름이 만들어지기도 했고 설화와 함께 유래가 전해진 곳들도 있다. 하지만 일부는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 등을 거치며 이름이 한자식으로 바뀌었다.

바로 대표적인 곳이 마라도다. 오래전 ‘금섬’, ‘금도’로 불리며 금지된 섬으로 여겨졌다. 파도가 유난히 거칠고 날씨가 변덕스러웠던 탓이다.


지금의 이름인 ‘마라’의 어원은 확실히 확인되지 않지만 일제강점기 지형도에 ‘마라(馬羅)도’로 표기된 것이 오늘까지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마라도와 제주 본섬 사이의 가파도도 비슷한 경우다. 파도에 파도가 더해지는 섬이라는 뜻의 ‘더우섬’으로 불렸으나 이후 더할 가(加)에 물결 파(波)를 써 ‘가파’가 됐다.

마라도 전경. /© News1마라도 전경. /© News1
우도 역시 다른 이름이 있었다. 섬의 형상이 물소가 머리를 내밀고 누워있는 모습과 같다는 의미로 ‘소섬’, ‘쉐섬’으로 불렸으나 시간이 지나며 한자식 이름이 붙었다.

우도 서쪽 방면에는 토끼섬이라고 불리는 작은 섬이 있다.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앞바다의 토끼섬은 천연기념물 제19호인 문주란 자생지로 알려졌다. 8월 즈음 하얀색 꽃이 만발해 섬 전체를 덮으면 토끼처럼 보여 섬의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동물 이름이 붙은 섬은 또 있다. 서귀포시 대륜동 법환동 앞바다의 범섬. 멀리서 보면 큰 호랑이가 웅크리고 앉아있는 모습을 닮았다는 의미다. 섬의 서편에는 새끼섬도 붙어있다.

범섬의 북서쪽, 강정 앞바다에는 일명 ‘썩은섬’이라고도 불리는 서건도가 있다. 석근섬, 부도 등 별칭도 있는 이 섬의 이름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진다.

큰 고래를 잡은 한 어부가 욕심이 생겨 무인도인 이 섬에 숨겨놓았지만 나중에 옮겨 팔고 싶어도 고래가 너무 커 하지 못했다. 결국 고래가 점점 썩어가면서 섬 전체에 냄새가 진동해 ‘썩은섬’으로 불리게 됐다는 이야기다.

한편에서는 토질이 푸석푸석한 죽은 흙(누룩돌)이어서 그렇다는 주장도 있고 죽은 고래가 떠밀려와 썩은 냄새가 고약한 곳을 의미한다는 말도 있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형제섬 일출 장면.2015.12.31/뉴스1 © News1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형제섬 일출 장면.2015.12.31/뉴스1 © News1
범섬의 동쪽 방면으로는 서귀포의 대표적인 부속 섬들이 줄지어 있다. 새섬, 문섬, 섶섬, 지귀도 등이다.

새섬의 ‘새’는 동물을 뜻하지 않는다. 제주 초가의 지붕을 덮는 풀(띠)을 가리킨다. 이 섬에서 ‘새’라는 풀이 많이 자란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문섬은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민둥섬이라는 뜻에서 ‘믠섬’, ‘민섬’이라고 불렸으며 섶섬은 숲이 무성해서 ‘숲섬’이라고 불렸다가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됐다.

서귀포 안덕면 앞바다의 무인도인 형제섬은 비교적 이름이 알려진 곳이다. 그 형상이 크고 작은 형제가 마주 보는 모습으로 이름이 붙었다.

썰물 때면 모습을 드러내는 새끼섬과 암초들이 있어 보는 방향에 따라 그 모양이 달라지기도 해 일출, 일몰시간에 맞춰 가볼만한 명소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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