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들의 분노 "정부는 왜 네이버에 특혜 주나?"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20.08.0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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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사진=네이버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사진=네이버


네이버가 금융업 영역을 잠식해 오면서 금융회사들의 정부를 향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예금과 대출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은행업무가 가능하도록 한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대출심사를 대행할 수 있도록 한 지정대리인 제도 등 금융당국이 ‘네이버은행’의 길을 터 줬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규제는 받지 않으면서 은행과 카드회사의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우회로를 열어 준 것에 대해 금융회사들은 역차별이라며 반발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디지털 금융 종합혁신방안’에서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과 같은 전자금융업자가 종합지급결제사업자가 되면 예금과 대출을 제외한 급여이체, 송금, 카드대금·공과금 납부 등의 은행업무를 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1호 종합지급결제사업자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네이버를 꼽는다.



금융당국이 종합지급결제사업자가 예금과 대출 등을 할 수 없도록 했다지만 네이버는 우회로를 이미 찾아 놓았다.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이 미래에셋대우증권과 제휴해 사실상 예금통장 기능을 하는 상품을 내놓은 데 이어 미래에셋캐피탈과 손 잡고 대출상품도 곧 출시한다.

‘미래에셋대우CMA 네이버통장’은 ‘CMA(종합자산관리계좌)-RP(환매조건부채권)형’ 계좌다. 당초 ‘네이버통장’이란 이름을 썼다. 이에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아 은행통장과 다른데 오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일자 금감원이 개명을 권고, 이를 받아들인 상태다.



이 통장은 자유롭게 입·출금을 할 수 있고, 입금액에 대해 최고 연 3%의 이자를 준다. 네이버에서 온라인 쇼핑을 하면 포인트를 주는 등 추가 기능도 있다. 소비자가 계좌에 돈을 넣으면 미래에셋대우가 이를 굴려 얻은 수익금을 이자로 주는 방식이다. 엄밀히 말해 미래에셋대우증권이 만들고 네이버파이낸셜이 판매하는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에게는 이미 ‘네이버통장’으로 각인이 됐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실질적인 대출업무도 하게 된다. 네이버쇼핑에 등록된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미래에셋캐피탈을 연계한 대출을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의 역할은 대출심사를 해 주는 것이다. 대출심사는 원래 금융사가 하는 게 원칙이지만 정부가 ‘지정대리인’이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이는 핀테크가 금융사로부터 대출심사를 2년간 위탁받아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의 미래에셋캐피탈의 지정대리인이 되면서 대출심사를 맡게 되는 것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쇼핑과 네이버페이가 보관한 이들의 매출 추정과 반품률, 고객과 분쟁 내역, 상품 리뷰 등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대출을 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래에셋의 CDMA 계좌라고 하지만 실제 네이버가 예금통장을 내놓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며 은행 고유 업무이자 핵심으로 큰 의미의 대출 영역에도 들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네이버의 행보에 대해 금융권에선 카카오뱅크처럼 은행으로서 금융당국의 규제의 틀 안에 들어와 경쟁하지 않고 실질적인 은행업을 하는 것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네이버는 은행 등과 같은 금융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종합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시중 유동성 상황과 특정 집단으로의 대출 쏠림 현상 등에 따른 당국의 탄력적 여신 지침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관련 제재를 받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이를 두고 시중은행의 고위 임원은 “프로 운동 선수가 운동장 밖에서 심판 없이 판을 휩쓸겠다는 것”이라며 “더 이해 못하는 것은 이를 묵인하는 심판(금융당국)의 태도”라고 말했다. 소비자의 편익이란 명분으로 금융회사들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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