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 제조기'라며 모셨던 최재형…'제2의 윤석열' 된 결정적 이유

머니투데이 최경민 서진욱 기자 2020.07.30 07:07
글자크기

[the300]'월성 1호기'로 촉발, '인사' 문제 겹치며 '코드' 논란으로 번져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최재형 감사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07.29.    bluesoda@newsis.com[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최재형 감사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07.29. [email protected]


최재형 감사원장 흔들기가 절정에 달했다. 여당뿐만 아니라 청와대까지 나섰다.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 감사 문제로 촉발된 갈등은 '인사' 문제를 넘어 최 원장의 '코드' 문제로 확대됐다. 감사원의 독립성 보장을 앞세웠던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미담 제조기 최재형
최 원장은 2017년 12월 감사원장에 지명됐다. 문재인 정부가 장고 끝에 '모셔온' 인사였다. 당시 신상털기식 인사청문회가 이어지며 감사원장직을 모두 고사하던 가운데 최 원장이 지명된 것이어서 관심이 쏠렸다.



그의 별명은 '미담 제조기'. 사법연수원 시절에는 다리를 쓰지 못하는 동료를 2년간 업어서 출퇴근시킨 일화로도 유명하다. 흡잡을 것 없는 도덕성을 바탕으로 인사청문회도 무난하게 통과했다.

청와대 측은 당시 최 원장을 두고 "1986년 판사 임용 후 30여년 간 민·형사·헌법 등 다양한 영역에서 법관으로서의 소신에 따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 보호,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노력해온 법조인"이라며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보여와 법원 내 미담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인선 이유를 밝혔다.



'월성 1호기', 갈등의 불씨
국회는 2019년 9월 '월성 1호기' 원전에 대한 폐쇄 타당성 조사를 감사원에 청구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이사회가 2018년 6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을 내린 게 타당한지 여부를 묻는 것이었다. 한수원이 7000억원 가까이 들여 개보수한 원전을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폐쇄 결정을 내린게 적절하냐는 게 주 내용이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최재형 감사원장. 2019.10.10 .   park7691@newsis.com【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최재형 감사원장. 2019.10.10 . [email protected]
지난 2월까지 감사를 마무리해야 했지만,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발표하지 못했다. 결과 발표가 미뤄지기 시작하자 '월성 1호기' 감사를 놓고 감사원 내부에서 이견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월성 1호기가 경제성이 없기에 폐쇄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리려는 감사위원들의 시도를 최 원장이 제지했다는 말도 나왔다.

최 원장이 지난 6월 입장문을 통해 "지난 4월 감사위원회의에서 '월성 1호기' 사항을 심의했다. 추가적인 조사 없이 최종적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무처에 추가 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힌 것 역시 이같은 설을 뒷받침했다. 감사원이 "'월성 1호기' 폐쇄가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여당 '최재형 흔들기' 나서
최 원장이 '월성 1호기' 감사를 통해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졌다. 이는 문재인 정부와 최 원장의 '코드'가 맞지 않다는 문제의식으로까지 이어졌다.

여당 의원들은 최 원장이 "대선에서 41%의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과제가 국민의 합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느냐", "대통령이 시킨다고 다 하냐"는 말을 하며 '월성 1호기 폐쇄 부당' 감사 결과를 사실상 미리 정했다고 비판했다.

최 원장의 가족 문제까지 거론됐다. 여당은 최 원장의 동서들이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재직 중이거나, 탈원전 정책을 적극 비판해온 언론사의 논설주간이라고 주장했다.

'인사' 문제에 청와대도 나서
전선은 '월성 1호기'에서 '인사'문제로 확대됐다. 친여 성향인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감사위원으로 임명해달라는 청와대의 요구를 최 원장이 두 차례 거부했다는 것.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감사위원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청와대 측이 '임명권'을 강조한 것은 최 원장이 제청하지 않아도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최재형 감사원장. 2018.01.01.   amin2@newsis.com【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최재형 감사원장. 2018.01.01. [email protected]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밝힌 입장의 뜻을 묻는 질문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감사원에 물어야 할 것 같다"며 "정확한 감사원 내부사정은 모르겠다"고 답했다. 논란에 대해 즉답은 피했지만, 부인은 하지 않으면서, 공을 감사원 측에 넘겼다.

최 원장이 김 전 차관 제청을 거부하는 것은 소신에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김 전 차관은 조국·추미애 등 법무부 장관들과 호흡을 맞춰온 친여 성향 인사이기에 감사위원에 부적절하다는 것. 최 원장은 2017년 12월 인사청문회에서 "청와대로부터 특정 인물의 제청을 요구받더라도, 그 인물이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의지가 있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방어에 나선 최재형
최 원장은 29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월성원전의 정부 방침과 이유를 말하면서 '월성 1호기가 문제가 많은 것은 정부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며 "제가 그에 대해 '전 국민이 안다고 하는 것은 좀 문제가 있지 않냐'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이어 "(백 전 장관이) '대선공약에 포함됐다'고 얘기해서 제가 '대선공약에 포함됐다고 국민 합의가 됐냐고 볼 수 있냐'고 했다"며 "그래서 '국민 합의가 됐다'고 해서 '대선에서 41% 지지를 받았는데 그게 국민 전체로 볼 수 있냐'고 말한 게 전부"라고 덧붙였다.

그는 "제가 대통령 지지율을 들어 국정과제를 문제 삼았다는 건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감사원이 정치적 중립성 시비에 휘말리는 건 저로선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시키면 다 하냐'고 말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최 원장은 "제가 발언한 기억이 없어 녹취록을 살펴봤는데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며 "대통령 말씀이라도 적법한 취지와 근거를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에서 벗어난 건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담 제조기'라며 모셨던 최재형…'제2의 윤석열' 된 결정적 이유
감사원 독립성은 어디에
문재인 정부는 감사원의 독립성 보장을 줄곧 약속해왔다. "감사원장 및 위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한다"는 내용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청와대 측은 2017년 12월 최 원장을 감사원장에 지명하며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수호하면서 헌법상 부여된 회계검사와 직무감찰을 엄정히 수행하여 감사 운영의 독립성·투명성·공정성을 강화하고, 공공부문 내의 불합리한 부분을 걷어내어 ‘깨끗하고 바른 공직사회’, ‘신뢰받는 정부’를 실현해 나갈 적임자"라고 밝혔던 바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청와대와 여당이 감사원 인사와 감사결과에 개입하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다. 명백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TOP