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기업도 '구글벤처스' 만들어 벤처 투자한다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김훈남 기자 2020.07.3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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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20.07.30.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20.07.30. [email protected]


코로나19로 침체된 벤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대기업의 CVC 보유가 허용된다. 펀드 조성액의 40%까지 외부자금을 출자받는 게 가능하다. 금산분리 ‘빗장’이 열리는 데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대기업이나 총수일가 지분 보유 회사에는 CVC가 투자할 수 없도록 한다.



정부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1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제30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일반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보유 추진방안’을 확정했다.

홍 부총리는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이 설립한 구글벤처스는 우버 등 다수 투자 성공사례를 창출하는 등 CVC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며 “한국도 일반지주회사의 CVC 소유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CVC는 대기업집단이 대주주인 벤처캐피탈로, 펀드를 조성해 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공정거래법으로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정부는 CVC 허용을 위해 공정거래법을 개정한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공정거래법이 아닌 벤처투자촉진법 개정을 주장해왔지만 CVC가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점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됐다. CVC는 기존 벤처캐피탈 형태인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창투사)나 신기술사업금융업자(신기사)로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2차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2020.7.30/뉴스1(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2차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2020.7.30/뉴스1
CVC는 일반지주회사가 지분을 100% 가진 완전자회사 형태로 설립된다. 대기업이 적은 돈으로 여러 CVC를 설립해 계열사를 확장하고 지배구조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총수일가, 기업집단 내 금융 계열사도 CVC가 조성하는 펀드에 출자할 수 없도록 했다.


CVC의 부채비율은 자기자본의 200%로 제한한다. 내부 자금만으로 펀드를 조성하기 어려운 기업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을 반영해 펀드 조성액의 최대 40%를 외부 자금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CVC 도입 취지를 고려해 ‘투자’ 업무만 가능하고 융자 등 다른 금융업무는 못한다.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막기 위해 총수일가가 지분을 가진 기업에는 CVC가 투자할 수 없게 했다. 다른 대기업에도 투자할 수 없다. 대기업 간 품앗이 형태의 ‘교차투자’를 막기 위해서다. 한국 벤처 활성화라는 취지를 고려해 해외투자는 CVC 총자산의 20%로 제한한다.

CVC는 출자자 현황, 투자내역, 특수관계인 거래 관계 등을 공정위에 정기적 보고해야 한다. CVC가 투자한 중소·벤처기업이 대기업 계열사로 편입되는 요건을 충족할 경우, 편입 유예기간을 벤처지주회사와 동일한 10년으로 적용한다.

얼마나 많은 대기업이 CVC 보유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그간 대기업이 벤처투자에 소극적인 것은 CVC 규제 때문이 아니라 투자할 마땅한 기업이 없어서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공정위가 이번 방안을 마련하면서 68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8개가 도입 의향을 밝혔는데, 이 가운데 대기업은 7 곳 뿐이었다.

정부는 연내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현재 CVC 보유 허용을 담은 법안은 총 8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정부안을 발의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각각의 법안이 안전장치 여부·수준이 제각각인데 입법 과정에서 조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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