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상이 오고 있다[MT시평]

머니투데이 이윤학 BNK자산운용 대표이사 2020.07.31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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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이 오고 있다[MT시평]


어느 지인이 내게 물었다. 경부고속도로가 개통한 지 몇 년째인지 아느냐고? 까마득히 오래전 일이라 머뭇거렸더니 올해로 정확히 50주년이란다. 기록을 찾아보니 1970년 7월7일 서울에서 부산까지 전구간 428㎞가 완공됐음을 새삼스레 알게 됐다. 이를 기념해 7월7일이 '도로의 날'로 제정되었으며 '일일생활권'이란 신조어도 만들어졌고, 사실상 한국 경제의 대동맥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1970년 당시 전국 고속도로 길이는 551㎞에서 50년이 지난 지금 4767㎞로 8.5배 늘어났고 자동차 대수도 12만대 수준에서 2300만대로 190배 증가했다. 인구는 3200만명에서 5100만명으로 50년간 60% 증가하는 동안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253달러에서 3만3000달러로 130배 상승했다. 고속도로 하나 놓은 것을 가지고 이렇게 호들갑이냐고 하겠지만 건설 당시엔 엄청난 반대여론이 있었다. 총공사비가 당시엔 거금이었던 430억원으로 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 도로를 만드느냐 등 반대가 많았다. 그러나 이후 한국은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했고 경부고속도로 개통이 그 출발점이 되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지인이 내게 질문을 던진 핵심은 그게 아니라 그 경부고속도로 개통이 '불과 50년 전'이라는 사실이다. 마치 100년은 더 된 듯한 옛날로 느껴지지만 실은 50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다는 것이다. 그만큼 한국 사회가 양적·질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한 것이다.
 
중국이 고도성장을 한다지만 베이징, 상하이를 벗어나면 우리의 30년 전 모습이다. 일본이 선진국이라고 하지만 거의 30년째 저성장의 늪에서 헤매고 있다. 일본은 4차 산업혁명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IT(정보기술)·디지털산업은 도저히 선진국으로 볼 수 없다. 20세기 산업인 제조업만 겨우 붙들고 있는 형국이다.
 
그만큼 한국의 변화속도는 놀랍다. 글로벌 증시를 선도하는 미국의 시가총액 상위기업 구조와 전세계에서 가장 유사한 나라는 아마도 한국일 것이다. 미국의 시가총액 상위 5대 기업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이다. 우리나라엔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외에 소위 'BBIG'로 불리는 미래형 기업들이 포진했다, 바이오(삼성바이오, 셀트리온) 배터리(LG화학, 삼성SDI) 인터넷(네이버, 카카오) 게임(엔씨소프트) 기업들이 소위 굴뚝기업들을 제치고 약진했다. 일각에선 2000년 초에 벌어진 IT버블과 비교한다. 그러나 당시와 지금은 분명히 다르다. 당시엔 매출과 이익이 확인되지 않은 장밋빛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현재 한국 증시를 주도하는 기업들은 기존 산업의 틀을 깨고 변신·진화한 기업들이거나 비즈니스모델이 검증된 기업들이다.
 
세상은 바뀌고 있다. 과거의 시선으로 현재를 보아선 안 된다. 불안한 세계 경제에서 최고의 안전자산인 달러화가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반면 비트코인은 폭등했다. 각국 정부가 막대한 유동성을 풀고 있는데 인플레이션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상황에서 금값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은 가격도, 구리 가격도 뛰고 있다.
 
이제 경제교과서를 다시 써야 하지 모른다. 앞으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마치 50년 전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된 이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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