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78,700원 ▲3,200 +4.24%)가 분기 영업이익 8조원 탈환에도 웃지 못했다. 30일 발표한 올 2분기 실적은 매출 52조9661억원, 영업이익 8조1463억원. 영업이익은 2018년 4분기 이후 최대다. 이달 초만 해도 6조원대에 그쳤던 시장 예상을 깨고 8조원대 영업이익을 확정했지만 축포를 쏘기는커녕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3분기 실적 낙관 못해"…긴장감 고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적발표 직후 온양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한 것도 초격차 기술 현장을 챙기는 동시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포스트 코로나 미래를 선점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며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혁신을 당부했다. ☞ '"머뭇거릴 시간 없다"…8조 탈환한 날 반도체공장 또 찾은 이재용' 참조
'전통의 강자' 인텔가 7나노미터(㎚, 1나노는 10억분의 1m) 공정 기반의 CPU(중앙처리장치) 양산 지연을 계기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만 하는 TSMC가 삼성전자를 밀어낸 것을 두고 시장 재편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기업의 실적을 비교할 때 시설투자 규모도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D램·낸드플래시·파운드리·팹리스(반도체 설계) 등 삼성전자가 반도체 종합 포트폴리오에서 거둔 상반기 영업이익이 TSMC의 파운드리 사업 하나에 못 미친다는 사실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무게 중심이 '잘할 수 있는' 전문 분야에 집중하는 업체로 옮겨가는 것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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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TSMC가 인텔의 7나노 CPU 생산까지 수주할 경우 삼성전자의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비전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TSMC의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51.5%, 삼성전자는 18.8%다.
매출 감소 경영 우려…불황형 흑자 기조 지속
삼성전자도 원가절감의 실적효과를 부인하지 않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여파 등으로 매출이 줄었지만 스마트폰 부문과 TV·생활가전 부문에서 마케팅비용 절감 등 비용 효율화로 수익성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3분기 영업이익 9조원대 전망…"메모리 수요가 최대 관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을 찾아 반도체 생산라인을 살펴보기 앞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는 3분기부터 스마트폰과 TV 수요가 회복되고 디스플레이도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와 맞물려 실적 개선세를 보일 것으로 봤다.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는 일부 고객사에서 하반기 재고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시장 수요에 일부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신규 스마트폰과 게임 콘솔 출시에 따른 수요 회복 전망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2분기 양산에 착수한 5나노 공정을 앞세워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시장 관계자는 "2분기 말부터 둔화되기 시작한 메모리반도체 가격상승세가 어떤 방향을 향하느냐가 하반기 최대 관건"이라며 "클라우드업체의 서버용 D램 수요가 실적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맨왼쪽)이 30일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을 방문해 반도체 생산라인을 살피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