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공매도 재개 할까 말까…고심하는 금융위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0.08.0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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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공매도 재개 할까 말까…고심하는 금융위


공매도 금지 종료 시한(9월 15일)을 앞두고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다. 공매도의 순기능과 부작용 사이 딜레마 때문이다.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한 국내에서 자칫 공매도 재개가 증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다. 특히 개미(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이다. 반면 공매도의 순기능을 고려할 때 무한정 이를 금지할 순 없다는 입장도 만만찮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공매도 관련 발언이 공매도 금지 연장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코로나19(COVID-19)가 완전 종식되지 않은 상황 등을 고려해 공매도 재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은 위원장의 발언이 사실상 금지 기간 연장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다.

은 위원장은 최근 공매도와 관련한 연이은 발언으로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달 30일 스타트업 지원센터 '마포 프론트1' 개소식 행사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코로나 때문에 6개월 간 공매도 제한을 했는데 아직 코로나가 안 끝났다"며 "8월 중 공매도 관련 공청회를 거쳐 재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코로나와 경제 상황 등을 감안해 결정하겠다"며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같은 발언이 연달아 나오자 증권업계에서는 "사실상 공매도 금지 연장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시장에서는 공매도 재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3월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증시 폭락으로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했는데,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매도가 다시 재개될 경우 시장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공매도란 타인으로부터 주식을 빌려 시장에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이를 되사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법이다. 주가가 떨어질때 수익이 나기 때문에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공매도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주가가 하락세일 때는 공매도가 급증하면서 추가 하락을 부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지난 3월 폭락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증시와 함께 코스피 지수도 무너져 내렸다. 3월9일 4.19% 폭락하며 2000선이 깨졌고, 12일에는 1900선, 13일에는 1800선이 무너졌다. 지난해 말 6억894만주였던 코스피·코스닥 공매도 잔고는 3월11일 7억3994만주로 21.5% 급증했다.

공매도가 패닉셀(panic sell)을 부추긴다는 지적에 금융위는 3월16일부터 6개월 간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공매도 금지 이후에도 주가 하락은 한동안 이어졌지만 곧 반등에 성공해 현재는 코로나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공매도 금지 효과에 대해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코로나 이전으로 증시가 회복되지 못했을 것이란 시각이 있는 반면, 공매도 금지가 오히려 한국 증시에 대한 신뢰도를 훼손시켜 외국인 매도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우선 공매도 금지 이후 국내 증시의 성과를 보면 공매도가 유지되고 있는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상승률이 높았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3월 저점 대비 54.32% 올랐고 코스닥은 무려 90.34% 급등했다. 같은 기간 S&P(스탠다드앤드푸어스) 500과 나스닥이 45.1%, 54.33% 오른 것보다 높은 성과다. 일본 니케이 지수는 이 기간 31.16% 올랐다.

코로나19 이전 올해 고점과 비교해도 코스피 지수는 전 고점을 거의 회복했지만 S&P500과 니케이는 아직 전고점 대비 4.13%, 9.86% 낮은 수준이다.

특히 그동안 코스닥 종목들이 공매도에 많이 시달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전고점보다 17% 가량 오른 코스닥 지수의 성과는 공매도 금지 덕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가가 오르면 공매도 세력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공매도한 주식을 매입하는 숏커버링을 하는데, 주가 상승 과정에서 숏커버가 몰리면 강한 매수세의 유입으로 주가가 더 오르는 '숏스퀴즈'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코스닥 시장의 공매도 잔고는 공매도 금지 이후 42.8% 감소해 같은 기간 코스피(35.7% 감소)보다 더 줄었다.

공매도의 순기능을 강조하는 쪽은 공매도 금지가 외국인이 한국 시장을 외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통상 공매도의 순기능이라면 유동성 공급과 가격발견 기능을 꼽는다. 해외 기관들은 코로나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도 계속 오르는 한국 증시를 보며 공매도의 부재로 과평가 돼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금융당국의 고민은 코로나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에서 이처럼 논란이 분분한 공매도 재개 여부를 쉽게 결정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전세계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증시의 하방 압력은 어느정도 완화했다지만, 실물경기 반등 속도가 생각보다 느리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이다. 실적이 하락하는 가운데 오른 증시는 외부 충격에 그만큼 취약하다.

금융당국도 코로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최근 한미 통화스와프를 6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중견·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과 보증 만기도 6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위는 공매도가 시장에 미치는 효과와 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공매도 재개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국거래소는 현재 공매도의 시장 효과와 관련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중간결과가 나오는 8월말쯤 공청회를 열고 각계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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