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지난 13일 서울시가 발표하려던 주택공급방안은 '4대문 안 도심 고밀개발'로 요약할 수 있다. 남대문권과 을지로권, 서대문권, 동대문권 등 원도심에 용적률 1000% 이상을 적용해 6000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자는 것이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주장이 급부상하자 서울시가 선제적으로 4대문 고밀개발안을 선택지로 제시하려 했던 것이다. 박원순 전 시장으로선 회심의 반격이었던 셈이다. 이같은 구상은 발표를 나흘 앞둔 지난 9일 박 전 시장의 유고로 불발됐다.
지난 4월부터 서울시 정책보좌관으로 합류해 주택 공급 대책 마련을 주관했던 최병천 전 서울시 정책보좌관은 "4대문 안 도심 개발이 중요한 이유는 가격 상승 전염 효과가 적으면서도 직주근접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의도나 강남은 아파트 단지가 많아서 주택 공급시 개발에 대한 기대이익이 영향을 미쳐 단기적으로 가격을 올리게 된다"며 "가격 전염효과가 적고 직주근접이 가능한 원도심을 고밀 개발하는 것이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4대문 안 고밀개발이 집값도 잡고 도심 공동화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본 것이다. 최 전 보좌관은 "박 시장이 광화문과 세종문화회관 등에 보행로를 늘리는 데 공을 들여왔는데, 보행 효과 역시 거주와 연동돼야 의미가 있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박 전 시장은 이와 함께 직주근접 수요가 높으나 초기 주택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30대 40대를 지원하기 위한 서울시형 주택 공급 방안도 함께 준비했다. 초기 지분 40%만 매입하고 나머지 60%는 20년 내지는 30년에 걸쳐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지분적립형 주택'도 이같은 고민에서 나온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4대문안 고밀개발은 도심에서 근무하는 30~40대 맞벌이 직장인을 위한 주택 공급 정책이었던 셈이다.
산업 구조가 고도화됨에 따라 도시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도 있었다. 최 전 보좌관은 "도시는 상업지구고 외곽은 주거지구인 공간적 편성은 20세기 산업화시대에나 적합한 모델"이라며 "맞벌이가 일반적이고 융복합과 교류를 통해 지식이 형성되는 21세기 사회 시스템상 중앙의 용적률을 높이고 도시 외곽은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