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도 경영권 분쟁…장녀 반격, 열쇠 쥔 장남은 "고민중"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20.07.3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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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한국타이어 금산공장한국타이어 금산공장


재계에 또 한 번의 오너 3세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까. 한국테크놀로지그룹(한국타이어) 경영권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조양래 회장의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30일 조 회장에 대해 '한정후견'개시 심판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한정후견은 나이가 많거나 장애와 질병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인에 대해 후견인을 정하는 제도다. 조 이사장의 이 청구는 차남이자 막내인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에 대한 부친의 경영권 승계 판단이 비정상적으로 이뤄졌다는 주장이나 다름없다. 사실상 부친의 결정을 믿지 못하겠다며 승계에 제동을 건 것이다.



장녀 "父 결정 못 믿겠다"...그룹 "조 회장 건강 이상없어"
팔 슈미트 헝가리 대통령(앞줄 좌측)이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앞줄 우측)에게 십자공로훈장을 수여하고 있는 장면 / 사진제공=없음팔 슈미트 헝가리 대통령(앞줄 좌측)이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앞줄 우측)에게 십자공로훈장을 수여하고 있는 장면 / 사진제공=없음
조 이사장 측은 한정후견 신청 배경에 대해 "(부친인 조 회장이) 갖고 있던 신념이나 생각과 너무나 다른 결정이 갑작스럽게 이뤄지는 모습을 보며 건강한 정신상태에서 자발적 의사에 의해 결정을 내린 것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지난 6월 26일 본인이 소유한 그룹 지주사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주식 전부를 막내이자 차남인 조현범 사장에게 매각했다. 이에 따라 조 사장이 지주사 지분 42.9%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고, 조 회장이 사실상 조 사장에게 그룹 경영권을 승계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조 회장의 지분 매각 당시에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이미 제기된 바 있다. 셋째이자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19.32%), 차녀 조희원 씨(10.82%) 등이 손을 잡고 조 사장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타이어그룹은 그러나 당시 공식 입장을 내고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국타이어그룹은 이날도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한국타이어 측은 "이미 지분이 다 정리된 데다 조 회장이 건강 면에서 건재한 상황"이라며 "조희경 이사장의 이의제기 역시 저기까지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이며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분쟁 열쇠 쥔 장남도 신중행보…"고민 중"
왼쪽이 장남 조현식 부회장, 오른쪽이 차남 조현범 사장왼쪽이 장남 조현식 부회장, 오른쪽이 차남 조현범 사장
조 이사장이 장녀라는 상징성을 갖지만 한국테크놀로지 보유 지분은 0.83%로 많지 않다. 스스로 경영권 분쟁에 불을 붙이기에는 화력이 부족한 셈이다.


20%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해 경영권 분쟁의 열쇠를 쥔 장남 조현식 부회장 역시 아직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때문에 당장 경영권 분쟁에 불이 붙을 것으로 보기엔 시기상조다.

조 부회장의 법무대리인은 이날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아직 조 부회장이 구체적으로 공식 의사결정을 내린 상태는 아니다"며 "다만 오늘 부친인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신청 문제에 대해 가족의 일원이자 그룹의 주요주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그룹 이어 한국타어이도 3세 분쟁 불붙나
하지만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게 재계의 우려다. 코로나19(COVID-19) 여파가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 최대 항공사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그룹도 경영권 분쟁으로 몸살을 앓은 바 있다. 국내 타이어 1위 한국타이어그룹마저 분쟁에 빠져든다면 오너 3세 승계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확산되는 모양새가 된다.

한진그룹은 2세인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타계 이후 경영권을 물려받은 조원태 회장에 대해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경영권 뺏기에 나선 상황이다. 외부세력과 결합한 조 전 부사장 측이 지난 3월 주총에서 패했지만 이후 지분률은 조원태 회장보다 더 많은 상황이 됐다.

경영권 분쟁이 진행되는 동안 한진그룹 핵심인 대한항공은 1분기 692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코로나로 인한 항공수요 급감이 직격탄을 날렸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도 코로나 파장을 피하지 못했다. 1분기 영업이익이 24.6% 줄어든 1058억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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