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5번·아마존 3번·삼성전자 1번…'이것' 때문에 주가 갈렸다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20.08.01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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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쿠퍼티노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팀 쿡 애플 CEO가 1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열린 연 전 세계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행사서 참석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애플은 이날 트리플 카메라가 탑재된 아이폰 11 프로- 프로 맥스를 공개하고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의 하드웨어 신제품도 선보였다.  ⓒ AFP=뉴스1(쿠퍼티노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팀 쿡 애플 CEO가 1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열린 연 전 세계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행사서 참석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애플은 이날 트리플 카메라가 탑재된 아이폰 11 프로- 프로 맥스를 공개하고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의 하드웨어 신제품도 선보였다. ⓒ AFP=뉴스1


애플이 4대1 주식분할을 발표하면서 국내보다 활발한 미국 기업의 주식분할을 두고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주식분할을 향한 기업 문화 차이를 가장 큰 배경으로 꼽았다.

30일(현지시간) 증권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장 마감 직후 2분기 실적 공개와 함께 4대 1 주식분할을 예고했다. 이날 사상 최대 분기 매출(596억9000만달러)를 발표한 애플은 정규 거래에서 1.2%, 시간외 거래에서 6% 넘게 뛰며 주당 409.55달러까지 치솟았다.



분할된 주식은 다음달 24일 주주들에게 나눠지고 분할된 기준으로 거래는 같은 달 31일 시작된다. 현재 400달러 안팎의 애플 주가는 액면분할 후 100달러대로 낮아지게 된다.

애플의 주식분할은 이번이 5번째다. 1980년 나스닥에 상장한 애플은 1987년 2대 1 주식분할을 시작으로 2000년(2대 1), 2005년(2대 1), 2014년(7대 1) 주식분할을 거쳐왔다.



애플뿐만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9회), 코카콜라(9회), 월마트(9회), 포드(8회), 제네럴일렉트릭(7회), 아마존(3회) 등 미국 대형주 사이에서 주식분할은 잦은 편이다.

미국은 애플(0.00001달러), 페이스북(0.000006달러) 등 액면가액이 매우 낮거나 액면가가 아예 없는 경우도 있고, 액면가액이 변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액면분할보다는 주식분할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다만 주식을 추가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1개 주식을 분할해 여러개의 주식으로 늘린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액면분할과 개념이 비슷하다.


버핏 / 사진제공=뉴시스버핏 / 사진제공=뉴시스
그러나 주식분할을 꺼리는 기업도 있다. 대표적으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A주)가 꼽힌다. 1962년 버핏이 처음 사들일 때만 해도 7.5달러에 불과했던 버크셔해서웨이 주가는 현재 29만1362달러에 이른다. 무려 388만% 넘게 오른 것이다.

일찍이 주식을 쪼개지 않겠다고 선언한 버핏은 58년동안 단 한 번도 주식 분할을 하지 않았다. 버핏이 주식분할을 꺼리는 이유를 명확히 밝힌 적은 없지만 그의 가치투자 철학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버핏은 일반인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 1996년 기존 주식을 'A주'로 삼고 A주의 30분의 1 가격에 'B주'를 발행했다. 2010년에는 B주를 50대 1로 액면분할해 가격을 더 낮추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2020년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을 8조 1000억원으로 공시한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직원들이 지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삼성전자가 2020년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을 8조 1000억원으로 공시한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직원들이 지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국내에서도 2015년 아모레퍼시픽 (146,100원 ▲700 +0.48%), 2018년 삼성전자 (76,300원 ▼2,300 -2.93%)와 네이버, 지난해 롯데칠성 (127,100원 ▲100 +0.08%) 등이 액면분할을 단행했으나 한 기업이 두 차례 이상 액면분할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국내보다 미국 기업의 주식분할이 활발한 이유로는 인식 차이가 꼽힌다. 국내 기업은 주식분할을 비용으로 생각하는 반면 미국 기업은 투자자에게 제공해야 할 의무로 여긴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자를 위한 편의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인식이 우리나라보다 미국이 강한 편"이라고 진단했다.

황 연구원은 "주식분할은 기업에 자금이 유입되는 효과는 없지만, 관련 절차 진행을 위해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투자자를 위한 서비스라는 인식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기본 의무로 생각하는 미국 기업과 달리 국내 기업은 비용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크다"고 덧붙였다.

안석훈 이베스트투자증권 해외주식팀장은 "미국 기업들이 최근 자사주 매입도 줄이는 추세고, 배당금도 가능하면 유지하면서 다른 주주환원책으로 주식분할이 주목받게 됐다"며 "국내에서는 아무래도 주주가치 향상보다 오너 중심 기업이 많다 보니 주식분할이나 병합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주식 쪼갠 애플 주가 오를까? 삼성전자는 겨우 11% 올랐다
삼성전자가 2020년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을 8조 1000억원으로 공시한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직원들이 지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삼성전자가 2020년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을 8조 1000억원으로 공시한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직원들이 지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애플이 4대1 주식분할을 결정한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액면분할 이후 주가 성적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액면분할이 주가 상승으로 인한 결과일 뿐, 액면분할이 주가 상승을 가져온다고 결론 짓기는 섣부르다고 조언한다.

