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정유사 CEO의 역설 "석유 점점 덜 팔린다, 딥체인지 없인 생존 없어"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0.07.3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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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SK이노베이션/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저탄소 방향의 사회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면 미래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 석유사업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친환경과 플랫폼 사업 두 축을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겠다."

31일 SK에너지에 따르면 조경목 사장(사진)은 최근 사내뉴스채널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최근 석유수요 감소는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효과가 아닌 에너지 시장의 구조적 변화의 시작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SK에너지는 우리나라 1위 정유회사다. 휘발유, 경유, 등유 등 석유제품과 아스팔트 등을 생산한다. 국내 굴지 전통 에너지 기업이 탄소 저감 산업으로의 과감한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이날 조 사장은 "향후 코로나19 상황이 현재보다 나아진다고 해도 인류 문명은 사회, 경제, 교육, 여가 등 모든 측면에서 석유를 덜 쓰는 방향으로 계속 전환될 것"이라며 "이어 "석유 소비 감소가 일상이 된 뉴노멀(New normal)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석유 사업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만으로는 뉴노멀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기존 사업 구조와 기존 일하는 방식의 틀을 과감히 벗는 딥체인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당사는 모든 역량을 집중해 기존 석유 사업 중심에서 친환경, 플랫폼 사업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강력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SK에너지가 검토중인 친환경 사업영역은 크게 △탄소 저감 기술 확보 △친환경 바이오 연료 생산 및 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워터앤웨이스트(Water&Waste) 분야 환경사업 추진 등 세 가지다.


탄소 저감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이산화탄소를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CCU(Carbon Capture & Utilization) 기술 확보에 앞장서는 중이다. 정유업은 국내 2위 온실가스 배출 업종으로 향후 온실가스 저감 기술 확보를 통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 창출한단 계획이다.

친환경 바이오 연료 및 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해서는 친환경 해상유를 생산하는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를 지난 상반기 완공했고 최근 리사이클 전용 아스팔트도 개발했다. 재생에너지 사업 기회 발굴을 위해 현재 10여 개 SK에너지 주유소, 내트럭하우스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력을 생산중이며 이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밖에 산업 용·폐수 운영 및 유지(O&M·Operation & Maintenance) 사업에도 진입해 폐기물 처리 영역까지 사업을 넓히는 것도 검토중이다.

조 사장은 "SK에너지는 울산 컴플렉스에 종합폐수처리장 자산과 운영 역량을 갖고 있어 이를 기반으로 수처리 등 환경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SK에너지는 또 석유사업이 전형적인 굴뚝 사업이란 인식에서 벗어나 플랫폼 사업도 추진중이다.

대표적인 예가 주유소를 생활 편의 서비스를 기반으로 모빌리티 솔루션과 에너지 솔루션 측면에서 차별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빌리티 앤 에너지솔루션 허브'로 전환하는 것이다. SK에너지 주유소는 전국에 3000개가 넘는다.

SK에너지는 2018년 주유소를 기반으로 한 물류 서비스 '홈픽'을 런칭하기도 했다.

조 사장은 "SK에너지가 최근 주목하고 있는 플랫폼 사업은 에너지 솔루션 분야"라며 "주유소에 연료전지 또는 태양광 발전 설비를 도입해서 자동차, 트럭 등에 전기와 수소를 공급하고 장기적으로는 지역 내 전력을 공급하는 마이크로 그리드 사업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딥체인지를 위해서는 기존 조직문화도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실패한 실행은 없다'란 새로운 모토 아래 더 빠르고 과감한 DNA를 심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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