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10도에서 수분간 참기…‘장수’ 위한 생활습관들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20.08.0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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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노화의 종말’…하버드 의대 수명 혁명 프로젝트

영하 110도에서 수분간 참기…‘장수’ 위한 생활습관들


100세 수명을 얘기하지만, 생의 마지막은 결코 아름답게 끝나지 않는다. 100세까지 이르더라도 그 과정은 산소 호흡기와 온갖 약물, 수술 또 수술로 이뤄질 게 뻔하다. 그리고 이런 수순은 ‘정상’이고 “인생은 원래 그런 것”이라고 수용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면 어떨까. 더 젊게 오래 사는 일이 가능해지고, 40대에도 중년이라고 느끼지 못하며 60대에 새롭게 족적을 찍기 시작한다면?



노화와 유전 분야 세계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는 저자인 데이비드 싱클레어 하버드 의대 유전학 교수는 “곧 그렇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저자는 우선 노화와 질병을 보는 기존의 관점을 완전히 뒤집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심장병, 치매, 암 같은 것은 질병 자체가 아니라, 더 큰 무엇의 증상일 뿐이고 노화 자체가 질병이며 이 질병은 치료할 수 있고 늦추거나 멈추거나 심지어 되돌리기까지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간 노화는 어떤 징표들이 존재해왔다. DNA 손상, 텔로미어 마모,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 줄기세포 소진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모든 징표들에 대처해도 최대수명은 결코 늘리지 못한다.

저자가 노화의 원인으로 주목한 것은 ‘생존 회로’다. 생물은 디지털 정보인 DNA(유전체)와 아날로그 정보인 후성유전체로 구성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아날로그 정보가 변질되면서 세포가 정체성을 잃고 기능 이상에 빠진다.

저자는 이를 ‘후성유전적 잡음’이라고 부른다. 마치 피아니스트(후성유전체)가 피아노(유전체)의 건반(유전자)을 실수로 잘못 눌러 연주회를 망쳐 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노화의 원인이 밝혀졌다면 치료 방법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생활 습관에서 보면 ‘적게 먹는 식습관’이 우선이다. 이 ‘영양실조 없는 열량 제한’은 장수 효소 서투인을 활성화해 생존 회로를 작동시킨다. 몸에 일종의 비상사태가 선포돼 세포 방어 체계를 자극해 질병과 쇠퇴를 막고 노화를 늦추는 것이다.

‘간헐적 단식’도 그중 하나다. 주기적으로 열량을 제한하면서 식물성 단백질 섭취가 추천된다. 동물성 단백질보다 아미노산 양이 부족해 스트레스를 받은 몸이 생존 회로를 가동하기 때문이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사자의 저녁보다 토끼의 점심’에 가까운 식단을 짜야 하는 셈이다.

운동은 저산소증 반응이 올 만큼 격렬하게 최대 심장 박동수의 70-85%로 땀을 흘리는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이 가장 좋다. 몸을 편안하지 않은 온도에 노출시키는 것도 장수 유전자를 켜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최근 섭씨 영하 110도까지 냉각된 방에 몇 분 동안 들어가 있는 ‘저온요법’이 갈수록 인기를 얻는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작용한 까닭이다.

저자는 “약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몸이나 세포는 거기에 반응해 활성을 띤다”며 “세포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장수 유전자를 활성화하는 이런 생활 습관들이 장수의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생명이 화학 반응들의 질서 있는 집합이라는 점을 들어, 약물을 통한 노화 방지도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이스터섬의 유명한 모아이 석상 밑 흙에서 찾아낸 약물인 ‘라파마이신’은 향균제와 면역 억제제지만 탁월한 항노화 기능을 발휘한다. 프랑스 라일락에서 찾아낸 ‘메트포르민’은 2형 당뇨병 약으로 쓰이지만 커피 한 잔보다 싸고 안전한 항노화제다.

장수 효소를 활성화하는 유전자인 서투인은 건강, 적응성, 생존 자체를 책임진다. 이 서투인을 활성화하는 물질인 ‘스택’도 여럿 발견됐는데, 그중 주로 포도 껍질에서 생산되는(그래서 백포도주에는 없고 적포도주에만 있는) ‘레스베라트롤’은 효모의 수명을 사람으로 치면 50년이나 늘렸다.

저자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한 유전자요법이 현실로 구현되고 있다며 “아기가 각종 백신 접종을 받듯, 아예 노화를 막는 백신 접종이 앞으로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유전체 서열 분석을 통한 개인 데이터를 토대로 만들어진 ‘생체표지추적’은 예방 가능한 급성 및 외상 사망을 줄일 뿐 아니라 장수에 가장 큰 위협인 감염병 팬데믹에도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

생명 연장만큼 중요한 화두는 ‘우리는 어떻게 죽을까’이다. 저자는 “노화와의 싸움은 죽음을 종식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건강한 삶을 연장하고 더 많은 이들에게 훨씬 더 나은 상태에서 사실상 스스로 선택하는 죽음을 맞이할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노화의 종말=데이비드 A. 싱클레어, 매슈 D. 러플랜트 지음. 이한음 옮김. 부키 펴냄. 624쪽/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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