31일 코스피시장에서 삼성전자 (76,300원 ▼2,300 -2.93%)는 전 거래일 대비 1100원(1.86%) 내린 5만7900원에 마감했다. 이는 액면분할 직후 주가(5만1900원·2018년 5월 4일)보다 11.6% 높다.

그러나 액면분할 효과로 상승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상장 직후 삼성전자의 주가는 4만원대로 떨어졌고 지난해 1월에는 3만6850원까지 추락했다가 11월에야 5만원대를 회복했다.

코로나19(COVID-19) 이후 국내 증시 회복세에도 4~5만원대를 횡보하던 삼성전자는 지난 29일 장중 6만원을 돌파했으나 다시 5만원 후반으로 내려왔다.

액면분할한 다른 대형주들도 마찬가지다. 상당수가 분할 이전보다 주가가 부진하거나 최근에야 회복한 상황이다. 2015년 10대 1로 액면분할한 아모레퍼시픽 (146,100원 ▲700 +0.48%)의 현 주가는 16만6000원으로, 분할 직후 주가(37만6500원) 대비 55.9% 낮다. 롯데칠성 (127,100원 ▲100 +0.08%)도 지난해 5월 10대 1 액면분할했으나, 주가는 1년여만에 40% 가까이 하락했다.

2018년 10월 70만원짜리 주식을 5분의 1로 쪼갠 NAVER (182,700원 ▼1,000 -0.54%) 또한 10개월 넘게 분할 직후 주가(14만2000원)에 못 미치며 부진을 겪었다. 최근 코로나19로 언택트(비대면) 관련주가 수혜를 입으며 30만원을 돌파하며 액면분할 종목중 체면치레를 했다.

(성남=뉴스1) 구윤성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천명을 넘어선 26일 인터넷서비스 업체인 네이버가 이날부터 전직원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네이버 관계자는 "26일부터 28일까지 필수인력을 제외한 전 직원이 분당 사옥으로 출근하지 않는다"며 "업무상 외근과 출장도 자제하도록 가이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에서 관계자가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2020.2.26/뉴스1(성남=뉴스1) 구윤성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천명을 넘어선 26일 인터넷서비스 업체인 네이버가 이날부터 전직원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네이버 관계자는 "26일부터 28일까지 필수인력을 제외한 전 직원이 분당 사옥으로 출근하지 않는다"며 "업무상 외근과 출장도 자제하도록 가이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에서 관계자가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2020.2.26/뉴스1
올해 들어 액면분할을 단행한 기업들도 주가 향방이 제각각이었다. 코스피 상장사 3곳 중 유한양행 (71,500원 ▼800 -1.11%)은 23% 올랐으나 남영비비안 (992원 ▼12 -1.20%)(-35.44%)과 유화증권 (2,255원 ▲20 +0.89%)(-5.29%)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는 자안 (50원 ▼95 -65.52%)(-59.18%), 에이루트 (392원 0.00%)(-16.81%)는 액분 이전보다 하락했으나, WI (6,030원 ▼240 -3.83%)(8.10%), 아이에이네트웍스 (1,000원 ▼16 -1.57%)(74.54%), 케이맥 (3,655원 ▲100 +2.81%)(3.75%)은 상승했다.

액면분할은 주식의 액면가액을 일정한 비율로 나눠 주식 수를 증가시키는 것을 말한다. 통상 주식 시장 가격이 너무 높아 거래가 부진할 때 접근성을 높여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사용된다. 1주당 가격이 250~300만원을 상회해 '황제주'로 불리던 삼성전자나 아모레퍼시픽이 액면분할을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액면분할=주가 상승' 공식이 성립하는지는 미지수다. 기업 펀더멘탈(기초체력) 변화는 없이 거래량만 늘리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액면분할 자체가 주가 상승 재료가 되기보다, 주가가 올라 덩치가 커진 기업이 액면분할을 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액면분할은 주가 상승의 결과일 뿐 원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액면분할을 하더라도 기업 펀더멘탈·대외적 요소에 의해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분할 이후 주가 부진을 겪은 롯데칠성은 지난해 144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코로나19 여파로 화장품 업황 전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분할 이후 20% 넘게 뛴 유한양행은 2분기 영업이익이 404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4억4400만원) 대비 무려 90배 넘게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주식분할 절차에 있어 국내 기업의 주주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의안정보의 적극적 제공이나 주식분할 후 최대주주 주식매각 등 관련 투자 위험요소에 관한 구체적 공시 없이 주가상승이라는 장밋빛 전망만을 가지고 주주총회에서 형식적으로 통과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미국 등 선진국 글로벌 기업의 주주소통 실무관행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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