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미래, 비즈니스모델에서 찾는다

머니투데이 김상희 기자 2020.07.3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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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강남구 플레시먼힐러드 회의실에서 열린 비즈니스모델연구단 모임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비즈니스모델연구단30일 서울 강남구 플레시먼힐러드 회의실에서 열린 비즈니스모델연구단 모임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비즈니스모델연구단


엑손모빌, GE, 마이크로소프트, 씨티그룹, 페트로차이나, AT&T, 로열더치셀, 뱅크오브아메리카, 중국공상은행, 토요타.

2007년 금융위기 직전 세계 시가 총액 10위에 이름을 올렸던 기업들이다.

하지만 불과 10여 년이 지난 지금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외하고는 시가 총액 10위 안에서 이들 기업을 찾아볼 수 없다. 굵직한 석유화학, 금융, 통신, 제조 업체들이 차지했던 그 자리는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텐센트와 같은 혁신 기업들이 채우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공통된 특징은 기술력과 함께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기존 글로벌 기업들이 수십 년 또는 100년 이상에 걸쳐 이룩한 성과를 불과 몇 년, 길어야 10여 년 사이에 이뤄냈다.

이처럼 비즈니스모델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상황에 맞춰 대한민국의 미래도 비즈니스모델에 달렸다는 생각으로 각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비즈니스모델연구단'은 지난 30일 서울 강남구 플레시먼힐러드 회의실에서 첫 모임을 갖고 대한민국 비즈니스모델의 현재를 짚어보며 발전 방안을 모색했다. 이 날은 최근 독일 기업의 인수로 화제가 됐던 '배달의 민족' 사례를 주제로 진행됐다.

연구단장을 맡은 유효상 숭실대학교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유니콘(자산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기업)의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유니콘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는데, 유니콘 숫자를 목표로 가지는 건 잘못됐다"며 "영원히 유니콘으로 남으면 안 되고 엑시트(투자 후 출구전략)를 한 엑시콘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를 받아 운영되는 유니콘의 특성상 엑시트라는 실질적인 성과를 얻지 못하면 유니콥스(유니콘과 시체의 합성어), 좀비기업이 된다는 설명이다.


유 교수는 "대표적인 엑시트 방법이 IPO(기업공개)와 M&A(인수합병)인데 국내에서는 엑시트에 대해 먹튀, 패배자와 같은 부정적 프레임을 씌워버린다"며 "배달의 민족은 쓰레기통을 뒤져 전단지를 주워가며 시작해 5조 원 가치로 만들어 낸 기업인데 엑시트 한다니 부정적 프레임이 씌워졌다"고 말했다.

30일 서울 강남구 플레시먼힐러드 희의실에서 유효상 비즈니스모델연구단장이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비즈니스모델연구단30일 서울 강남구 플레시먼힐러드 희의실에서 유효상 비즈니스모델연구단장이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비즈니스모델연구단
이 같은 유 교수의 발표에 대해 곽세붕 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과 채규하 전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은 엑시트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곽 전 상임위원은 "배달의 민족 사례와 같은 기업 결합과 관련해 빅데이터 문제가 있는데 소비자 정보, 음식점 정보, 배달 기사들에 대한 정보가 독점된다"며 "이런 빅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면 다른 배달앱의 신규 진입을 방해할 수 있고, 또 이러한 정보를 가지고 상권 분석 서비스 등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질 때 이 역시 독점화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채 전 사무처장은 "(배달의 민족 사례가) 유니콘 기업 개별로 보면 베스트 케이스"라면서도 "독일 기업이 가져가서 게르만 민족이라며 반발이 있는데, 그렇다고 만약 삼성과 같은 국내 기업이 인수를 한다고 하면 또 다시 재벌이 중소기업, 유니콘을 가져간다는 논란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별 기업에 대한) 미시와 (시장에 대한) 거시를 같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비즈니스모델연구단은 매달 비즈니스모델 관련 다양한 주제를 다룰 계획이다.

양왕 플레시먼힐러드 이해관계자센터장은 "한국도 신규 벤처 투자가 세계 4위 수준에 1000억 원 이상 투자를 받은 곳도 17개에 이른다"며 "투자가 활발하고 관련 서비스도 많이 생겨나고 있지만 창업자들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면 여전히 규제 완화와 투자 활성화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고 말했다.

덧붙여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아있고, 신규 플랫폼으로 대체되는 기존 산업과의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며 "비즈니스모델연구단은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최근 나오는 비즈니스모델이 어떤 성격이 있는지 연구하고, 이해관계자들 간 갈등에 대해서도 원인을 이해하고 어떻게 잘 풀어갈 수 있을지 다 같이 아이디어를 모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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