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부야 통법부야?"…범여권서 터져나온 '거대여당 과속 논란'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20.07.3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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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7차 본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인 법안 상정에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7차 본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인 법안 상정에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176석의 위엄을 과시하고 있다. 여당의 핵심 처리 법안인 일명 '공수처 3법', '임대차 3법'이 지난 29일 각각 상임위 문턱을 넘은 데 이어 30일 오후 임대차 3법은 본회의마저 넘었다. 내용과 속도 측면에서 시급한 법안이란 게 여당의 강행 이유지만, '협치' 노력이 부족하다는 측면에선 범여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회의에서 여당의 임대차 3법 강행 처리에 대해 "부동산 관련 법안의 절박성과 시급성을 고려해 미흡한 정부안임에도 불구하고 입법 절차에 협조했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입법 과정을 지켜보며 착잡하고 우려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심 대표는 "이번 입법 과정은 매우 무리했다"며 "오로지 정부안 통과만을 목적으로 한 전형적인 '통법부(通法府)'의 모습"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군사정권 시절 '통법부', 2020년 거론되는 이유는
통법부란 국회가 본연의 '입법부(立法府)' 역할을 내팽개치고 '법률을 제정하는 대신 행정부가 만들어 준 법을 통과시켜 주는 역할만 한다'는 뜻으로, 국회를 조롱하는 의미다.



통법부 논란은 과거 '여대야소' 국면에서 여당이 야당과의 협의 없이 의석수를 내세워 법안을 강행 처리할 때마다 등장했다. 군사정권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공화당·민주정의당 등은 통법부의 전형으로 불렸으며, 민주화 이후에도 이따금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14대 국회 당시 평민당·민주당 등 소수 여당은 3당합당으로 거대 여당으로 군림했던 민주자유당의 쟁점법안 기습 처리에 번번이 당했고, 이에 1990년 당시 노무현 민주당 의원, 이해찬 평민당 의원 등은 '통법부의 들러리가 될 수 없다'면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11주기 하루 앞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생각에 잠겨 있다. 1990년 7월 13일 당시 민주당 노무현·김정길·이철 의원과 평민당 이해찬 의원은 "지금의 국회는 반민주 악법만을 양산하는 통법부에 불과하다"며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사진제공=뉴시스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11주기 하루 앞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생각에 잠겨 있다. 1990년 7월 13일 당시 민주당 노무현·김정길·이철 의원과 평민당 이해찬 의원은 "지금의 국회는 반민주 악법만을 양산하는 통법부에 불과하다"며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사진제공=뉴시스
또 '탄핵역풍'으로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성공했던 17대 국회에선 반대로 보수야당인 한나라당이 여당을 향해 '통법부'라며 비난했고, 이후 마찬가지로 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했던 18대 국회(한나라당) 19대 국회(새누리당) 당시에도 쟁점법안 처리를 놓고 통법부 논란이 이따금 제기됐다.


21대 국회 역시 출범 당시부터 여당의 '독주' 체제가 일찌감치 갖춰졌다. 민주당의 176석에다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 3석을 합치면 179석으로 전체 300석 중 60%에 가깝다. 여기에 범여권 정책 협조가 가능한 정의당(6석), 여권 성향 무소속 의원까지 합칠 경우 '마음만 먹으면' 어떤 법안도 처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실제로 최근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등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미래통합당은 비판을 쏟아냈지만,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까지는 막지 못했다. 20대 국회 당시 야당의 비협조로 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되고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했던 '불편한 그림'을 거대 여당의 위력으로 막아낸 셈이다.

김진애 "18대 국회서 소수야당 한계 느꼈는데"…노웅래 "옛 한나라당 오만한 모습 안돼"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임대차보호법 상정에 항의하는 미래통합당 의원들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위원장석 앞에서 언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임대차보호법 상정에 항의하는 미래통합당 의원들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위원장석 앞에서 언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민주당의 속전속결 법안 처리에 야당은 물론 범여권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대 국회의 가장 큰 실패를 "협치의 실패"로 규정하며 "협치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한 문 대통령의 21대 국회 개원연설 취지가 불과 보름 만에 퇴색한다는 여론의 따가운 시선 때문이다.

실제로 김진애 열린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법사위 회의에서 18대 국회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통합당 시절을 언급하며 "그때 여러 문제에서 소수 야당으로 한계와 제약을 많이 공감했다"면서 "부동산 법안 관련 어제 오늘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서, 절차에 대해서는 저도 소수 야당의 한 사람으로서 좀 유감인 부분이 없지 않다"고 소회를 밝혔다.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노웅래 의원도 전날 법안 처리와 관련 이날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소수의 물리적인 폭력도 문제지만 다수의 다수결 폭력도 문제"라면서 "176석의 의미는 힘으로 밀어붙이라는 것이 아니라 야당의 협력을 이끌어 일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과거 한나라당이 권력에 취해서 오만해 보였던 모습과 같지 않냐는 우려를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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