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도 못하는 장애인이…" 악플러가 한 국회의원에 남긴 댓글

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2020.08.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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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기획]악플 전쟁④

"어차피 읽지도 못하는 장애인인데 악플이 뭔 상관이냐"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김예지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을 향한 악플 중 일부다. 김 의원은 31일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시각장애가 있어 악플을 읽지 못할 줄 알고 댓글을 남기셨었다"며 "실제로 그 내용을 읽었고, 많은 악플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답했다.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정치인에게 '악플'은 일상이다. 여당 의원은 야당쪽 지지자들에게, 야당 의원은 여당이나 또 다른 야당쪽 지지자들에게 욕을 듣는다. 같은 당내에서도 다른 목소리를 내면 또 악플 폭격을 받는다.



정치인 악플의 정당성 여부는 끊임없이 논란이 되어왔다. 정치인이 공인인만큼 적정선의 비판도 '표현의 자유'라고 봐야한다는 의견과 정치인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입장이 계속 대립했기 때문이다.

법원 판결도 제각각…악플에 벌금형 있는 반면 무죄 사례도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제21대 국회의원선거 동작구을에 출마하는 미래통합당 나경원 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동작구 흑석시장 앞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2020.04.14.     20hwan@newsis.com[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제21대 국회의원선거 동작구을에 출마하는 미래통합당 나경원 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동작구 흑석시장 앞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2020.04.14. [email protected]


법원 판결도 제각각이었다. 지난 3월 16일 대전지법 형사6단독 문홍주 부장판사는 온라인 기사의 댓글로 당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향해 원색적 비난을 게재한 A씨(58)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3월경 한 온라인 포털사이트에서 나 대표를 향해 욕설이 담긴 댓글을 게시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정치인에 대한 비판을 비교적 폭넓게 허용해야 하는 점을 고려해도 수위가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문 판사는 "내용이 매우 상스러워 엄히 처벌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다만 당사자가 반성하고 있으며 정신적 문제로 치료받는 점 등 고려해 벌금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정치인은 일정 수준의 비판은 감수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도 있다. 2017년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기사에 악성 댓글을 단 하모씨는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씨는 과거 송 의원이 베트남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 5·18 20주년 기념식 전날 술집에서 시간을 보냈다는 술집 종업원의 주장 등에 착안해 "5·18엔 광주아다씨(아가씨) 품으로 지금은 러시아 아가씨 품으로. 앵길이 출세했네"라는 댓글을 달아 모욕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고소인(송 의원)의 공적 활동에 대해 비하적인 표현으로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다는 사유로 광범위한 형사처분이 가해질 경우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표현의 자유 중요하지만…"인신 공격성 악플은 지양해야"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김예지 미래통합당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하기 위해 안내견 조이와 함께 본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0.07.16.  since1999@newsis.com[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김예지 미래통합당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하기 위해 안내견 조이와 함께 본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0.07.16. [email protected]
전·현직 국회의원들 모두 정치인 본인이나 가족을 향한 인신 공격성 악플은 자제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예지 의원은 "정치인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악플은 지양되어야 한다"며 "표현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권리지만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다면 그것은 자유가 아닌 범죄"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인이나 연예인도 국민의 한 사람이지 악플을 당연히 감수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상대 진영에 대한 비방은 괜찮다며 용인하는 정치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악플 하나가 의원의 의정활동과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여당은 야당쪽, 야당은 다시 여당쪽으로 비방·악플을 달아도 괜찮다는 정치권 내부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인의 고소·고발 등 법적 대응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며 "법적 대응 시도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 문화가 먼저 바뀌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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