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넷플릭스, 韓 1500만 리모콘족 잡았다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김수현 기자 2020.08.0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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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U+ 이어 850만 가입 KT '올레tv'와 제휴..."서비스 안정화 함께 노력" 망 이용대가 지불 관심

진격의 넷플릭스, 韓 1500만 리모콘족 잡았다


국내 유료방송 시장 1위인 KT가 결국 넷플릭스와 손잡았다. 자사 IPTV인 '올레tv'에 넷플릭스 콘텐츠를 탑재해 다음달 3일부터 서비스한다. LG유플러스에 이어 KT도 넷플릭스와 '동맹'을 선택한 것이다. 이동통신 3사 중 넷플릭스와 협력 관계를 맺지 않은 건 망 이용료 송사에 휘말린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이 유일하다.

올레TV 850만 가입자도 넷플릭스 본다
KT는 넷플릭스와 제휴해 8월3일부터 850만 올레tv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넷플릭스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넷플릭스 콘텐츠를 이미 제공하는 LG유플러스의 U+TV 가입자(436만명)와 LG헬로비전 가입자 등을 합하면 유료방송에 가입한 1500만 명 가량이 넷플릭스를 직접 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KT의 넷플릭스 월정액 요금(9500~1만4500원)은 통신비와 함께 청구한다. 이용 할 수 있는 콘텐츠 수는 동일하지만 요금에 따라 동시 접속 기기 수와 화질에 차이가 있다. 요금제에 따라 최대 4명까지 동시 접속할 수 있고 TV뿐 아니라 휴대폰, 패드, PC 등 다양한 단말에서 이어볼 수 있다.

가족이 하나의 이용권을 쓰더라도 프로필을 분리해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넷플릭스 서비스는 이달 UHD2, 기가지니2, 테이블TV 셋톱박스부터 적용된다. 나머지 셋톱박스는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자동 업그레이드한다.



망 이용대가 관심 "서비스 안정화 함께 노력"
진격의 넷플릭스, 韓 1500만 리모콘족 잡았다
KT가 넷플릭스로부터 망 이용대가를 받을 수 있는 근거 조항도 계약 내용에 일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가 2018년 LG유플러스와 계약한 9대1 수준의 수익 분배 조건보다 KT에 돌아가는 몫을 키워 주는 방식으로 망 이용대가를 사실상 지불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KT는 이날 "양사는 관련 법률을 준수하고 서비스 안정화 노력을 함께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20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른바 '넷플릭스법'을 간접적으로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일정 기준 이상의 트래픽을 일으키는 콘텐츠 사업자에게 '서비스 안정성' 의무를 규정한 법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KT가 LG유플러스보다 훨씬 나은 조건으로 계약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며 "망 이용 대가를 감안해서 계약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KT는 다만 넷플릭스와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한 만큼 계약 조건 등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유료방송 1위 수성하려면 "넷플릭스와 제휴 불가피"
오픈플랫폼을 지향해 온 KT가 넷플릭스와 동맹을 택한 것은 가입자 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점유율 1위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선 넷플릭스의 콘텐츠 파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훈배 KT 커스터머신사업본부장(전무)은 "LG유플러스는 대리점에서 고객을 모을 때 넷플릭스를 볼 수 있는 IPTV로 홍보한다. 통신사들이 경쟁하는 상황에선 그런 부분을 간과할 수 없다"고 했다.

KT는 최근 위성방송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 인수에도 사실상 성공했다.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이 35.47%로 높아져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을 10%포인트 이상 앞선다. 여기에 넷플릭스 제휴 효과를 무기로 압도적인 시장 수성 전략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망 이용료 달라vs못 준다" 넷플릭스와 송사 SKB 주목
LG유플러스에 이어 KT가 넷플릭스와 제휴에 나서면서 SK브로드밴드의 시장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를 지불할 의무가 없다"며 소송을 제기해 송사에 휘말린 상태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도 망 이용대가 지불 의사를 밝힐 경우 사태가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넷플릭스의 전방위적인 국내 시장 진입으로 직접 경쟁 상대인 토종 OTT 업계에선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라는 하소연과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를 내게 된 건 반길만한 일"이라면서도 "유료방송과 OTT 등 국내 디지털 방송 시장이 넷플릭스 천하가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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