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중소기업 취업 때 꼭 물어본다, '정부 휴가비' 나오는지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07.3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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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깊어지는 '휴가 양극화'…일회성 지원보다 '근로자 휴가지원' 확대 목소리도

여름 휴가철이 시작된 지난 24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청사가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여름 휴가철이 시작된 지난 24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청사가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요즘 중소기업 종사자들 사이에선 취업이나 이직 시 꼭 확인하는 사내복지가 있다고 한다. 이른바 '중소기업 전투력 3종 세트'로, 내일채움공제와 야근수당 지원여부, 그리고 '근로자 휴가지원사업' 도입여부다. 이 중 젊은층을 중심으로 근로자 휴가지원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근로자 휴가지원 제도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018년 기업 휴가문화 개선과 국내여행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다. 근로자가 20만원을 부담하면 기업과 정부가 각각 10만원씩 보조해 여행 경비를 지원한다. 첫 해 2만명을 시작으로 점차 확대, 올해는 8만명의 중견·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근로자가 혜택을 받고 있다.



올해로 3년째 접어든 이 사업에 최근 관광업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COVID-19)가 불러온 경제위기와 고용한파로 여행이 일상에서 지워지는 사태의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정부가 침체된 내수 진작 동력으로 국내여행 활성화를 꼽으며 1700억원을 들인 소비쿠폰 발급과 임시공휴일(8.17) 지정 등 핀셋 지원에 나서는 상황에서 오히려 근로자 휴가지원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올 정도다.
이젠 중소기업 취업 때 꼭 물어본다, '정부 휴가비' 나오는지
그렇다면 코로나발 경제위기와 사투를 벌이는 일선 근로자들에게 정부 관광당국의 휴가지원 정책은 얼마나 와닿고 있을까. 현장에 있는 중소기업 사용자와 근로자들을 만나보니 중·장기적으로 진행되는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을 통해 휴가 권리를 지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들렸다.

지난 29일 찾은 인천에 위치한 의·약학 연구개발 벤처기업 루다큐어의 직원들은 '7말8초' 성수기를 피해 저마다 국내여행 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했다. 구성원 10여 명의 작은 벤처에 불과해 코로나 직격타에 휘청거릴 법도 하지만, 휴가계획을 구상하는 김용호 대표의 표정은 평온했다. 김 대표는 "스트레스 해소도 필요하고 쉴 때는 쉬어야 한다"며 "휴가 간다는데 크게 말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의외로 휴가를 장려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근로자 휴가지원에 참여하며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정부가 휴가비용을 지원하니 사용자 입장에서 한 숨 돌릴 수 있다는 것. 직원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루다큐어 사원 류지희씨도 "지난해 근로자 휴가지원으로 수 년 만에 제주도에 갔었다"며 "여행비용이 저렴한 것도 아니고 요즘같은 상황에서 여행을 더욱 쉽지 않은데, 비용부담이 줄어드니 다녀올 생각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휴가비용은 중소기업과 종사자들이 겪는 가장 큰 리스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전국 793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계휴가 동안 휴가비를 지급하는 기업은 48.4%로 지난해보다 6.1%p 줄었다. 특히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감소폭이 컸다. 코로나 악재로 곤두박질치는 실적에 유·무급휴직 카드까지 꺼내는 상황에서 휴가비는 언감생심이란 것이다. 마찬가지로 근로자 역시 생계 걱정에 휴가는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다.

정부가 꺼내든 여행심리 확대를 위한 단기 휴가지원 정책에 대한 우려도 이 지점에 있다. 임시공휴일을 통한 내수진작 구상은 좋지만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 주머니 사정이 안 좋은 시점에서 기대만큼 효과가 나겠냐는 것이다.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4조200억원 규모의 생산유발효과가 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현장에선 "말 그대로 하루 쉬는 날이 주어지는 정도"라고 고개를 젓는 이유다.
지난 29일 찾은 김용호 루다큐어 대표(사진 오른쪽)와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 활용 중인 류지희씨의 모습. /사진=유승목 기자지난 29일 찾은 김용호 루다큐어 대표(사진 오른쪽)와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 활용 중인 류지희씨의 모습. /사진=유승목 기자
무엇보다 근로자들은 '7말8초'에 국한된 지원이 아니라는 점에서 근로자 휴가지원 정책의 효과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지원 받은 휴가비는 1년 중 아무 때나 쓸 수 있어 휴가문화 정착과 내수진작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휴가지원 사업으로 근로자 휴가 횟수(4.1회)와 일수(9.8일) 모두 전년 대비 0.8회, 1.3일 증가했고, 여행경비도 104만원으로 전년(약 92만500원) 대비 크게 늘었다. 해당 사업 참여 근로자들의 근로의욕과 능률이 향상됐다는 응답도 미참여 근로자보다 훨씬 높았다.


여행을 꿈 꾸는 근로자들은 근본적인 휴가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 대표는 "핀셋 정책도 좋지만 '위드(With) 코로나'란 말이 나올 만큼 코로나 사태가 장기 국면에 접어든 만큼 근로자 휴가지원 확대 등 중·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근로자 휴가지원 정책도 국내여행 콘텐츠 확충 등 질적인 관리에 힘쓰면 근로자들에게 더 크게 와닿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기존 8만 명에서 12만 명으로 휴가지원 규모와 대상을 확대했다"며 "침체된 내수 회복과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휴가문화 개선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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