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민노총…文정부-한노총 '신 밀월' 훈풍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2020.07.30 15:05
글자크기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2018년 1월 19일 오후 청와대 접견실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만났다. /사진=뉴시스(청와대 제공)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2018년 1월 19일 오후 청와대 접견실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만났다. /사진=뉴시스(청와대 제공)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문재인 정부와의 밀월 관계는 사실상 끝났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의 입김이 더 세지게 됐다." 한 노동계 인사는 최근 노정(勞政)관계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최저임금, 광주형 일자리 등에 이어 최근 코로나19(COVID-19)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까지 민주노총은 정부와 등을 돌렸다. 정부도 노정관계에서 사실상 민주노총 '패싱'을 선언했다. 민주노총의 이 같은 행보에 한국노총이 노정관계의 주도권을 잡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식’을 끝낸 참석자들과 ‘여럿이 함께’ 문구가 적힌 기념패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문 대통령,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사진=[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식’을 끝낸 참석자들과 ‘여럿이 함께’ 문구가 적힌 기념패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문 대통령,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사진=[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민주노총, 일자리委도 빠질 듯…'사회적 대화' 외톨이 신세
30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24일 사퇴한 김명환 전 위원장이 3명의 근로자위원 중 1명으로 임기는 내년 7월까지다.



일자리위원회는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뒤 '1호 업무지시'를 통해 설치한 조직이다. 정부 일자리 정책에 대한 상시적인 점검과 평가, 일자리 정책 기획·발굴 등을 일자리 전반에 대한 이슈를 논의한다. 정부 관계자는 물론 근로자 대표, 사용자 대표,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민주노총이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기구에 참여한 것 1999년 2월 노사정위원회 탈퇴 이후 18년 만이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의 사퇴로 민주노총의 자리는 유명무실해졌다.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자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근로자위원은 근로자 등을 대표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최근 선출된 김재하 비상대책위원장이 김 전 위원장의 자리를 대신하기는 어렵다는 게 정부 안팎의 판단이다.


일자리위원회는 일단 김 전 위원장의 해촉에 대해 민주노총에 문의한 상태다. 위원회 관계자는 "위원 스스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의사를 밝히는 경우에 위원 해촉이 가능하다"면서 "민주노총에 김 전 위원장의 해촉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 정권 내에서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은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앞으로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를 할 수 있는 조건을 스스로 갖추지 않는 한 사회적 대화를 할 수 없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김동명 한국노총위원장과 만났다./사진제공=기획재정부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김동명 한국노총위원장과 만났다./사진제공=기획재정부
최저임금, 광주형 일자리, 코로나19 사회적 대화까지…한국노총 위상 높아질 듯
문재인 정부와 민주노총의 관계는 희망적이었다. 문 대통령과 김 전 위원장은 2018년 1월 청와대에서 단독 회동했다. 현직 대통령과 민주노총 위원장이 단독 회동한 건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이후 11년 만이었다. 문재인 정부도 친(親)노동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훈풍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부와 국회가 2018년 5월 최저임금법을 개정해 산입 범위를 확대하기로 하면서 민주노총은 강력 반발했다. 이어 7월 문 대통령이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밝히면서 민주노총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 결과, 11월 법적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는 민주노총 없이 출범했다. 지난해 1월 열린 '2019 정기대의원 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방안을 담은 사업계획안 역시 부결됐다. 민주노총은 여전히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곧바로 6월 김 전 위원장의 구속사태는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여기에 민주노총은 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인 '광주형 일자리'도 반대하고 있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파괴한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진행된 코로나19 위기 극복 위한 노사정 협약은 직격탄을 날렸다. 김 전 위원장의 요구로 경사노위 밖 노사정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시작했으나 협약식 당일 불발됐다. 내부 반발을 잠재우지 못한 김 위원장은 협약식에 참여하지 못했고 이후 대의원대회에서도 최종 부결됐다. 사회적 대화를 먼저 요청하고도 매듭을 짓는 데 실패했다.

결국, 민주노총은 정부의 노동정책 '파트너'로서 신뢰를 잃었다. 노정 관계는 한국노총으로 무게중심이 기울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9일 한국노총을 방문해 김동명 위원장에게 “노사정 협약을 성실하게 이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부총리급 정부 인사가 한국노총을 방문한 것은 전신 대한독립촉성노동총연맹(대한노총) 설립된 1946년 이후 75년 만에 처음이다. 문 위원장도 "사회적 대화의 유전자(DNA)를 갖춘 건 한국노총 뿐"이라고 거들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노총인 민주노총이 내부정치에만 집중해 자신들의 역할을 망각한 듯하다"면서 "노동계를 대표하는 자리가 한국노총을 중심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