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붉은행성’ 두고 불꽃 접전…‘화성대첩’ 마지막 승자 누구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7.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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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시간으로 30일 오후 8시 50분 미국 화성 탐사선 ‘퍼시비어런스’를 탑재한 아틀라스5 로켓이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사진=NASA우리나라 시간으로 30일 오후 8시 50분 미국 화성 탐사선 ‘퍼시비어런스’를 탑재한 아틀라스5 로켓이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사진=NASA


최근 첨예한 무역 분쟁으로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우주로 전선을 넓히며 패권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양국이 이달 잇따라 ‘붉은행성’이라는 별칭을 가진 화성에 탐사선을 발사하면서 우주 최강국 자리를 내건 자존심 대결의 서막을 알렸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30일 오후 8시 50분 미국 화성 탐사선 ‘퍼시비어런스’를 탑재한 아틀라스5 로켓이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퍼시비어런스는 성조기를 단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5번째 화성탐사 로버(외계 행성 표면을 탐사하는 로봇)다.

중국도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지난 23일 중국은 자국 첫 화성탐사선 ‘톈원(天問) 1호’를 보내며 미국 독주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톈원1호는 궤도선·착륙선·로버 3개로 이뤄졌다. 인류 첫 ‘트리풀 화성우주선’이다. 화성 궤도 비행, 표면 착륙, 탐사까지 세 가지 임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세계 첫 프로젝트에 도전한다. 그동안 미국이 이뤘던 화성탐사 기록을 한번에 뒤집는다는 속내가 담겼다.



앞서 중국은 지구와의 통신이 닿지 않아 우주 탐사 금지구역으로 여겨졌던 달 뒷면에 ‘창어4호’를 쏘아 올려 착륙에 성공하는 한편, 오는 2030년 우주인을 달에 상주시키는 것을 목표로 ‘우주 굴기’의 꿈을 키워 나가고 있다.

中에 질쏘냐…트럼프 ‘우주사령부’ 창설 지시 “러시아·중국과 맞설 우주戰 대비”
이달은 화성과 지구가 가장 가까워지는 시기이다. 긴 우주 여정에 드는 연료를 최대한 아끼며 화성까지 질러갈 수 있는 지름길이 열리다 보니 두 나라가 며칠 차이로 발사에 나서게 됐다.

‘인류 화성탐사 역사가 곧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역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미국은 우주 기술 최강국 지위를 이어왔다. 지금까지 화성 착륙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과 옛 소련 뿐이다.


하지만 작년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탐사선을 착륙시켜 한껏 고무된 중국이 이번엔 화성 탐사선까지 발사하자 업계는 이를 우주 시장 경쟁구도 재편의 신호탄으로 바라봤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안형준 연구위원은 “ 중국은 이제 지구 밖 행성 탐사에서도 주요한 성과를 내고 있다”며 “구소련 붕괴 이후 다극화 양상으로 전개되어온 세계 우주개발 패권 구도가 미·중 양국 중심으로 재편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화성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 상상도/사진=NASA차세대 화성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 상상도/사진=NASA
반세기 동안 우주탐사·개발을 독점하며 1997년 소저너를 시작으로 스피릿, 오퍼튜니티, 큐리오시티 등 이미 네 차례나 화성탐사 로버를 보낸 경험이 있는 미국은 중국의 도전이 탐탁지 않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견제의 시선을 보내면서 우주 탐사에 다시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NASA의 한 해 예산(215억 달러)이 중국 국가우주국 예산의 2배를 넘어설 정도다. 미 정부 내부에 우주 경쟁에서 중국에 밀리고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이 같은 경쟁을 의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8년 국방부의 6번째 병과로 ‘우주사령부’ 창설을 지시한 바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인공위성을 교란하거나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자국 위성 방어를 위해 우주에서 군사작전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오는 2024년까지 인류 첫 달 궤도 우주정거장을 구축하고, 2033년에는 화성에 우주인을 보낸다는 계획도 서둘러 내놨다.

중국의 첫 화성 탐사선 톈원-1호를 운반할 창정5 로켓이 23일 하이난성의 원창 우주발사장 발사대에서 이륙하고 있다/사진=뉴스1중국의 첫 화성 탐사선 톈원-1호를 운반할 창정5 로켓이 23일 하이난성의 원창 우주발사장 발사대에서 이륙하고 있다/사진=뉴스1
중국, 미국보다 더 대담한 목표…우주정거장·달기지 추진 등뒤집기 총력전
중국은 지난해 초 달 창어4호를 통해 달착륙에 성공한 몇 안 되는 우주 강국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의 첫 행성 탐사 임무를 수행할 톈원1호는 궤도선·착륙선·로버 3개로 구성됐다. 중국은 뒤늦게 우주 탐사에 뛰어들어 아직 화성 궤도 진입조차 못 해봤지만 톈원1호를 통해 이를 단숨에 만회하겠다는 각오다.

중국은 톈원1호 외에 올해 안에 월석을 회수할 창어5호를 발사하고, 2022년에는 새 우주정거장을 완성한다는 더 대담한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 이 우주정거장은 미국 우주정거장 퇴역 이후 유일한 지구 궤도 우주정거장이 된다.

2025년에는 인류 첫 달 기지를 짓고, 2030년까지 유인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달에 풍부한 핵융합 에너지원인 ‘헬륨3’를 채취, 달 산업화 구상도 마쳤다.

[시창=신화/뉴시스] 중국 우주당국이 23일 쓰촨성 시창 위성발사센터에서 GPS 베이더우 항법위성 2기를 창청3을(乙)-위안정1 운반로켓에 실어 쏘아올리고 있다. 이들 항법위성은 3시간여를 날아 예정궤도에 안착했다. 2019.11.25[시창=신화/뉴시스] 중국 우주당국이 23일 쓰촨성 시창 위성발사센터에서 GPS 베이더우 항법위성 2기를 창청3을(乙)-위안정1 운반로켓에 실어 쏘아올리고 있다. 이들 항법위성은 3시간여를 날아 예정궤도에 안착했다. 2019.11.25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31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베이더우 3호 위성 시스템’ 구축 완료 개통식에 참석한다. 베이더우는 한마디로 중국형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이다.

베이더우는 미국 GPS 대항마로 중국의 ‘우주 굴기’ 상징 중 하나다. 중국은 지난 20년간 미국산 GPS에 대응하기 위해 이 시스템 개발에 공을 들여왔다. 중국이 베이더우 시스템 구축을 위해 쏘아 올린 위성은 총 55기에 달한다.

안 연구위원은 “베이더우 시스템 개통식에 국가 최고지도자가 참석하는 것은 우주 경쟁에서 미국에 밀리지 않겠다는 중국의 강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은 34번 우주 로켓을 쏘아 올리면서 우주 비행을 가장 많이 한 나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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